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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6가 비싸진 이유


 꾸준히 구독해주시는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필자는 토, 일, 공휴일에 올리는 글은 상당히 가볍게 작성합니다. 구독자분들이 아니면 글을 읽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꾸준하게 읽어주시는 분들은 여태 써왔던 글들의 분위기나 내용을 이해하고 계시리라 생각하기에 그걸 전제로 작성하는 것이죠. 오늘도 일요일이긴 합니다.
 


넥서스 6가 비싸진 이유
 
 어제 블로그 유입 중 커뮤니티 사이트인 클리앙에서의 꽤 많은 유입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어제 작성한 '넥서스 6, 구글의 달라진 레퍼런스 전략'이라는 글의 링크가 걸린 게시물을 따라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확인 차 들여다봤던 것에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거나 내용이 없다거나 횡설수설이라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고 든 생각은 '주말과 공휴일에 가볍게 썼던 글들이 구독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을 때, 전달이 잘못될 수 있겠구나.'였고, 딱히 해당 커뮤니티의 반응이 신경쓰였던 것이 아니라 '구독자들을 대상으로도 안이했다.' 싶었습니다. 그다음은 해당 내용을 다시 풀어야겠다는 거였습니다.
 
 


 '넥서스 6, 구글의 달라진 레퍼런스 전략'이라는 글은 여태 구글이 넥서스 시리즈를 유지해왔던 전략과 달라진 넥서스 6의 전략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일단 이걸 다시 풀어야겠네요.
 
 HTC가 제작한 넥서스 원, 이어 삼성이 제작한 넥서스 S와 갤럭시 넥서스는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는 것 외에는 오직 제조사의 역량에 달린 제품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레퍼런스 제품이었지만, 마케팅이나 유통에 제조사가 크게 관여했었죠. 또한, 넥서스라는 제품명을 사용하면서도 제품 후면 로고는 '구글(Goolge)'을 내걸었습니다. 넥서스라는 브랜드보다 주목받는 안드로이드 제조사와 구글의 결합을 더 크게 내세웠던 겁니다.
 
 갤럭시 넥서스 이후의 LG가 제작한 넥서스 4와 넥서스 5는 다릅니다. 후면 로고부터 구글이 아닌 넥서스로 교체했으며, 마케팅과 유통에 LG가 거의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제작만 했을 뿐이죠. 그리고 두 제품의 가격은 기존 넥서스 시리즈 제품 가격보다 낮았습니다. 구글과 안드로이드 브랜드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넥서스는 그렇지 못했는데, 넥서스 4와 5는 가격을 낮추면서 넥서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구글이 직접 제품 전반에 관여함으로써 스마트폰에서의 넥서스 입지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넥서스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리를 어느 정도 차지하게 된 지금에 와서 나온 것이 가격이 오른 넥서스 6입니다.
 
 그렇다면 넥서스 6의 가격이 오른 것은 필연이었을까요? 이미 구글이 계획에 두었던 그림이었을까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안드로이드의 수장이 한 번 바뀌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에서 손을 떼고, 크롬을 총괄하던 선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까지 맡게 되었죠. 이는 지난해부터 필자가 안드로이드 전략에서 매번 중요하게 얘기했었던 부분입니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를 맡으면서 첫 번째로 꺼내 든 것이 '구글 에디션'입니다. 구글 I/O 2013에서 구글 에디션이 공개되기 전에 '넥서스 시리즈가 다수의 제조사에서 제작될 것.'이라는 뜬소문이 있었는데, 피차이가 선택한 건 이미 출시된 스마트폰 중 선정하여 구글 에디션이라는 명찰을 주고,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여 판매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따로 넥서스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하여 판매하지 않아도 순정 안드로이드를 원하는 소비자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넥서스 5가 아예 출시되지 않을 거란 예상도 있었죠.
 
 결국, 넥서스 5는 출시되었는데, 이는 구글 에디션과 다른 포지셔닝이었습니다. 구글 에디션이 기존 갤럭시 넥서스를 계승한 전략의 한 축이었다면, 넥서스 5는 보급에 주력한 순정 모델로서 넥서스 브랜드의 대중적인 인식 개선과 개발자 접근성을 위한 한 축이었던 거고(넥서스 4의 가격 위치도 비슷하지만, 디자인 등에서 넥서스 5는 제조사를 빼면 훨씬 구글의 독자적인 모델처럼 발전한 형태입니다.), 결과적으로 레퍼런스 제품이 한 가지가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게 되었으며, 넥서스라는 명칭을 단 레퍼런스 제품이라는 개념보다 넥서스라는 스마트폰 브랜드를 형성했다고 하는 쪽이 타당합니다. 이게 피차이가 2013년에 벌여놓은 일입니다.
 
 


 문제는 구글이 여기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구글 에디션을 일종의 레퍼런스 제품으로 밀어 넣기에는 넥서스의 보급을 줄일 수가 없고, 넥서스의 보급을 줄여서 구글 에디션을 레퍼런스로 내세웠다가 차질이 생기면 넥서스 브랜드를 다시 꺼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간극을 메울만한 장치가 필요했는데, 그 때 모토로라가 개발 중이었던 게 모토 X입니다. 필자가 지난 글에서 '넥서스 6가 모토 X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토 X가 시도했던 실험적인 위치까지 계승했다.'고 말한 진의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토 X는 비유하면 서자입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특허 소송을 위해 인수했으며, 모토로라에 제품 개발을 기대하고 있진 않았습니다. 대신 개발 역량을 당시 시장에 맞추기 보단 미래 목표에 두도록 했습니다. 모토 X, 아라, 모토 360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구글 아래에 있지만, 넥서스는 아닌 모토 X였는데, 이미 모토 X의 안드로이드 롤리팝 업데이트(당시 안드로이드 L)와 관련해서 구글 I/O 2014 이후 '모토로라가 차세대 6인치 넥서스 패블릿을 제작할 것.'이라는 소문은 있었습니다.
 
 상기한 것처럼 구글은 구글 에디션과 넥서스의 관계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제조사 제품들에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해봐야 넥서스의 가격이 낮으므로 구글 에디션의 매력이 떨어지는데, 이건 또 제조사의 저가 전략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모토로라가 차세대 넥서스를 개발할 것이라는 소문의 시작점이 이겁니다. 넥서스 4와 넥서스 5에서 넥서스 브랜드에 힘을 준 만큼 넥서스라는 브랜드를 통해 빠져나갈 구멍은 넓어졌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넥서스를 축소하거나 혹은 구글 에디션을 레퍼런스 축으로 인식도록 했을 때, 안드로이드 레퍼런스의 주도권을 갤럭시 넥서스처럼 제조사가 가지므로 구글이 주도권을 지니려면 넥서스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고히 했던 넥서스인데, 이건 이거대로 마찰의 원인이자 구글 에디션의 방해가 됩니다. 그런 고민의 상황에서 서자 위치인 모토 X를 넥서스로 포장하고, 가격을 올리면 넥서스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구글 에디션과 동일한 위치에 있게 되며, 제조사와 상관없이 레퍼런스라는 본질에 따른 제품을 구글이 내놓을 수 있습니다. 넥서스 4와 5의 가격을 낮추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였던 걸 이용한 겁니다.
 
 그리고 모토 X의 위치. 모토 X는 어중간한 사양에 비싼 가격으로 외면받은 제품이지만, 시장성에 중점을 둔 제품이라기보단 시장에 실험을 던져넣은 제품이었습니다. 전체적인 하드웨어 사양은 당시 출시한 고성능 제품들보다 떨어지고, 가격은 비슷했지만, X8이라는 커스텀 SoC(system on chip ; 시스템온칩)를 통한 센서 처리 기술을 내세웠습니다. 제품을 흔들어 카메라를 실행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고, 음성 인식을 동작하는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물론 시장에 통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의미가 없었는가 하면 넥서스 6에도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고, 음성 인식을 동작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기능 자체는 안드로이드에 탑재한 것이지만, 구글은 이를 실험하기 위해 모토 X를 이용했고, 넥서스를 이용할 순 없었습니다. 제조사를 통해서 제작한다는 점과 넥서스의 보급과 브랜딩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풀고 있는 제품을 실험적 제품으로 단가를 올리는 건 그만큼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지른 것이 모토 X의 위치를 넥서스로 옮기고, 넥서스의 가격을 올린 겁니다. 레퍼런스 포지셔닝을 구글 에디션으로 대체하면서 모토 X의 실험적인 포지셔닝은 넥서스로 대처하겠다는 게 구글의 전략입니다.
 
 그럼 남는 건 넥서스 4와 5 탓으로 영향을 끼쳤던 제조사들의 저가 전략이고, 구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원'을 공개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원은 100달러 수준의 스마트폰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 안드로이드 인증 프로그램이며, 넥서스와 마찬가지로 순정 안드로이드가 탑재됩니다. 그럼 교통정리가 끝납니다. 고성능의 레퍼런스는 구글 에디션, 저가 레퍼런스는 안드로이드 원, 실험적 위치의 구글 자체적인 레퍼런스는 넥서스로 말입니다.
 
 


 필자가 '넥서스 6, 구글의 달라진 레퍼런스 전략'에서 얘기했던 레퍼런스 전략은 좁은 의미의 넥서스 6만 조명한 것입니다. 앞서 구글 에디션과 안드로이드 원에 대해서는 얘기했었던 바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어제 받았던 비판을 돌이켜 보면서 하나의 글에서 최대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제공하자는 생각을 한 게 자기반성이고, 저 스스로 불찰이었다고 돌이켜봅니다.
 
 적어도 필자가 넥서스 6에 대해 얘기했던 건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