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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감정 실험, 절대 있어선 안 될 일


 개인 정보를 다루는 회사들의 가끔 터지는 바보 같은 일은 익히 접하고 있지만, 페이스북만큼 파급이 클 회사가 또 있을까요?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이 회원인 페이스북에서만큼 개인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서비스는 구글 정도겠지만, 개인 정보가 직접 공유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페이스북 감정 실험, 절대 있어선 안 될 일
 
 최근 페이스북은 프로필을 공유하고, 서로 열린 페이스북 공간에서 소통하기보단 사용자의 사용 성향에 따라서 조절할 수 있고, 개인 정보 보호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워낙 가입자가 많으니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지만,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2년 전의 실험 하나가 페이스북의 최근 행보를 덮어버렸습니다.
 
 


 페이스북이 2012년, 약 70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를 대상으로 뉴스피드를 조작하여 관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페이스북 코어 데이터 사이언스 팀의 아담 크레이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제이비 길로리, 코넬 대학의 제프리 한콕이 지난 3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대규모 감정 전이에 대한 실험적 증거(Experimental evidence of massive-scale emotional contagion through social networks)'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드러나게 된 이 실험은 뉴스피드에 보이는 콘텐츠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었을 때 감정 상태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논문 내용으로는 '콘텐츠에 따라서 감정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는데, 문제는 70만 명의 사용자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이 진행되었다는 겁니다. 실험의 성과가 있었다는 점은 알겠지만, 동의 없이 사용자의 뉴스피드에 보이는 콘텐츠를 조작하고, 이를 자신들의 이익에 포함하려 했다는 점은 충격적입니다.
 
 그러자 실험을 진행한 연구원 중 한 명인 아담 크레이머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실험 동기를 논문에 명확하게 작성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면서 '실험의 이유는 페이스북을 통한 정서적 영향을 파악하고, 사용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동의받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대답이 되진 못합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건 크레이머는 동기를 제대로 기술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정작 논문에는 '페이스북 정책에 따라서 진행되었다.'고 되어있습니다. 즉, 페이스북이 사용자 데이터 사용 정책을 악용하여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2년 전 일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이 언제든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게 되었습니다. 음모론을 양성하게 할 좋은 미끼를 던진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대규모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정작 페이스북 가입자가 사용자 데이터 사용 정책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송이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사용자들조차 이미 거대해진 정보지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을 단칼에 잘라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2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페이스북이 터뜨린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에 대해 흐지부지 넘겨선 안 됩니다. 앞서 얘기했듯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개인정보 보호소가 되었고, 직접 대면하는 곳입니다. 그 곳이 거대한 실험장이 된다는 건 끔찍한 일이고, 우리가 상상하던 우려와 같습니다. 예를 들면 해당 실험 외 여러 실험 내용을 다른 기관에 넘긴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죠.
 
 크레이머는 이 실험이 '10억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중 0.04%만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서 '누구도 거북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당 실험만 아니라 여기서 뻗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불명예스러운 꼬리표와 함께 페이스북 이용을 만류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굳어질 것입니다. 사람이 곧 자원인 페이스북이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임이 직접 증명해야만 합니다.
 
 


 해당 실험이 페이스북이 얘기한 것처럼 '페이스북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길 바랍니다. 이는 페이스북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그런 실험 내용이 다른 곳에 쓰여선 안 된다는 최소한의 바람이며, 이 외 실험도 진행한 페이스북이기에 어떤 것이든 그러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의 이익을 위한 것임은 분명하지만요.
 
 분석가 패트릭 무어헤드는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지닌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이번 사태를 평가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런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며, 사용자들을 실험장에 가두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