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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인박스, 이메일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메일을 편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되레 스마트폰과 온갖 서비스의 등장으로 받아야 하는 이메일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덕분에 전체 이메일 사용량도 증가했고, 이메일을 주로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의 스마트폰 메일함은 버려야 할 것들로 쌓여갔죠.
 


구글 인박스, 이메일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보스턴 글로브는 지난해 이메일과 관련한 기사를 썼습니다. 2012년 전 세계 하루 평균 약 1,140억 건의 이메일이 전송되지만, 이 중 61%가 불필요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68.8%가 스팸 메일이라며, 문제메시지나 전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보다 활용하지도 않는 서비스고, 이메일이 더는 편리한 수단이 아닌 불필요한 메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구글은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인 '인박스(Inbox)'를 출시했습니다. inbox@google.com으로 메일을 보내면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쉽게 설명하면, 지메일과 구글 나우의 결합입니다.
 
 인박스는 핵심은 자동으로 이메일을 분리하고, 분류하여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업무 메일과 쇼핑 정보, 서비스 지원 메일을 알아서 관리해준다는 것이죠. 스팸 메일을 분류하던 것보다 좀 더 앞선 기술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이 '번들'(bundles)'입니다.
 
 다른 기능인 하이라이트(Highlights)는 중요한 정보, 그러니까 일정이나 사건 알림 등 현재 웹에서 공유되는 정보가 이메일에 있다면 데이터를 분석하여 해당 정보를 강조하여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리마인더(Reminders)'를 통해 알림을 작성할 수 있고, 필요한 상황에 맞춰 해당 정보를 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스누즈(Snooze)로 리마인더에서 작성한 알림을 재설정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인박스는 이메일과 이메일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강조하여 이를 사용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건 이메일의 분류는 '어떻게 진행되며, 데이터를 분석하여 강조하는 것에서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는가?'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중요한 이메일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까?'라는 것이죠.
 
 


 보스턴 글로브의 보도처럼 메일함의 대부분이 불필요한 이메일입니다. 꼭 스팸만이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전달받으려고 신청한 뉴스레터로 쓸모없는 정보가 절반 이상이고, 가끔 중요한 정보가 전달되는 등 말입니다. 그러면 분류가 쉽진 않습니다. 해당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수신자를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 내용에 따라 개인이 판단하는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이메일을 놓치지 않고 분류하거나 반대로 필요하지 않은 이메일을 중요한 이메일로 분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명 불필요한 이메일로 불만을 느끼고, 이를 해결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용자는 많으므로 인박스가 대안이 될 순 있겠지만, 개인의 판단 영역에 인박스가 적용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사용자가 직접 분류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면밀히 분류하기 위해 해당 이메일의 데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것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즉, 구글 나우가 겪은 문제를 인박스도 똑같이 겪게 되는 것이고, 중요한 이메일을 완벽히 잡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앞서 G메일에는 자동 분류 메일함이 존재했고, 해당 기능은 '사용자와 메시지의 상호작용', '메시지의 단어', '라벨 표시', '대화명' 등으로 이메일을 분석하여 중요한 이메일을 따로 보관하게 했습니다. 그 방식이 발전한 형태가 따로 서비스로 내놓은 인박스인데, 자동 분류 메일함은 알고리즘만으로 완벽하게 분류할 수 없기에 수동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지만, 인박스는 핵심 기능만 떼놓았기에 자동으로 분류하는 것에 맡겨야 하는 서비스입니다.
 
 인박스가 어느 수준에서 이메일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지 회의감이 드는 이유입니다.
 
 


 흥미로운 서비스이긴 합니다. 이메일 사용에서 가장 불만스러웠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으니까요. 단지 방향성과 함께 기존 이메일 사용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고민이 더욱 필요하고, 이메일의 양은 늘었지만, 필요성은 줄어든 만큼 기존 이메일 서비스의 개선보다는 이메일의 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낫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메일 계정도 늘어났지만, 대개 서비스 가입을 위해 생성된 계정이거나 계정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더미로 만든 것들 입니다. 실제 일상이나 업무에서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은 전체 계정에서 매우 소수가 되었죠.
 
 인박스가 중요한 이메일을 놓치지 않게 하는 방향보다 줄어드는 이메일 사용자를 놓치지 않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