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라지만, PC 사용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생산성에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보다 데스크톱을 선호하고, 그나마 랩톱이 이동성을 겸비한 채 나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PC 시장의 으쓱한 어깨는 내려갔고, 모바일 시장은 승승장구 성장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PC 시장이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죠.
PC에서 모바일로 얼마나 이행되었나
PC 시장 침체는 모바일 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있었었습니다. 전체적인 사양이 평준화되면서 높은 사양의 PC가 필요하지 않은 사용자는 빠른 교체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PC로의 유도가 절실했던 시점인데, 그런 와중에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다 보니 PC가 모바일에 밀리기 시작한 것으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반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업계 전체가 움직이면서 새로운 PC로의 유도가 아닌 '모바일로의 이행'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PC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6% 줄어든 2억 7,670만 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PC 출하량이 줄어든다는 예측이 이전에 나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가트너는 이와 함께 '올해 태블릿 출하량은 2억 7,070만 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38.6%가 상승한 수치입니다.
가트너의 분석가 란짓 아트왈(Ranjit Atwal)은 'PC 사용자 중 1/3이 태블릿 구매를 고민'한다고 말했는데, 태블릿을 PC의 보조 수단으로 구매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소비자가 태블릿 구매로 몰리고 있으며, PC의 활동을 태블릿이 분담하게 된다고 했을 때 PC의 입지는 이전보다 줄어든다는 것을 아트왈의 말이 방증합니다. 달리 말하면 생산성이나 높은 사양의 게임 활동 외 PC의 빠른 교체가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다양한 기능의 추가와 외형, 차별화된 장점, 풍부한 활용성을 지닌 태블릿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태블릿은 PC를 교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 와서는 태블릿이 보조 수단인지 PC가 보조 수단인지 헛갈리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가령 PC의 영상 콘텐츠를 태블릿으로 언제든 즐길 수 있는데, 이를 두고 PC를 주수단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사용자의 사용 유형도 모바일에 맞도록 바뀌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8일, 아이패드용 오피스(Office) 제품군을 앱스토어에 등록했습니다. 오피스 제품 자체를 떠나서 최고의 생산성 제품으로 꼽히는 오피스를 태블릿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 생산성 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MS가 직접 개발하여 출시하였다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여기서도 PC와 태블릿의 생산성 부분에 대한 논란은 들러붙습니다. '아이패드용 오피스가 출시하였지만, PC의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라는 겁니다. 분명 PC에서의 생산성 활동이 우수한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태블릿이 보조적 수단이 되는 걸까요?
필자는 주로 데스크톱에서 대부분 작업을 처리하고 그것이 편하지만, 태블릿만으로 작업물을 완성해보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따로 키보드 없이도 문서 전체를 태블릿으로 작성한 적도 있으니 키보드 사용보다 불편하긴 하지만, 어쨌든 못할 짓은 아니라는 거죠. 무엇보다 태블릿으로 문서를 작성했던 것이 일종의 도전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마치 태블릿으로 결과물을 완성하면 '불편한데 해낸 도전'쯤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필자의 가방에는 랩톱도 항상 있으며, 단지 공간적 제약에 태블릿을 이용한 것입니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태블릿이 끼어들 생산성 활동의 여지가 확대될 것이고, 마치 TV를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는 것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할 만큼 생산성에서 편한 PC도 태블릿에 밀릴 수 있다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태블릿이 주수단으로, PC가 보조 수단으로 자리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편집 및 수정만을 PC로 진행해도 될 테니까요. 그저 'PC가 생상성 활동에서 편하므로 생산성 활동을 위해선 PC를 쓸 것'으로 단정 짓진 않겠다는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바뀐 것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의 모바일 게임이 성행하자 '더욱 화려한 그래픽과 조작 방법, 게임성을 지닌 PC 게임이 그래도 우위'라던 의견은 이제 코어 게이머에게만 나타나고, 실상 성장이나 시장 규모는 모바일 게임이 앞선 지 오래입니다. 작은 화면으로 무슨 웹을 사용하느냐고 했음에도 모바일 트래픽은 진작 PC 트래픽을 넘어섰습니다. 사용 유형을 바뀌고 있고, 생산성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MS가 결국,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내놓은 맥락이 그렇습니다.
여전히 태블릿에 대한 회의감을 품는 이들은 많지만, 회의감은 회의감일 뿐입니다. PC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난 필요 없어'라고 얘기했던 이가 훨씬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태블릿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그리고 가트너의 예측처럼 PC 출하량을 태블릿이 따라잡게 되었을 때, 이후 뛰어넘게 되었을 때 과연 무엇이 보조 수단인 겁니까?
이미 PC에서 모바일로의 이행은 상당 부분 진행되었습니다. '모바일이 서버 시장까지 대체하진 못하잖아?'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건 모바일의 본래 의미를 망각한 것이고, 생산성을 거의 막바지라고 본다면 태블릿에 대한 회의감도 거둬들일 때가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이는 '태블릿이 완전히 PC를 대체할 것'이라는 게 얘기가 아닙니다. PC의 영역에서 충분히 태블릿으로 이행되었고, 그것이 사용 유형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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