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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글래스, 극장 착용 금지가 아쉬운 이유


 구글 글래스가 갈 길은 여전히 멉니다. 호텔 예약 앱, 피트니스 앱, 전용 SNS 등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지만, 사생활 보호 논란이나 실용성 등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중화를 위해서 꼭 해결해야 할 부분이죠. 구글 글래스가 설 자리를 찾기 위해선 말입니다.
 


구글 글래스, 극장 착용 금지가 아쉬운 이유
 
 지난 7월, 영국의 영화출품자협회는 극장 내 구글 글래스 착용을 금지했습니다. 구글 글래스를 이용해 영화를 불법으로 유통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처지이며, 종료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지만, 안경처럼 착용하는 새로운 물건에 대한 인식을 쉽게 바꾸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미국입니다.
 
 

via_Brigham Young University


 미국영화협회와 전미극장주협회는 극장에서 웨어러블 기기 착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구글 글래스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 카메라를 통해 우려를 나타낸 기기는 구글 글래스가 독보적이므로 구글 글래스는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사실 지난해 미국에서 극장 안에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들어간 사람이 쫓겨난 일도 있었고, 극장뿐만 아니라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이나 술집도 생겼습니다. 문제는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도 대처 방안은 나오지 않고, 결국에는 극장 내 착용 금지라는 정책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분명 우려를 표하는 건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필자도 구글 글래스를 비판하면서 했던 얘기가 '착용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정면에 서 있는 사람이나 누군가 시선을 마주친 순간 상대방의 기분이 충분히 나빠질 수 있고, 오해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구글 글래스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이나 혹은 카메라를 장착한 안경, 만년필 등도 영화 녹화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착용자가 아무리 촬영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거부해버리면 착용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웨어러블은 계속 착용하면서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고, 특정 상황에서는 벗어놓을 수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구글 글래스가 평범한 제품은 아닙니다. 되레 영원히 평범해지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영화를 본다는 건 꽤 특수한 상황입니다.
 
 


 미국영화협회와 전미극장주협회가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영화를 감상하는 순간까지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여 알림을 받고, 메시지를 읽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구글 글래스를 종료한 채 영화를 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안경의 테두리도 거슬리는 마당에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상태로 영화를 감상하고 싶은 사람은 긱이거나 도수가 있는 구글 글래스를 착용했거나 정말 촬영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사람일 겁니다.
 
 이 점이 필자는 매우 아쉽습니다. 극장에서 구글 글래스 착용을 금지한다는 건 꽤 강경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영화 감상이라는 극장 본연의 벗어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지,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구글 글래스를 항상 착용하고 싶은 긱이나 도수가 있는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사용자는 다른 안경으로 바꿔 써야 합니다.
 
 핵심은 '구글 글래스 사용자'입니다. 상기했듯이 구글 글래스 사용자는 특정 상황에서 구글 글래스를 벗어놓을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착용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영화 감상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다가가려면, 한순간도 구글 글래스를 내려놓을 수 없는 긱이나 중독자나 도수가 있는 구글 글래스 착용자가 아니고선 구글 글래스를 벗는 것이 덜 불편합니다.
 
 무엇보다 영화 감상 중에도 구글 글래스 배터리는 계속 사용하고, 일반적인 영화 상영 시간은 구글 글래스 배터리 시간보다 약간 짧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실험에 따르면 보통 3시간 정도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영화 상영 후에 구글 글래스를 사용할 생각이 있는 사용자라면 영화 감상 중에는 벗어두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특정 상황임에도 정책으로 구글 글래스 착용을 금지하는 건 구글 글래스에 대한 인식을 악화합니다. 예의 있게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조차 구글 글래스를 착용했다는 것만으로 매도할 수 있을 만큼 영향을 줄 수 있죠. 구글 글래스 사용자가 아닌 구글 글래스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진다는 건 제품의 가능성을 굉장히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설사 해결 방안이 나오더라도 인식 변화를 달래기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 것입니다.
 
 


 간혹 영화 보는 도중에 환하게 스마트폰을 켜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웹 서핑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걸 보고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스마트폰을 금지해야 해!'라고 말하진 않습니다. 구글이 말한 것처럼 구글 글래스와 스마트폰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단지 활용법이 다른 제품군이기에 똑같은 시선을 보낼 순 없습니다.
 
 다만, 제품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기능의 작은 부분인 녹화 탓에 인식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렇게 극장 착용 금지라는 푯말까지 박혀버린 것이 아쉽습니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의 다양한 활용법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야겠지만, 구글 글래스가 긱들만의 제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인식 개선에 집중해야 합니다.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