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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윈도 10의 담백한 통합


 윈도 9 따윈 없었습니다. 뜬금없게도 차세대 윈도의 명칭은 '윈도 10'. 8.1을 9으로 여길 수 있다면 무리 없지만, 명칭만으로 주목받을 만했습니다. '도대체 윈도가 어떻게 변했길래 9를 뛰어넘어 10이라는 명칭을 쓴 걸까?'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MS가 윈도 10의 테크니컬 프리뷰를 공개한 시점에서 버전 논쟁은 의미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윈도 10의 담백한 통합
 
 앞서 독일 사이트인 WinFuture는 테크니컬 프리뷰의 유출된 스크린샷을 공개했습니다. 메트로 스타일을 포함한 새로운 시작 메뉴와 평평해진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는데, MS는 '윈도폰' 브랜드를 버리기로 했고, 3개로 분리했던 윈도를 통합하기로 하면서 차세대 윈도의 윤곽은 잡혔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윈도인 '윈도 10'의 테크니컬 프리뷰를 공개했습니다. 윈도 10이라는 명칭 논쟁이 의미 없는 것이 된 건 분명 윈도 8과 비슷한 디자인을 했음에도 다른 느낌의 다른 운영체제라는 걸 알 수 있는 탓입니다. 그만큼 윈도 8보다 향상된 모습입니다.
 
 특징들을 보면 가장 먼저 '메트로 스타일의 시작 메뉴'입니다. 이전 윈도에서 채용한 시작 메뉴의 우측에 타일을 배치하여 앱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데스크톱 모드와 타일 모드로 분리하여 사용을 강요했던 것을 적절하게 합쳐 양쪽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한 곳에 끌어모았습니다. 어색했던 공존을 빼버렸던 시작 메뉴로 해결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스냅'입니다. 필자는 '윈도폰을 버린 윈도 폰'이라는 글에서 '시작의 미니 메뉴를 런처처럼 활용하여 윈도폰 앱을 구동하거나 스냅뷰를 이용해서 배치하는 것도 그럴듯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확실히 윈도 10의 스냅 기능은 강력해졌는데, 데스크톱 모드에서 작동하면서 화면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타일 보기 기능으로 최대 4개의 앱을 오고 갈 수 있도록 배치할 수 있습니다. 앱이나 모드의 구분을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겁니다.
 
 세 번째는 '컨티눔(Continuum)'으로 불리는 디자인입니다. 기존 윈도 8은 데스크톱 앱과 메트로 앱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사용하려는 앱이 메트로 환경만 지원한다면 메트로 모드에 접근하는 건 필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윈도 8.1에선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했으나 효율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윈도 10에서는 메트로 스타일 앱을 데스크톱 모드에서 구동합니다. 여타 데스크톱 앱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며, 중요한 건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 태블릿 모드, 그러니까 키보드를 분리하거나 혹은 뒤집어서 터치 환경만 이용하려 할 때 데스크톱에 띄워놓은 앱이 자연스럽게 태블릿 모드로 전환되며, 다시 키보드를 장착하거나 사용하려 할 때, 데스크톱 모드로 전환되면서 창 형태로 제공된다는 겁니다. 사용자가 직접 설정해야 했었던 번거로운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더 많은 특징이 있지만, 이 3가지가 윈도 통합의 핵심입니다. 3가지의 공통점을 보면 메트로 모드에 있던 걸 데스크톱 모드로 끌고 들왔다는 것이고, 이를 컨티눔 디자인으로 뭉쳐놓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윈도 10의 자연스러운 사용법을 그려볼 수 있죠. 시작 메뉴를 통해 데스크톱 앱과 메트로 앱을 동시에 실행하거나 스냅으로 함께 사용할 앱을 띄워두고, 밖에 나갈 땐 메트로 스타일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등 말이죠.
 
 윈도 8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데스크톱 모드와 메트로 모드를 뚜렷하게 구분했으면서도 사용은 양쪽 모두를 강요했고, 사용자가 이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메트로 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접근하도록 했으니 그만한 곤욕도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윈도 10는 아주 영리하게 메트로 모드의 기능을 데스크톱으로 옮겨 놓았고, 데스크톱 이용자라면 굳이 메트로 모드에 접근하지 않아도 데스크톱 모드에서 양쪽 기능에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냅을 통해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앱도 훨씬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죠. 폼팩터 간 구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애플이 '구분해놓은 OS X과 iOS'라면, MS는 '구분해놓지 않은 하나의 윈도'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서 기기와 앱 간의 연결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OS X은 OS X 스타일로, iOS는 iOS 스타일로 나아가면서 아이클라우드라는 구심점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나 윈도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윈도이며, 이 윈도를 통해서 기기와 상관없는 통합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애플처럼 폼팩터를 심하게 통제할 수 없는 탓도 있지만, 덕분에 여러 가지 크기와 디자인의 윈도라도 하나의 윈도로 통합하여 개인의 기기 선택폭을 넓히면서 통합한 윈도를 통한 구성원간 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OS 그룹 총괄인 테리 메이어슨은 윈도 10이 '가장 개방적이고, 협업한 프로젝트'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협업 과정이 윈도가 통합하면서도 3가지로 구분했었던 윈도 8보다 훨씬 많은 폼팩터를 수용하도록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가지를 구분하여 아이클라우드를 설명해야 하는 애플의 방식보다 더욱 깔끔하고, 담백한 통합입니다.
 
 


 윈도 10의 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엉킨 실타래를 풀었다.'가 가장 적절할 것입니다. 그만큼 기존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던 문제들을 상기한 3가지 기능으로 말끔하게 치워버렸습니다.
 
 물론 새로운 문제가 다시 생기긴 했는데, 윈도 8에서 다양한 폼팩터의 윈도 기기들이 쏟아졌지만, 그만큼 사라진 폼팩터도 많으며, PC 시장의 침체 여파로 제조사들도 소극적인 상황입니다. 윈도 10이 제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사라졌던 폼팩터를 다시 끄집어내야 하며, 폼팩터 사이를 넘나들어도 괜찮을 디자인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데스크톱과 메트로 사이의 간극은 메웠지만, 폼팩터 사이를 메운 것은 아니니까요.
 
 윈도 10은 내년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MS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