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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드롭박스, '가격을 내린 건 아닙니다.'


 드롭박스 사용자는 3억 명을 넘었습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는 있지만, 그럼에도 사용자가 증가한다는 건 드롭박스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클라우드 경쟁이 심화하면서 드롭박스가 이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은 가격 경쟁에 주력하고 있는데, 드롭박스만은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습니다.
 


드롭박스, '가격을 내린 건 아닙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도 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업에 크게 투자한다는 점에서 드롭박스의 생존력은 엄청납니다. 거기다 같은 가격으로 100GB를 제공하는 드롭박스와 달리 1TB를 제공하는 구글 드라이브의 정책이 누가 봐도 좋은 것 같지만, 그래도 드롭박스의 사용자는 빠르게 늘었습니다.
 
 


 드롭박스의 CEO 드류 휴스턴은 지난 5월, 코드 콘퍼런스에서 '클라우드 가격 경쟁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렴한 서비스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나 드롭박스의 가격을 낮추진 않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필자는 지난 6월에 '드롭박스 사용자 3억 명, 넘어야 할 산은?'이라는 글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다른 서비스들이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만큼 가격을 낮추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유료 구독을 하도록 새로운 요소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드롭박스는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드롭박스가 생각하는 미래에 어떤 식이든 수긍할 수 있는 조각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얼마 전 드롭박스는 재미있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드롭박스는 지난 8월 말, 9.99달러에 제공하던 100GB의 용량을 1TB로 올렸습니다.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용량이 오르면서 실질적으로 가격이 내려간 효과를 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격은 가격 경쟁의 한 축으로 꼽혔던 구글 드라이브와 같은 가격입니다.
 
 휴스턴이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고 단언했으니 분명 가격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드롭박스의 이런 선택은 가격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구글이나 MS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스스로 '우리 경쟁력이 가격 조건에 맞춰질 만큼 떨어졌다.'고 말한 것이죠.
 
 


 드롭박스의 기업가치는 현재 100억 달러 수준. 하지만 이 가치는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도 늘어나는 사용자와 사용자들의 평가에서 이어진 겁니다. 그런데 드롭박스는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내다 버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드롭박스 사용자가 3억 명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유료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밝히진 않아서 3억 명에 의미가 있느냐 하는 의문이 이어지던 차였기에 드롭박스의 결정은 '유료 사용자의 감소'나 '구독의 둔화'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부족한 용량은 다른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병행하면서 드롭박스를 이용하는 무료 사용자는 많을 테고, 기업 사용자가 아니라면 유료로 이용하는 사용자가 적다는 걸 인지하게 한 순간 드롭박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구글이나 MS 말고도 아마존도 지난 7월에 내놓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인 소칼로(Zocalo)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비용은 1GB마다 0.03GB로 상당히 세분화했으며, 1TB까지 제공합니다. 그리고 MS가 현재 최대 2GB 파일까지 저장할 수 있지만, 소칼로는 5GB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드롭박스가 가격이 아닌 다른 활로를 찾기에는 여타 서비스의 경쟁력도 하루가 다르게 앞서가고 있습니다.
 
 결국, 드롭박스의 장점인 안정성과 범용성에 다른 걸 더하기보단 가격에서 해결하고자 결정한 겁니다. 그건 드롭박스가 이제껏 지닌 특별한 포지셔닝을 버리고, 정면에서 다른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경쟁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가격은 내리지 않았지만, 가격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드롭박스마저 가격 경쟁을 시작하면서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는 이제 다른 경쟁력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자사의 서비스를 주력으로 사용하게끔 차별화하기에 용량이나 가격은 이제 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속도나 협업, 범용성에 초점을 맞춘 차별화를 고민하고, 본격적으로 치열해질 것입니다.
 
 또한, 자체적인 하드웨어 판매하는 구글, MS, 아마존과 다르게 클라우드 스토리지만 제공하는 드롭박스는 가격 경쟁과 함께 별도의 장치도 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저장 공간이라는 특징보다는 플랫폼에 포함한 기능으로 인식되는 점을 드롭박스가 해결하여 경쟁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