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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샤잠 협력, 총체적 이득이 될 것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면서 가장 놀랍게 봤던 앱은 단연 사운드 하운드(Sound Hound)였습니다. 당시 비슷한 모바일 서비스가 국내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샤잠(Shazam)과 다르게 허밍으로도 음악 검색을 도와주니 말입니다. 그러나 샤잠은 2002년 2580이라는 휴대폰 서비스부터 시작해 2009년 앱스토어에 등장한 사운드 하운드보다 먼저 2008년 출시된 앱이고, 여전히 이 둘은 음악 인식 서비스에서 경쟁자로 꼽힙니다.
 


애플-샤잠 협력, 총체적 이득이 될 것
 
 음악 인식 서비스는 아이튠즈와 잘 어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샤잠이나 사운드 하운드는 찾은 음악을 바로 아이튠즈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데, 들으면서 괜찮다고 생각한 음악을 찾기 마련이고, 사운드 하운드는 허밍으로 듣고 싶은 곡을 골라내므로 빠른 구매를 유도할 수 있었으며, 샤잠은 사운드 하운드보다 빠른 인식 속도를 강점으로 아이튠즈와의 연계가 확실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음악 인식 기능을 iOS에 탑재하기 위해 샤잠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능은 개별적인 앱을 제작하지 않고, iOS에 직접 내장될 것으로 보이는데, 유력한 자리가 음성 인식 기능인 '시리(Siri)'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통합된 것처럼 샤잠도 iOS와의 통합을 생각해보면, 단지 홈버튼만 눌러 시리를 실행하고 '무슨 노래가 재생되고 있지?(What song is playing?)'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음악을 검색해낼 수 있습니다.
 
 애플이 샤잠과 협력하려는 이유에 대해 블룸버그는 '아이튠즈의 성장'을 꼬집었는데, 닐슨 사운드스캔(Nielsen SoundScan)에 따르면, 아이튠즈 스토어가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다운로드 판매가 줄었습니다. 물론 애플은 이 줄어드는 다운로드를 막아내기 위해서 '아이튠즈 라디오(ITunes Radio)를 이미 출시했습니다.
 
 그러므로 샤잠과의 협력이 단순히 다운로드 판매가 줄어든 탓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튠즈 라디오의 경쟁력 확보와도 연관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죠. 블룸버그도 '애플은 지난해 아이튠즈 라디오를 도입하고, 판도라와 경쟁을 강화하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샤잠이 그 경쟁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튠즈 라디오는 가파르게 성장하여 미국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점유율 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판도라의 경쟁자로 거론되던 스포티파이를 단숨에 뛰어넘은 것으로 곧 점유율 2위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판도라는 점유율 1위면서 격차도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아이튠즈 라디오의 경쟁력 확보에 샤잠의 협력도 중요한 위치라는 겁니다.
 
 


 애플과 샤잠이 서로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지는 간단합니다.
 
 먼저 애플은 샤잠을 내장 기능으로 탑재하면 검색 후 구매 유도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또한, 아이튠즈 라디오로 해당 곡을 포함한 새로운 방송국을 추천할 수도 있고, 이는 광고 수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용자는 당장 듣고 싶은 곡을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방식 중 원하는 대로 실행할 수 있고, 이미 아이튠즈 라디오와 아이튠즈 스토어의 위시리스트는 강력합니다. 곡의 검색 후 방송국 추천, 그리고 추천된 방송국에서 새로운 곡을 발견할 수도 있고, 이것이 다운로드로 직결되는 방식으로 전체 아이튠즈 생태계를 보듬을 수 있게 됩니다.
 
 샤잠은 사용자 경험에서 큰 이득을 얻습니다. 음악 인식 서비스는 인식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속도'입니다. 음악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검색하고자 스마트폰을 꺼내어 앱을 찾아서 실행하고 검색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이미 다음 곡으로 넘어가 버리는 일이 빈번합니다. 거기다 검색이 소음으로 한 번 실패하기라도 하면 '빨리 검색할걸'싶지만, 보통 음악이 중반 정도 흐른 뒤 마음에 들어 검색을 시도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음악 인식 서비스의 생명은 속도입니다. 만약 어떤 가게에서 들려주는 노래라면 가게 직원에게 물어보는 편이 더 빠르겠죠.
 
 그러나 iOS의 기본 기능으로 탑재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특히 앞서 말했던 시리에 내장된다면 그저 홈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인식 인터페이스를 실행할 수 있고, 음악을 검색할 수 있게 됩니다. 훨씬 빠르게 음악 인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이것이 만족도로 이어진다면 아이튠즈 라디오나 아이튠즈 스토어의 다운로드로 연결하기도 수월해집니다.
 
 둘의 협력은 애플이든 샤잠이든 총체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애플은 아이튠즈 생태계와 사용자 경험 향상, 샤잠도 사용자 경험 향상을 비롯하여 사운드 하운드 같은 경쟁 서비스를 따돌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덧붙여 애플에 시리의 활용 방안도 크게 늘려놓는 협력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족제비가 어떻게 생겼느냐?'와 같은 질문보다 활용 빈도가 높을 테니까요.
 
 


 샤잠이 포함된다고 해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죄다 저 기능을 막 사용하진 않을 겁니다. 이미 음악 인식 기능은 익숙한 것이기도 하고, 정말 우연히 생각나지 않는 곡이나 처음 들었지만, 좋다고 생각한 곡이 귀에 정확히 흘러들어왔을 때나 실행하는 기능입니다.
 
 다만, 샤잠이 월 9,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되겠죠. 안드로이드 사용자까지 포함해야 하지만, 그중 일부 비율만 떼놓고 보더라도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아니지만, 경쟁력만큼은 확실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iOS에 내장되었을 때 사용자 경험이 향상된다면 이용 빈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WWDC 2014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iOS에 포함된 샤잠을 빠른 시일 내 만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혹은 협력 방안만을 언급할 수도 있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력이 무산돼버릴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 둘이 협력했을 때 발생할 이득은 분명하며, 어떤 식으로 관계를 풀어나가게 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