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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팬택이 망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좁아진다?



 최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화두는 '팬택'입니다. 위험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긴 했지만, 이젠 이통사들이 손을 쓰지 않으면 살아날 가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살아나도 쉽지 않습니다. 필자는 이미 팬택이 살아나더라도 기존 경영 방식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고, 출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팬택이 망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좁아진다?
 
 화두여서 그런지 해당 내용에 대한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의견 중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팬택이 망하면 삼성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는 등 대기업 횡포가 시작될 것.'이었습니다. 3강 체제가 무너지니 선택지가 삼성과 LG로 국한되고, 이것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좁히리라는 얘기입니다.
 
 


 팬택 채권단은 이동통신 3사에 1,800억 원을 출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통신사들은 출자 전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거부한 것입니다. 채권단은 통신 3사에 기간 상관없이 결정하도록 재차 요구했으며, 만약 끝까지 출자 전환을 거부하면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살아난 후 생존 문제가 아니라 살아날 수도 없을 가능성이 짙어졌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팬택이 어려워지게 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나머지 2강인 삼성과 LG가 파이를 나눠 먹을 수 있고, 팬택의 협력사들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팬택이 자리한 큰 부분이 빠진다는 것만으로도 업계가 술렁일 수 있으니 걱정하는 의견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는 당분간, 그러니까 팬택이 어려워진 시점에서 길지 않은 시간의 일입니다. 또한, 현재 팬택이 어렵다고 해서 이후 삼성과 LG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여 횡포를 부린다는 우려도 과도한 것입니다.
 
 애초 반대로 생각해서 우려에 따라 제품을 구매했었다면 진작 위기론이 나온 시점에서 팬택은 살아났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던 건 결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며, 기본적인 시장 논리에 따라 팬택이 살아날 가망성을 잃은 것뿐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팬택을 살려줘야 한다? 짧은 기간의 우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순 있지만, 팬택의 지금껏 시장성을 돌이켜 볼 때 무엇을 위해 돈을 투입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가령 통신사의 보조금 탓에 팬택이 어려워졌고, 그러므로 통신사가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일부 요소에 불과하고, 팬택이 어려워진 주요 요인이라고 하긴 힘듭니다. 통신사가 딱히 도와줘야 할 의무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좁아질 수 있다는 건 어떨까요?
 
 


 삼성만 봐도 국내 점유율은 이미 70% 이상입니다. 그리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도 50%를 넘습니다. 이미 높은 점유율이고, 팬택은 이 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 와중에 LG는 G3를 내세워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어차피 그 사이 팬택이 낄 수 있는 공간은 이전부터 적었고, 이제 와서 다시 확대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당장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동향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중요한 건 그렇게 빠진 팬택의 자리를 삼성과 LG가 똑같이 찢어먹진 못한다는 겁니다. 현재 팬택의 상황을 보면 다른 제조사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유력한 업체는 레노버이며, 그 외 중국 기업들도 눈여겨볼 수 있는데, 레노버는 이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고, 진출이 까다로운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팬택을 사들이는 것이 이상적인 선택입니다. 누군가 인수한다면 시장에서 소멸하진 않겠죠.
 
 그리고 매각이 아닌 공중분해되더라도 낮은 점유율이지만, 애플이 여전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최근 소니가 Z2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다시 발을 내디뎠습니다. 얼마 전에는 10만 원대 보급형 제품인 E1도 출시하면서 여러 시도를 하는 상황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소비자 스스로 선택폭을 늘리고 있는 데다 삼성 외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는 겁니다. 물론 보조금 문제를 빼버릴 순 없겠지만, G3의 선방이 이를 방증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소니의 진출은 선택폭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소비자 동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삼성이나 LG가 그다지 더 큰 횡포를 부릴만한 연출을 하긴 힘듭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 상황이라는 겁니다.
 
 팬택 사용자들이 전부 소니 사용자나 아이폰 사용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팬택이 빠진다고 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격변하거나 삼성이나 LG의 스마트폰 전략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형태로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익숙한 상태입니다. 보통 1회 이상은 기기를 변경했을 만큼 스마트폰 소비도 익숙해졌습니다. 만약 삼성이나 LG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시장을 짓밟는다면 먼저 알아차릴 곳이 소비집단이며, 넓어진 선택권을 언제든 활용할 것입니다. 그 소비자 선택권에 팬택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건 지금껏 소비자들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이 상황이 우려되고, 삼성과 LG의 횡포가 두렵다면 주저 말고, 아이폰이나 Z2를 구매하길 바랍니다. 혹은 최근 대행 방식의 판매를 시작한 블랙베리 Q10은 어떤가요? 선택권은 얼마든지 있고, 전혀 좁아지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대, 기아 점유 상황을 놓고 비교하는 의견도 볼 수 있는데,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엄연히 다릅니다. 일단 가격과 교체 주기부터 차이가 나고, 소비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여 바뀔 수 있는 쪽은 스마트폰입니다. 가령 삼성이 플래그쉽 모델 중 희대의 망작을 내놓기만 한다면 1~2년은 모를 일이죠. 더군다나 국내 외제 차 판매량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만 생각해보아도 꼭 비교가 들어맞는다고 할 순 없습니다.
 
 소비자의 선택권만 지키면 됩니다.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괜한 걱정을 하는 대신 교체 주기가 다가온 시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나을지 개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는 팬택이 살아나든, 살아나지 않든,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좁아질 여지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