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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국내 애플 리셀러가 어려운 이유?


 필자의 일화 먼저 얘기하자면, 막 애플 리셀러 매장이 하나둘씩 늘어나던 시점에 부산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30핀 케이블과 어댑터를 챙겨갔지만, 어댑터를 분실하는 바람에 새로 구매해서 쓰기로 하고, 호텔 근처 에이샵을 방문했습니다. 들어가서 바로 앞의 직원에게 어댑터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가 권한 제품은 벨킨 제품. '애플 정품을 원한다.'고 하자 그 직원은 벨킨 뒤의 '정품'자를 가리키더니 '정품입니다.'고 얘기를 했고, 필자는 설명을 무시한 채 직접 어댑터를 찾아 구매했습니다.
 


국내 애플 리셀러가 어려운 이유?
 
 국내에는 애플 공식 애플스토어가 없습니다. 일명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리셀러 매장만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프리스비와 에이샵이 있고, 이마트와 하이마트도 애플 제품 유통에 나서면서 국내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지도 않는 애플의 독립적인 매장이 늘어나는 것에 의아하기도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SK네트웍스의 자회사가 운영하던 리셀러인 컨시어지가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컨시어지는 3년간의 영업을 종료하고, 이달까지 모든 매장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전국 38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대형 할인 마트의 공격적인 애플 매장 확보에 미래 가능성과 수익 저조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한 결정적 이유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뒤에 따라붙는 더욱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대형 할인마트의 공세 이전에 이미 다른 리셀러 매장들과 경쟁을 해왔었고, 애플의 국내 인지도를 생각하면 '과연 많은 리셀러가 경쟁했을 때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느냐?'의 질문을 던졌을 때 '애플 입지가 줄어드는 만큼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익도 줄어든다.'는 결론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은 대개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며, 언락제품도 온라인 애플스토어를 이용하므로 그 외 판매해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품목이 아이패드와 아이팟에 국한되어 액세서리가 주요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마저도 아이폰 점유율이 위협받으면 함께 떨어지게 되니 수익에 영향을 끼치는 원인이 아주 간단합니다.
 
 그렇다 보니 리셀러 매장이 취할 수 있는 고객 유도 방법은 가격 할인과 신제품 출시 때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여 배송을 기다리지 않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소수의 골수 애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고, 웬만해서는 리셀러 매장에 방문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면 찾지 않으니 시장 논리로 보면 경쟁에 밀린 최하단의 업체부터 나가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애플의 국내 상황이나 대형 할인마트의 움직임에 따라서 나머지 리셀러 매장도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미 프리스비도 전국 12개의 매장을 9개로 줄여 이전의 확장하던 모습이 아닌 매출이 떨어지는 곳은 문을 닫으면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영이 악화하면 더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죠. 경영악화는 앞서 얘기했던 원인으로 나타날 테고, 이를 국내 애플 리셀러가 어려운 이유로 꼽는 것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이유일까요? 미국 시장만 보더라도 수백 개의 공식 애플스토어가 곳곳에 있지만, 미국 최대 전자제품 판매장인 베스트바이는 애플스토어가 판매하는 아이폰과 비슷한 판매를 기록합니다. 공격적인 할인 덕분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애플스토어 중 미국 애플스토어의 아이폰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한다는 점을 볼 때 베스트바이만의 경쟁력을 의심할 수 없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공식 애플스토어가 한국에 상륙하면 리셀러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라고 얘기하지만, 미국 상황을 보면 단순히 공식 애플스토어로 소비자가 몰려서 리셀러가 망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내 애플 리셀러 매장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필자가 위에서 얘기했던 일화에 답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애플 리셀러 매장들은 하나같이 '애플에 대한 편승'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독자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기보다는 공식 애플스토어의 모습을 흉내 내 국내에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 애플 소비자들을 두고 개장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리셀러마다 뚜렷한 특징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애플이 제시한 리셀러 지침이 있긴 하지만, 그걸 떠나서 매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애플스토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셀러가 애플스토어와 똑같아야 한다는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애플스토어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하고, 직원들과 연결하여 소통하는 중에 제품과 매장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에 있습니다. 리셀러도 마찬가지로 체험형 매장을 표방합니다. 그러나 리셀러 직원 대부분이 애플 제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제대로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아 분위기를 조성하는 구실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통 체험형 매장은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매장에 대한 브랜딩을 핵심으로 삼아야 하지만, 자체적인 브랜딩보다는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의존하는 것이 현재 국내 리셀러 매장이라는 겁니다. 결국, 직원들이 제품에 대해서 어떤 사양인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제품이 어울리는지 골라낼 수 없다면 제품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신규 소비자가 아닌 기존 애플 제품 소비자 중에서도 온란인을 주로 이용하지 않는 소수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판매 뒤 환불이나 반품 처리는 아주 까다롭게 진행하여 해당 매장 이용에 좋지 않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소수 중에서도 리셀러에 반감을 산 소비자가 생기게 되면 마땅히 리셀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이는 국내 애플 입지 축소로 인한 것이 아니라 매장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리셀러가 어려워졌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여태 망하지 않고 있던 것이 신기할 정도이며, 기존 소비자들까지 떠나게하는 운영으로 성장하겠다는 생각을 애플 직영점도 아닌 리셀러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애플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자신들의 매장에 흡수하기 위해 차별화를 이뤄내야 하지만, 전혀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그 원인을 애플에 돌려놓기 전에 돌아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리셀러들은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 리셀러 매장은 소매점과 유통 마케팅에서 하지 말라는 짓은 전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애플에 묻어가려는 모습을 오래 보이고, 차별화된 해법을 내놓는 것에 공격적이지 못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리셀러라면 사실 필요가 없습니다. 30분 내로 아이패드를 구매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말이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소비자가 지속해서 찾고 싶은 매장을 만들 것.', 특히 직원들이 제품에 대한 풍부한 이해도와 활용법 제시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반대로 체험에 방해되는 행동을 삼가도록 하는 교육부터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어떤 소비자도 자신이 제품을 체험하는 동안 뒤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나 무작정 무엇을 원하느냐며 달려드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속해서 소비자가 찾는 와중에 제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매장 브랜딩에 신경을 써야 남은 리셀러들도 컨시어지처럼 문을 닫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문을 닫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필자가 보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