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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저가 윈도 PC, 크롬북과 대결 될까?



 저가 윈도 PC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넷북을 거쳐 태블릿의 형태로 등장하기도 했죠. 넷북은 MIT 미디어랩이 리눅스 기반의 100달러짜리 PC를 후진국에 보급하기 위한 것으로 시작하여 MS가 윈도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넷북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에이수스가 초기 넷북 브랜드인 이PC(EeePC)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하면서 미니 랩톱이 아닌 저가 넷북은 종말에 이르렀습니다. 그게 작년까지입니다.
 


저가 윈도 PC, 크롬북과 대결 될까?
 
 이후 태블릿이 인기를 끌면서 PC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갔고, 태블릿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해지자 저가 태블릿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대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태블릿이었지만,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윈도 태블릿도 꽤 만날 수 있었죠. 기존 PC 시장이 저가 경쟁에서 고가, 성능 경쟁을 바뀐 것처럼 보였고, 저가 경쟁이 태블릿으로 이행된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복병이 된 것이 크롬북입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크롬북 판매량이 전년보다 79% 늘어난 520만 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습니다. 구글은 크롬북의 보급 확대를 노려서 인텔과 협력했고, 저렴한 크롬북은 쏟아졌으며, 교육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습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태블릿의 존재보다 거슬리는 것으로 가격을 경쟁력으로 교육이 아닌 다른 분야까지 침투했을 때 자신의 비즈니스들을 내놓아야 판입니다.
 
 이미 교육 시장에서 크롬북의 가능성이 입증되었기에 크롬북의 확산을 기대할 수 있고, 성장이 악화한 PC 시장에서 크롬북만큼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조사들도 크롬북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죠.
 
 MS는 계속해서 '윈도 PC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해왔고, 크롬북을 심각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에이수스는 이PC를 계승한 '이북(EeeBook)'을 공개했습니다. 굳이 분류하면 넷북입니다. 11.6인치 디스플레이, 인텔 아톰 프로세서, 2GB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가격은 무려 199달러입니다.
 
 지난달, HP도 199달러의 랩톱인 '스트림 14(Stream 14)'를 공개했었는데, 300달러 미만의 크롬북과 경쟁하기에 가격에서 부족하지 않습니다. 가트너는 2017년에 크롬북 판매량이 1,44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윈도 PC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이 예상이 빗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리눅스로 시작했던 넷북이 완전히 윈도를 위한 시장이 되었던 걸 생각해보면 크롬북을 위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저가 윈도 PC가 완전히 크롬북을 압도할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크롬북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틈새시장입니다. 태블릿 판매량이 늘어나고, 기존 PC 시장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간 시장을 파고든 제품인 겁니다. 그래서 크롬북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명확합니다. '웹을 위해 구매하는 PC'. 물론 앱 시장을 확대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긴 했지만, 인식 자체가 크게 변한 건 아닙니다. 그 탓에 중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윈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 윈도 생태계가 존재하기에 사용자는 저가 윈도 PC를 기존 생태계에 적용하고자 시도할 것입니다. 크롬북과 비슷한 가격이긴 하지만, 제품 선택의 전제가 다른 겁니다. 넷북이 그랬었고, 느린 부팅과 두툼한 무게, 제한된 확장성 등 윈도가 설치되었지만, 윈도 PC라고 하기에는 활용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윈도 8.1로 넘어오면서 어느 정도 개선되었고, 사양도 높아져서 이전과 똑같진 않겠지만, 그런 사정에서 저가 윈도 PC를 크롬북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다르지 않고,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가지고 소비자가 저가 윈도 PC를 구매한다면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되레 낮은 사양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크롬 OS와 최적화한 앱이 생산 중인 크롬북에 대한 기대감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합니다.
 
 저가 윈도 PC가 크롬북과 대결하여 짓누르기 위해선 '이 제품은 웹과 기본 앱을 위한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윈도 RT의 처지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돌이켜 보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윈도 PC의 가격이 크롬북과 비슷해지더라도 크롬북보다 훨씬 강력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해야 하고, 그걸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틈새시장의 크롬북이 아닌 넷북과 똑같이 태블릿과 경쟁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본격적으로 저가 윈도 PC가 줄지어 등장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저가 윈도 PC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크롬북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크롬북 점유율을 64.9% 차지하고 있지만, 스트림 14를 내놓은 HP도 6.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죠.
 
 결국, 가격이 내려간 윈도 PC라도 크롬북과 대결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단지 윈도를 설치한 것만으로는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이죠. 제조사가 크롬북의 비중을 줄일 수 있도록 매력적인 시장을 형성해야 하고, 매력적인 시장을 위해선 저가 윈도 PC의 포지셔닝을 명확하게 가져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