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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슬링샷, 페이스북이 개발한 첫 번째 독립 앱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30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했던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당시에는 거금을 뿌리친 당찬 스타트업이나 야후에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던 페이스북과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차라리 인수되는 편이 어땠을까?' 싶을 만큼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스냅챗인데, 여기에 기름을 붓듯 페이스북은 '슬링샷(Slingshot)'을 출시했습니다.
 


슬링샷, 페이스북이 개발한 첫 번째 독립 앱
 
 슬링샷의 출시는 페이스북이 실수로 앱스토어에 등록한 탓에 이미 공개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스냅챗과 비슷한 기능의 메신저 앱이라는 점도 드러났지만,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고, 드디어 슬링샷이 공식적으로 출시됩니다.
 
 


 슬링샷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메신저 앱입니다. 그리고 스냅챗처럼 사진과 동영상을 삭제합니다. 삭제라는 표현보다는 '넘겨서 사라지게 한다.'가 더 어울리는데, 스냅챗은 시간을 설정하여 자동 삭제하는 방식이지만, 슬링샷은 특이하게도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회신해야만 받은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방적인 메시지 서비스가 아니라 쌍방에 메시지를 주고받아야만 소통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며, 간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휘발성 메시지를 이용할 수 있고, 스냅챗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 당연한 순서로 슬링샷의 출현에 스냅챗과 비교하는 의견이 가장 많습니다. 당장 스냅챗이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불거진 터라 많은 사용자가 슬링샷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의견을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10대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페이스북의 서비스이기에 스냅챗 사용자를 끌어들이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냅챗과의 경쟁을 얘기하기 전에 슬링샷이 가진 더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직접 개발한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하지 않는 첫 번째 독립 앱이라는 것 말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도 페이스북과의 연동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이들은 페이스북이 개발한 서비스가 아닌 페이스북이 인수하면서 페이스북 밑으로 들어간 서비스고, 그 외 페이스북이 내놓은 앱들은 전부 페이스북 계정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페이스북 메신저가 전화번호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지만, 어차피 페이스북 사용자를 중심으로 작동하고, 그렇기에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슬링샷은 완전히 독립해서 작동합니다. 앱을 실행하면 여타 메신저 앱처럼 전화번호를 입력하도록 하고, 인증번호를 받아 입력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연락처를 이용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처럼 아이디만 공유하면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연락처만 공유하여 페이스북 메신저처럼 페이스북과의 다른 연결 지점은 없습니다. 페이스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파란색과 흰색이 조화된 아이콘도 아니죠. 페이스북이 개발했다는 걸 알려주지 않고, 사용하게 한다면 페이스북이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물론 페이퍼가 독립 앱으로 여러 피드 앱과 비슷하게 뉴스피드를 받아오긴 하지만, 슬링샷만큼은 아닙니다. 페이퍼는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전혀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슬링샷은 굳이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고, 페이스북의 분위기도 없습니다.
 
 이는 페이스북이 12억 명의 기존 페이스북 사용자를 경쟁력으로 가지지 않고, 새로운 사용자층 확보와 서비스 경쟁력의 분산이 아닌 확장으로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크게 드러낸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크버그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가지 기능에 집중한 앱이 모바일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가진다.'면서 '일부 앱은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조차 사용하지 않는 독립 앱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신저나 페이퍼도 포함되지만, 아직 이들의 경쟁력이 크게 두드러진 적은 없습니다. 메신저를 예로 들면,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앱에서보다 20%나 더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이것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늘어야만 메신저의 경쟁력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독립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슬링샷은 페이스북과 떨어져서 슬링샷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앱입니다. 슬링샷의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과 페이스북 사용자와의 거리는 상당히 멀고, 슬링샷 자체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건 주크버그가 말한 독립 앱이 단지 기능만 분리하는 것이 아닌 페이스북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로 접근하는 범위를 훨씬 넓히려는 행보임을 방증합니다.
 
 


 슬링샷은 작년에 열린 페이스북 사내 앱 개발 대회에서 주목받으며, 다듬어져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페이퍼도 소규모 개발팀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면서 개발에 속도가 올리게 된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이런 식으로 소규모 개발팀과 아이디어 대회 등을 통해 직원들이 가진 창의적인 발상과 개발 능력을 활용하여 슬링샷처럼 독립 앱을 늘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 내부에 작은 스타트업을 늘리고, 이를 페이스북이 지원한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곧 페이스북의 경쟁력이 된다면 페이스북의 독립 앱 전략도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페이스북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보다 훨씬 과감하고, 공격적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구글과 비슷하다면 비슷한데, 이를 페이스북만의 DNA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그동안 페이스북을 향했던 회의에 대응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슬링샷은 그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