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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폭스, 왜 Win8 메트로 개발을 중단했을까?


 모질라는 윈도8 환경에 적합한 파이어폭스를 개발하고자 오랜 시간 몰두했습니다. 2012년부터 윈도8 스타일의 윈도 앱 개발을 시작했고, x86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버전과 ARM 기반의 윈도 RT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버전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그랬던 모질라가 메트로 버전의 파이어폭스 개발을 전면 취소하기로 합니다.
 


파이어폭스, 왜 Win8 메트로 개발을 중단했을까?
 
 윈도8과 함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강세도 다시 두드러졌습니다. 물론 윈도8이 견인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윈도8 관점에서 보면 IE 사용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파이어폭스의 메트로 버전 개발을 중단한 이유가 이 탓일까요?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부분 부사장 조나단 나이팅게일(Johnathan Nightingale)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윈도8 메트로 버전 파이어폭스 개발은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개발팀은 아주 훌륭하게 일을 했지만, 1.0버전을 릴리즈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입니다.'고 밝혔는데, 출시는 할 수 있지만, 출시가 실패되므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글 속에 나타난 것은 MS에 대한 비판이었는데, '메트로 앱 개발을 시작한 2012년은 웹의 다음 전쟁터가 열린 것과 같았다.'면서 그럼에도 '윈도는 거대한 플랫폼이고 MS가 밀고 있지만, 우리는 결국에 개발을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MS가 윈도를 밀고 있다는 것보다 윈도라는 플랫폼을 통해 다른 것, 그러니까 IE를 밀고 있다는 의미이며, 거기에 파이어폭스가 침투하기 매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시험판을 제공했고, 테스트까지 거의 끝마친 제품의 출시를 백지화한다는 건 좀 더 의미심장한 얘기를 합니다. 본래 메트로 스타일의 파이어폭스는 지난해 12월 출시를 앞두고 있었고, 지금까지 미뤄졌던 것인데, 결정적으로 모질라에 결정에 MS도 끼어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다시 2012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윈도8이 막 등장할 무렵, 구글의 크롬과 함께 모질라도 윈도8 스타일의 파이어폭스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윈도8 출시보다 앞선 8개월 전에 개발이 공식화되었고, 2012년 4월에 프로토타입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시험판이 공개됩니다.
 
 문제는 2012년 4월, 프토로타입이 공개된 시점에서 발생하는데, 모질라의 고문 변호사인 하비 앤더슨(Harvey Anderson)은 'MS가 RT 버전의 윈도에 IE를 유일한 브라우저로 만들길 원한다'면서 MS에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먼저 메트로 스타일로 웹 브라우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API 접근을 거부하고 있고, 두 번째로 RT 버전에서 클래식 모드의 파이어폭스를 실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모질라가 RT버전의 파이어폭스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메트로 버전이라는 것이 일단 전반적인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x86이나 ARM이 같게 동작하다 보니 x86의 메트로 앱을 개발하든 ARM의 메트로 앱을 개발하든 개발의 계통이 연결되어 있어서 한쪽을 개발하면 다른 한쪽도 개발해야 하는 환경이었습니다. 가령 RT 태블릿에서 메트로 파이어폭스가 작동하더라도 x86 태블릿은 클래식 모드만 작동하도록 놔둘 순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 RT 버전 개발에 제한을 받게 되면 x86 메트로 앱도 함께 지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발생한 IE 독점 문제도 돌이켜볼 수 있는데, 판결은 시작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실제 윈도8 태블릿을 사용하는 데 터치 인터페이스에 적합하지 않은 클래식 모드의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사용자 경험을 떨어뜨리게 되는 일입니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이 돌아가더라도 완벽한 선택권이 될 수 없고, 이것만으로 모질라가 분노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모질라가 생각한 게 메트로 인터페이스를 클래식 모드에 직접 적용하여 배포하는 것이었는데, 이 방법은 메트로의 접근으로는 아주 불편하고, 클래식의 기능과 정체성을 떨어뜨렸으며, 실제 사용자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이 메트로 버전의 파이어폭스 개발이 취소된 이유입니다.
 
 


 IE의 점유율이 상승한 탓이라기보다는 MS가 IE의 점유율을 상승하도록 유도한 탓이 더욱 크고, 명확합니다. 여기에 MS가 밀어붙이는 만큼 윈도8의 인기가 상응하는 것도 아니어서 모질라로서는 기존 파이어폭스 개발과 메트로 스타일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터치 인터페이스에서도 이용이 편리한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을 한 모양입니다.
 
 오히려 모질라에는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크롬에 대한 소식은 없지만, 마찬가지로 윈도스토어로 배포하는 크롬 형태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윈도8 생태계에 주력하는 MS보다 자체적인 플랫폼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MS가 어떤 정책을 펼치더라도 스스로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요.
 
 모질라는 이것을 최대한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