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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고프로와 HTC, 그리고 카메라와 경험


 오늘날 스마트폰은 소형 카메라와 같기에 카메라를 판매하려면 성능과 특징이 명확한 제품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두 개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죠. 그러므로 컴팩트 카메라 시장은 수요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러자 셀피(Selfie) 전용 카메라가 주목받았지만, 셀카봉의 등장으로 시장이 확장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고프로와 HTC, 그리고 카메라와 경험
 
 올해 IPO에서 가장 좋은 성적은 낸 기업은 어딜까요? 지난해부터 주목받은 알리바바도 성공적인 IPO라는 평가지만, 앞서 IPO를 진행한 고프로(GoPro)가 주인공입니다. 지난 6월 상장한 고프로의 주가는 3배 가까이 뛰었으며, 매출도 1년 만에 4배로 상승하면서 IPO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제품인 히어로 4(Hero 4)를 공개했습니다.
 
 


 사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건 히어로 4에 딸린 '히어로'입니다. 총 3종의 신제품을 공개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인 히어로는 가격 부담으로 액션캠에 진입을 고민하던 많은 소비자를 열광토록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불과 129달러의 이 제품은 1080p 30fps과 720p 60fps  영상을 지원하고, 광각 렌즈, 타임랩스 모드와 방수 기능, 3.9온스의 무게로 입문자용으로 더할 나위 없습니다.
 
 새로운 히어로 4의 블랙에디션과 실버에디션도 아주 잘 나온 제품이지만, 스마트폰보다 역동적인 활동에서 훨씬 좋고, 성능에 셀피용으로도 나쁘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저렴합니다. 국내 출고가도 16만 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액세서리를 포함하더라도 일체형 하우징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어 20만 원 안으로 액션캠을 갖출 수 있습니다.
 
 고프로가 신제품을 선보이자 당일 주가는 1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3가지 모델의 균형이 잘 잡혀있고, 액션캠의 접근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히어로가 시장에서 먹혀들 것으로 보인 탓입니다. 저가 액션캠 시장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대감이 커지기만 하던 중 HTC가 200달러의 1,600만 화소 카메라를 선보였습니다. RE 카메라입니다. 잠망경처럼 보이기도 하고, 파이프 장난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600만 화소에 146도 광각 렌즈, 방수 기능이 있으며, 블루투스 4.0과 와이파이를 탑재했습니다. 그리고 본체를 손으로 쥐면 카메라가 켜지도록 센서가 장착되었고, 마이크로 SD 카드 삽입구가 있습니다. 사용법은 간단한데, 버튼을 누르면 사진 촬영이며, 길게 누르면 동영상 녹화를 시작합니다.
 
 RE는 '라이프 카메라'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특이한 외형과 잡는 법도 일반 카메라와 다르지만,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하기에 꽤 적합한 모양입니다. 액정은 없어도 와이파이 다이렉트로 스마트폰에서 결과물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히어로도 똑같은 기능이 있으나 어쨌든 RE가 내세우는 라이프 카메라로서 금방 꺼내어 빠르게 촬영한다는 점에서 기존 카메라들과 전혀 다른 외형을 지닌 건 긍정적입니다.
 
 


 고프로의 히어로는 기존 고프라가 지녔던 액션캠 시장에서의 위치와 여타 카메라와의 차별화,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더 했습니다. RE는 기존 카메라들과 전혀 다른 조밀하고 작은 외형, 금방 촬영에 돌입할 수 있는 파지법과 센서,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더 했습니다.
 
 RE는 고프로가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이미 고프로를 겨냥한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고프로 제품보다 저렴하면서 생활이나 역동적인 활동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나름 기대할만했습니다. 그런데 고프로는 129달러의 일체형 하우징 제품을 앞서 선보이면서 특징을 명확하게 해야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시장에 거의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는 카메라 시장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셀피가 주목받으면서 특화한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나오거나 따로 카메라가 개발되는 등 돌파구 마련을 위해 여전히 분주하지만, 고프로는 액션캠이라는 특징을 잡아내어 고유의 영역을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액션캠 시장 점유율의 95%를 고프로가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HTC는 특이한 모양이지만, 저렴하면서 활동이나 셀피, 생활 등 여러 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저렴한 카메라를 내놓았습니다.
 
 고프로가 카메라 시장에서 아주 큰 파이를 가져갈 것이라거나 RE가 고프로를 겨냥하여 성공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둘은 살짝 다른 포지셔닝을 하면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으면서 기존 카메라가 제공하던 경험과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생활에 밀착한 형태로서 특화한 기능을 내세우기보단 '어떤 카메라'임을 분명히 하고, 경험 자체를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진 않습니다. 히어로든 RE든 셀피를 촬영할 수 있지만, 촬영하여 결과물이 나오는 단순한 카메라의 동작에 새로운 경험을 더 했다는 것, 그리고 가격에서 접근성을 높였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공통적인 핵심을 들고 나온 제품이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등장했다는 건 이들의 행보가 이후 스마트폰에 잠식당한 카메라 시장을 전혀 다른 시장으로 만들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가령 MP3 플레이어 시장이 축소하자 고성능의 휴대용 하이파이 플레이어나 휴대용 앰프가 주목받는 것처럼 말이죠.
 
 


 저가용 액션캠 시장으로 따로 분류하고 싶진 않습니다. RE는 히어로보다도 생활에 밀착한 형태이고, 고프로는 이보다 더 활동적인 영역에서 진가를 발휘할 테니 포지셔닝의 구분은 있어야 합니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카메라 수요를 당겨올 첫머리를 두 제품이 지니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각 카메라가 스마트폰과 다른 어떤 경험을 줄지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고민했다는 걸 알 수 있죠.
 
 이제 두 제품이 시장에서 단서를 드러낼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