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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이 비츠를 인수하려는 이유에 대한 단상


 2011년, HTC가 비츠(Beats)의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선보였고, 지분을 사들이면서 인수 직전까지 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고, HTC는 비츠의 지분을 다시 되팔았는데, HTC가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딱히 비츠를 인수해서 얻을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 컸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비츠를 인수하려는 이유에 대한 단상
 
 당시 비츠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모그를 1,400달러에 인수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준비를 하는 중이었고, HTC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것 아닌가 예상했지만, 워낙 쟁쟁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많았고, 음악 콘텐츠만으로 HTC를 살리기 힘들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결국, HTC는 손을 떼고, 비츠는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1월에 선보였습니다.
 
 


 애플이 비츠를 32억 달러에 인수할 것이라는 뉴스가 최근 화제입니다. Re/code와 월스트리트저널은 둘의 협상이 다음 주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수가 확정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인데, 문제는 '애플이 왜 비츠를 인수하느냐?'는 것입니다.
 
 인수 금액으로 거론된 32억 달러는 애플이 여태 인수에 사용한 금액 중 가장 많은 것이며, 팀 쿡이 CEO에 자리한 후 처음 있는 대형 인수입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인수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데, 비츠가 강력한 브랜드인 것은 맞지만, 애플이 비츠를 인수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정확히는 32억 달러를 들인 만큼 애플이 가질 수 있는 것과 비츠가 애플에 인수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애매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비츠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비츠 뮤직(Beats Music)을 1월에 론칭했고, 맥, 윈도, iOS, 안드로이드, 윈도폰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도 '아이튠즈 라디오(iTunes Radio)'를 서비스 중입니다. 비츠 뮤직은 '더 센텐스(The Sentence)'라는 큐레이팅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의 추천 기능과는 달리 사용자가 직접 문장을 만들고, 문장에 적합한 음원을 추천하는 특별한 알고리즘입니다.
 
 애플이 해당 기능을 아이튠즈 라디오에 탑재하고자 한다면 얼마 전, 애플과 협력하기로 한 음악 인식 서비스인 샤잠(Shazam)과 연관해볼 수 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곡을 찾아주고, 추천하고, 들려주는 서비스를 아이튠즈의 방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사업도 주요 이유로 꼽힙니다. 비츠가 판매하는 헤드폰이나 스피커를 애플 액세서리 품목에 포함하고, 구성을 나누어 대응할 수 있습니다. 비츠 오디오(Beats Audio) 플랫폼을 제품에 활용하는 방안도 예상 범위지만, 애플의 고유 브랜드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액세서리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비스 부문이든 하드웨어 부문이든 둘이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인수 금액으로 제시한 32억 달러에 적합한 것인지는 별개입니다.
 
 사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생각해보면 32억 달러라는 금액이 합리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페이스북이 워낙 비싸게 사들인 것도 있지만, 비츠는 왓츠앱과 다르게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것만 보더라도 과도한 금액이라고 단정할만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많은 이가 둘의 인수에 주목하는 이유는 32억이라는 금액보다는 확고한 브랜드 둘이 합쳐졌을 때 해당 사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있습니다. 현재 상황만 보면 애플이 비츠를 인수하더라도 비츠는 독자적인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애플과 긴밀한 협력으로 브랜드를 강화하는 쪽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건은 코카콜라가 파파존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수준이며, '딱히 인수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던질만한 사안입니다. 제휴가 아닌 인수로 브랜드가 부딪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인지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고, 기존 매출 이상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시너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둘의 매출을 합치는 건 인수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러므로 애플이 비츠를 인수하려는 이유의 큰 파이는 하드웨어 매출보다는 비츠 뮤직 쪽에 있으며, 애플은 그 가치에 32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드웨어 사업은 애플과 긴밀한 관계로 형성하겠지만, 독자적으로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브랜드를 지킬 것으로 필자는 예상합니다. 또는 둘의 브랜드를 어떤 선까지 유지할 것인지가 인수 협상의 최대 과제일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수가 성사되면 비츠의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 영(Andre Young)과 지미 러빈(Jimmy Iovine)이 특별 자문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사업부는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비츠가 애플에 시너지를 더하기 위한 요소로 참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일단 협상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 논란 많은 인수가 성사된다면 약간 부족한 듯한 조건에 이들이 어떤 식의 결합을 하게 될 것인지 주의 깊게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