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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리트로, 일룸으로 카메라를 재발명했다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공개하는 이벤트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오늘, 애플은 휴대폰을 재발명합니다.'. 그저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긴 하지만, 이 말은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고, 아이폰을 증명하는 문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재발명은 비단 아이폰에서만 나타났던 건 아닙니다.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고, 제품의 개념을 바꿔놓곤 하죠.
 


리트로, 일룸으로 카메라를 재발명했다
 
 리트로 카메라(Lytro Camera)는 2년 전 출시되었습니다. 월트 모스버그는 '리트로 카메라는 혁신적이고, 멋진 카메라가.'고 말하기도 했는데, 촬영 후 PC나 아이패드를 이용해 리포커스하도록 하는 기능이 마치 사진을 살아 움직이듯 표현해주기 때문입니다. 라이트필드 카메라(Lightf-Field Camera)로 불리는 리트로 카메라는 메가픽셀로 표기하던 기존 카메라와 다르게 '메가레이(MegaRay)'라는 포착한 광선을 나타내는 고유 해상도 표기를 사용합니다. '10메가레이는 1천만 개의 광선을 잡아낸 것'처럼 말이죠.
 
 


 리트로는 리트로 카메라의 뒤를 잇는 새로운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일룸(Illum)'이라 명명된 이 카메라는 11메가레이었던 리트로 카메라보다 훨씬 높은 40메가레이를 제공합니다. 8배 f/20 광학 줌 렌즈를 지원하며, 1/4000 셔터와 4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탑재한 940g 무게의 제품으로 리트로 카메라처럼 촬영 후 리포커스할 수 있습니다, 7월에 출시할 계획이고, 가격은 1,599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22일부터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예약 판매로는 1,499달러에 판매합니다.
 
 리트로 카메라는 재미있는 기능을 담고 있었지만, 도저히 카메라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접어놓은 잠망경이라 해도 믿을만한 디자인이니까요. 그러나 일룸은 기존의 카메라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기존 카메라 디자인을 계승한 좀 더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입니다.
 
 가격 면에서 보면 사실 기존 쓰던 카메라와 전혀 다르고, 제원도 자체적인 표기 방식을 제시하고 있어서 비교 대상이라곤 399달러짜리 리트로 카메라뿐이라 책정된 가격이 적절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카메라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일룸을 담을 수도 없죠. 기존 카메라가 제공하던 경험과 전혀 다른 것을 제공하니 말입니다. 작정하고 일룸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소비자만 찾을만한 물건처럼 보입니다.
 
 그 말인즉, 일룸이 시장성 없는 제품이라는 걸까요? 기존 카메라들은 이전의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한 제품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가 비교하기도 훨씬 수월하고, 카메라를 사기로 했다면 얼마든지 선택할 제품을 나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시장성을 평가하기 이전에 일룸은 경쟁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 방향으로 광선을 포착하는 기존 카메라와 달리 라이트필드 카메라는 여러 방향에서 광선을 포착하고, 더 많은 정보를 나타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라면 일룸은 4천만 개의 광선을 포착하여 사진을 촬영하고, 리포커스에 더 정밀한 조절과 섬세한 3D 입체 사진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여러 방향에서 뻗어나오는 광선을 센서로 처리하여 피사체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덕분에 메가레이라는 고유 단위와 .lfp라는 고유 포맷을 사용하게 됩니다.
 
 촬영한 사진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선 PC를 이용해야 하지만, 라이트필드 카메라와 연동되는 디지털 액자 등의 방법들도 제시되고 있어서 새로운 방식의 사진에 대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므로 일단 일룸으로 사진, 그러니까 콘텐츠를 생성하기만 하면 라이트필드 카메라의 영역을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리트로 카메라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2012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일룸은 좀 더 카메라다운 모습이 되었고, 리포커스 기능보다도 제품 전반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비싸 보이는 가격임에도 독립적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사실 라이트필드 기술은 리트로가 고안한 개념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사진 기술이고, 활용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라이트필드 기술을 지탱할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았고, 기존 카메라 시장이 계속 유지되는 형태를 보이면서 라이트필드 카메라라는 여역에 관심도 적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리트로는 리트로 카메라를 내놓습니다. 라이트필드 기술을 탑재한 카메라로 당연히 해당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집니다. 그게 리트로 카메라의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리트로는 2년이 지난 현재 일룸을 공개했고, 이미 라이트필드 기술에 대해서 소비자들은 익히 들어온 터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라이트릴드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용해 '어떤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가'이며, 독자적인 시장에서 일룸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이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입니다. 단연 독보적인 카메라로 발전할 기회를 리트로는 잡았습니다. 카메라를 재발명하면서 말입니다.
 

  


 라이트필드 기술, 훌륭한 디자인, 입체적 사진 콘텐츠와 이를 지원하는 방법, 리트로가 새로운 카메라 영역을 열어젖혔다, 재발명했다, 표현하더라도 손색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기존에 있던 기술을 도입했을 뿐'이라거나 '기존 카메라보다 나은 점이 없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조차 리트로가 먼저 나아가려고 했다는 점이 현재 리트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습니다.
 
 일룸은 놀라운 제품입니다. 기존 카메라가 어떤 것들이었건 그들이 흉내 내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은 분명하고, 이미 리트로 카메라로 방증했습니다. 다소 비싸다고 느껴질 가격조차 그 경험에 대한 값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테죠.
 
 아쉽게도 일룸의 예약 판매 지역에 한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매하기 위해선 본격적으로 판매될 7월에 외국에서 들여오는 방법뿐인데,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고는 감수할만하지 않을까 필자는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