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월드컵 적자, 새로운 미디어를 고민해야 할 때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은 끝났습니다. 부진한 성적으로 아쉬운 마감을 해야 했고, 후끈해야 할 월드컵 열기보다 다가오는 여름 날씨가 더 뜨겁습니다. 그리고 월드컵으로 큰 성과를 챙길 것으로 기대한 쪽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월드컵을 겨냥한 광고도 조기에 내려야 할 것이고, 상품들도 더 판매하긴 어려워졌으니까요.
 


월드컵 적자, 새로운 미디어를 고민해야 할 때
 
 결과에 대한 여운도 남겠지만,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짧은 기간에 줄어든 탓으로 크게 이익을 남기지 못한 쪽에서는 한 숨 나올 상황입니다. 특히 비싼 값에 중계권을 사들인 방송사들은 기간, 월드컵에 전부 쏟아붓듯 달려들었지만, 적자를 피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KBS, SBS, MBC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월드컵이 개최되기 전부터 SBS가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7,500만 달러에 사들인 중계권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한 때를 노린 만큼 투자한 것으로 볼 수도 있었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총 광고 수익이 733억 원 수준이었고, 3사가 나눠 먹을 생각이긴 했지만, 기대에 너무 젖었던 겁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나 내수 경제 침체가 적자의 불씨를 당겼다고 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너무 월드컵에 집중한 편성과 프로그램 구성이 역효과를 나았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실제 방송 3사는 경기 중계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조차 월드컵으로 포장했고, 성적도 부진한 탓에 진 경기를 예능으로 다시 지켜봐야 할 동기를 부여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크게 노렸던 한 방이 물거품이 된 것인데, 무엇보다 경기의 느낌을 다시 전달하면서 재시청을 유도하여 이익을 얻는 것조차 적자를 막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방송사의 적자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고, 어느 것을 콕 짚어 원인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단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면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한국이 맞붙은 경기들의 광고를 모두 높은 광고 이익을 거두었다는 점입니다. 한국 경기인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이익률을 높일 구간은 있었던 겁니다. 그것을 지속하지 못했을 뿐이죠.
 
 


 나머지 구간의 상황이 좋든, 좋지 않든 방송사는 경기를 중계해야 합니다. 광고 수익이 저조한 경기를 중계해야 하니 투덜거릴만하지만, 이익을 높일 수 있었던 구간과 접근 방식이 같았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미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 한국 경기에 거의 전부를 집중한 탓이니 말입니다.
 
 애초 경기 시간이 한밤이나 새벽에 걸친 것이 아니라 새벽과 아침에 걸쳤습니다.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과 등교해야 하는 학생이 붙들고 봐야 할 여유가 없는 시간대였고, 달리 말하면 방송사로서는 중계권을 가져올 때부터 그다지 기대할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이 잘못된 건, 한국 경기가 아니더라도 콘텐츠로서는 손색없는 것이 월드컵 경기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나머지 경기들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가장 쓸만한 콘텐츠만 가지고, 가장 정형적인 방식의 미디어 전달을 한 것. 당연히 해당 콘텐츠가 잘 풀리지 않으면 이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경기, 이른 시간의 경기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울 수 있는 미디어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도 처음부터 다양한 시도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디어로서 얼마나 단편적으로 움직이는지 잘 보여줍니다. 가령 출근길에 경기 결과쯤은 구글 나우가 알려주거나 SNS나 커뮤니티 게시판을 들여다봐도 충분합니다. 축구광들을 위한 분석마저 전문가 못지 않은 블로그도 많습니다. 콘텐츠의 확대 재생산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고, 중계권을 가지지 않은 미디어에서도 콘텐츠를 쪼개어 자신의 이익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직접 중계권을 가지고, 훨씬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송사가 미디어에 대한 고민을 쉽게 한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으며,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포함된 여러 이유가 이를 살려주질 못했으니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고민은 더 깊게 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콘텐츠만으로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은 기술과 미디어가 빠르게 발전하는 현재, 낡은 생각입니다.
 
 


 덕분에 4강 대진표가 확정되고, 24년 만에 4강에 진출한 아르헨티나나 프랑스를 1:0으로 꺾고 올리간 독일처럼 이야기 요소가 강한 경기들도 크게 관심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딱히 다른 걸 준비하지 못한 방송사들이 할 수 있는 건 경기를 중계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다른 복합된 이유를 극복하고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새로운 미디어로의 접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비가 오는 날 잘팔리던 우산을 태풍오는 날 똑같이 챙겨나오는 방식을 벗어나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