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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윈도폰' 버린 '윈도' 폰


 올해 2분기 윈도폰 점유율은 2.5%로 지난해 3.4%보다 떨어졌습니다.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며,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모바일을 놓아버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애플은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플랫폼 라인에 OS X 요세미티와 iOS 8에서 '연속성(Continuity)'을 내세웠으며, 구글은 '앱 인덱싱(App Indexing)'으로 크롬과 안드로이드의 통합을 노리고 있습니다.
 


'윈도폰' 버린 '윈도' 폰
 
 대부분 PC 점유율을 윈도가 쥐고 있지만, 애플이나 구글처럼 플랫폼 확장으로 소비를 유도하고, 수익을 올리는 방식에 MS는 꽤 고전하고 있습니다. 해당 소비자들이 윈도로 돌아올 이유는 그저 '윈도를 써야 할 때'뿐이니까요. 그것만 빼버리면 이들은 MS의 고객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가 모바일이죠.
 
 


 GeeksOnGadgets은 유출된 내부 문서를 통해 'MS가 노키아와 윈도폰 브랜드를 없애고, 윈도로 대체하려 한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 방침은 연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로고도 윈도폰이 아닌 윈도를 사용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영국 스마트폰 업체인 마이고(MyGo)가 내놓은 윈도폰인 ‘고폰(GoFone)'의 후면이 공개되었는데, 윈도폰이 아닌 윈도(Windows)만 표기한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윈도폰 브랜드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앞선 뜬소문이 고폰을 통해 증명된 것입니다. 고폰이 노키아의 그림자가 사라진 것까지 알려주진 않았지만, 노키아의 지위가 바닥인 만큼 제품명으로 사용하던 루미아를 대체 브랜드로 사용하면서 노키아를 빼버리고, 여기에 운영체제인 윈도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키아의 루미아'보다 '윈도의 루미아'가 시장에서 각인되기에 나은 선택이라는 데 이견도 없을 테죠.
 
 시장에서는 계속해서 윈도폰이라고 부르겠지만, 윈도폰이라는 브랜드가 아닌 윈도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는 의미가 강하고, 3개 나누었던 윈도의 구분을 없애겠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느냐는 다른 문제겠지만, MS가 하나의 윈도, 윈도의 스마트폰을 내세우려 한다는 건 잘 알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중요한 브랜드가 MS 전략을 직접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MS CEO 사티아 나델라는 지난 7월, '3개의 운영체제를 하나의 윈도 플랫폼으로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윈도폰 브랜드가 아닌 윈도를 사용하기로 한 결정도 이것의 하나로 보이며, 유출된 윈도 9도 통합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윈도 플랫폼의 통합이 데스크톱 앱을 윈도폰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그건 상당히 끔찍한 일이고, MS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는 조금 신빙성을 두고 지켜봐도 될 것 같습니다.
 
 독일 사이트인 WinFuture는 윈도 9의 테크니컬 프리뷰 스크린샷을 공개했습니다. 새로운 시작 메뉴와 알림 센터가 눈에 띄며, 훨씬 평평해진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구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변화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보면 윈도폰의 요소를 끌고 온 듯한 느낌입니다. 시작 메뉴도 메트로 스타일을 포함하고 있으며, 윈도 8.1보다 훨씬 3개로 나누면서 내세웠던 윈도의 룩앤필을 데스크톱 모드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인터페이스를 분리하여 강제하고자 했던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은 방향입니다.
 
 덕분에 윈도폰 앱을 윈도 9에서 사용하기에 이질감도 줄었습니다. 시작의 미니 메뉴를 런처처럼 활용하여 윈도폰 앱을 구동하거나 스냅뷰를 이용해서 배치하는 것도 그럴듯합니다. 구글이 크롬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말입니다.
 
 신빙성은 있습니다. 문제는 현실성이 없죠. 그렇게 활용할 만큼 윈도폰 앱이 경쟁력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모바일 앱을 윈도에서 실행할 만큼 윈도 데스크톱의 콘텐츠가 덜 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이질감이 줄었으므로 스냅뷰 스타일로 앱을 줄일 수 있고, 줄인 앱이 윈도폰에서 통합하여 작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물론 해당 방식을 그대로 MS가 채용하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MS가 얘기한 윈도 통합의 단서이자 핵심입니다. 필자는 MS가 구글보다는 애플처럼 통합하려 할 것이고, 클라우드가 중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윈도폰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클라우드를 내세운 통합은 당장 의미가 없습니다. 시장에 먹힐 일도 없죠. 대신 룩앤필을 맞춰 위에서 얘기한대로 통합했다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윈도 9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윈도폰 자체를 버리는 거라면, 그리고 나아가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 영역까지도 하나의 윈도로 통합하고자 한다면, 윈도 9의 변화가 '윈도' 폰이 될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죠.
 
 아직 윈도 9이 출시되기 전이므로 윈도폰까지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건 욕심이 지나치며, 구현 방식까지 내다보긴 어렵지만, 통합이 그곳에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MS의 고민은 원도 사용자들이 윈도폰을 사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맥과 크롬을 확장하는 것과는 다른 고민이고, 똑같은 대응으로 실패한 게 윈도폰입니다.
 
 이제 윈도폰은 스마트폰이 아닌 윈도의 전략에 들어갔습니다. 윈도폰을 따로 두는 것이 아닌 윈도 안에 스마트폰의 영역을 만들어 통합하겠다는 게 MS의 고민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처럼 모바일에서 앞서 나가긴 어려워졌고, 이미 커다란 플랫폼인 윈도를 내세우는 쪽이 영리하니까요.
 
 크게 뒤처졌지만, 따라붙으려는 윈도의 모바일 행보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