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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문어발 확장과 플랫폼은 다르다


 플랫폼, 즉, 기반 경쟁은 현재 전체 시장의 최대 화두입니다. 플랫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더라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보는 만큼 성장에 있어서 플랫폼은 뗄 수 없는 과제인 것입니다. 문제는 플랫폼 확장이 여러 분야로 뻗으면서 플랫폼이 서로 침범하게 된다는 겁니다.
 


문어발 확장과 플랫폼은 다르다
 
 보통 일정 구역에 특정 식당이 장사가 잘 되면 옆에 비슷한 가게가 우루루 들어서곤 합니다. 대개 이를 두고 상도덕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특정 식당에 사람이 몰리는 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간혹 그 식당을 밀어내는 식당도 등장하곤 합니다. 음식이 더 맛있거나 가게가 깨끗하거나 혹은 친절하거나 어떤 요소든 분명 경쟁에서 이긴 이유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식당을 밀어내는 경쟁력에 자본의 요소가 크게 껴버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한 때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위협하며, '대기업 순대'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자본을 내세운 문어발 확장이 사회 문제로 번졌습니다. 이런 문어발 확장이 이제는 기술 시장에서도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송금 서비스, 신용결제 서비스와 더불어 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한 메시징 서비스였던 카카오톡의 높은 국내 점유율을 들고, 여러 분야로 진출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카카오톡의 점유율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문어발 확장을 한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이런 카카오의 확장을 막아서지 못하면 더 크게 확장할 것이고, 고스란히 경제적 피해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카카오가 내세운 송금이나 신용결제, 택시 등이 결국에는 수수료를 부과하여 수익을 낼 텐데, 예를 들어 신용결제를 기반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처럼 배달 서비스를 내놓았을 때, 중계 수수료와 결게 수수료를 동시에 카카오에 지급해야 하고, 카카오톡의 점유율을 기반으로 사업을 한다면 그 여파가 클 것이라는 겁니다. 더불어 기존 배달앱의 입지를 카카오가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가정에 따른 의견입니다. 카카오가 배달 중계 서비스를 한다고 얘기하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카카오가 진출하는 분야가 늘면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를 문어발 확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카카오가 자본만 가지고, 기존 사업과는 전혀 연관성 없는 사업, 그러니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순대를 판매하기로 했거나 매장 수를 폭발적으로 늘린다면 문어발 확장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혹은 중소업종을 의도적으로 침범하여 계열사를 늘리고, 다른 업종으로 진출한다면 이또한 문어발 확장입니다.
 
 그런데 카카오는 순전히 기반 사업, 그러니까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처음 카카오톡이 등장했을 때 플랫폼의 넓이로는 광고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를 확장하여 카카오 게임이나 카카오 스토리 등을 내세웠고, 플러스 친구 등으로 넓혀놓았습니다. 서비스들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촘촘히 연결하며, 이를 토대로 송금이든 신용결제든 택시든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가령 여태까지 플랫폼을 확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택시 서비스를 한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냥 점유율만 높은 메신저였을 때 말입니다.
 
 비슷한 것으로 카카오는 야심차게 준비한 카카오 페이지를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하지 못했습니다. 자본이 부족한 탓에? 유료 시스템 탓에? 콘텐츠 부족 탓에? 어떤 것이든 이유가 되겠지만, 그런 이유를 물리고, 카카오톡과의 연결이 훨씬 유기적이었다면 어땠을까요?
 
 플랫폼은 단지 자본이 많다고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확실한 기반과 해당 기반을 통해서 어떤 서비스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확장할 수 있을지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고, 그저 잘 되는 식당을 따라서 비슷한 식당을 내놓는다고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력을 뛰어넘는 경쟁력이란 어느 시대든 있어왔으니까요.
 
 분명 자본의 차이가 난다면 경쟁력에도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경쟁력의 차이가 플랫폼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할 순 없습니다. 플랫폼은 영역이 좁든 넓든, 브랜드, 제품, 서비스가 시너지를 내도록 연결하여 수익으로 돌렸을 때, 이를 경쟁력이라 얘기합니다. 사업 크기에 차이는 있겠지만, 플랫폼의 경쟁력은 크기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며, 플랫폼 경쟁력 간 차이가 난다면 그건 자본력과는 다른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플랫폼 확장이 단순한 규모 확장과는 다른 이유입니다.
 
 고로 플랫폼은 크기와 상관없이 해당 기반을 설명할 수 있고, 기반을 토대로 확장했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그런 것과 전혀 관계없는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과는 거리를 둬야 합니다. 구분할 수 있어야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테니까요.
 
 


 플랫폼 확장을 무작정 옹호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이러나 저러나 플랫폼 사업에 가장 가깝게 접근해 있는 건 자본력을 가진 쪽이고, 이 자체가 완전히 변하진 않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위의 얘기를 이상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술 시장이 이전보다 커지고, 접근성도 올라가면서 플랫폼은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고, 비슷한 서비스라도 기반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되며, 그것을 차별화로 내세우는 지점에서 플랫폼 확장과 문어발 확장을 구분하지 않으면 전반적인 산업이 도태할 수 있습니다. 단지 한 가지 제품만 판매하면 되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기반을 판매하는 것이 시장의 주류가 되었으니 구분하는 건 당연한 것이죠.
 
 달리 말하면, 기반을 판매한다는 건 기반이 무너지면 모두 무너진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플랫폼 관점에서는 확장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자본만으로 밀어붙여 재벌 그룹의 크기를 부풀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계열사를 좌지우지하는 문어발 확장과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그것이 기반 경쟁이 화두인 이유이고, 기반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