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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마이크로소프트 밴드, 패션보다 실용


 구글은 모토로라를 통해 개발한 스마트 워치인 모토 360을 출시했고, 애플은 애플 워치의 출시를 내년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의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해결하느라 웨어러블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야 할 윈도폰의 성적이 좋지 않았으므로 우선순위가 구글이나 애플과 달랐던 거죠.
 


마이크로소프트 밴드, 패션보다 실용
 
 MS는 차세대 윈도인 '윈도 10'을 공개하면서 '윈도 10이 스마트폰, PC, 서버는 물론이고, 사물인터넷도 포함할 운영체제'라고 소개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갈 길이 먼 MS지만, 시장 대응을 위한 준비는 착실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 중 하나인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MS는 '마이크로소프트 밴드(Microsoft Band)'로 명명한 밴드 형태의 스마트 워치를 공개했습니다. 모습은 삼성이 내놓은 기어핏과 비슷하며, 직사각형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습니다.
 
 비슷한 밴드형 제품으로는 나이키의 퓨얼밴드나 핏빗 플렉스, 얼마 전 레노버가 출시한 스마트밴드 SW-B100 등이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는 여타 밴드형 제품과 달리 GPS를 내장하여 직접 달린 거리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가격은 199달러로 경쟁 밴드형 제품보다는 비싼 것 같으나 GPS를 내장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비교적 비싼 편은 아닙니다. GPS 외 심박 센서, UV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탑재했으며, 인텔리전스 엔진(Intelligence Engine)을 이용해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건강 관리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는 윈도폰과 함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폰과도 앱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자체적인 플랫폼이 없는 업체라면 당연하겠지만, MS가 여러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물론 윈도폰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다른 플랫폼에 걸치는 것으로 볼 순 있지만, 그렇다면 웨어러블보다 먼저 할 것이 있는데, MS는 그것보단 빠르게 웨어러블을 출시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는 애플이나 구글의 그것과는 다른 방향입니다.
 
 


 웨어러블 시장에서 강조한 게 패션입니다. 초기에는 어떤 기능을 어떻게 탑재해야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맞춰 웨어러블 개념이 생겼지만, 이는 다시 어떻게 착용하느냐의 문제로 넘어왔습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사용자 취향에 맞는 웨어러블 기기여야만 대중들의 접근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애플은 애플 워치를 통해 다양한 옵션을 선보였고, 패션에 대한 접근을 여느 업체보다 깊게 다가갔습니다. 똑같은 애플 워치지만, 개성에 따라 여러 디자인의 시계를 고르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한 겁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이 나쁜 건 아니지만, 패션에 대한 접근의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옵션으로 소비자들의 개성에 영향을 주기보단, 되레 퓨얼밴드의 위치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초기 웨어러블 시장은 웨어러블 기기의 용도에 주목했고, 발전하면서 용도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되자 패션 영역으로 접근하면서 현재 웨어러블 시장이 되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는 초기 웨어러블 시장에서 등장할 법한 개념의 제품입니다.
 
 그렇다고 MS가 현재 웨어러블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탓은 아닐 겁니다.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며, 현재는 스타벅스와 협력하여 마이크로소프트 밴드에 저장한 스타벅스 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신 제품을 주목하게 하는 방향을 초기 방식에서 잡은 것입니다.
 
 웨어러블이 패션에 주목해야 하는 건 직접 착용해야 하는 탓이고, 애플은 스마트 워치를 마치 기존 시계처럼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기능이나 용도는 스마트 워치지만, 제품을 고를 땐 사용자의 개성에 맞춰 고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패션 요소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개성이든 뭐든 의미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는 아예 패션 요소를 배제하고, 기능적인 부분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 소비자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패션 요소보단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판단이거나 실용적인 제품을 착용하게 하는 것이 패션 요소를 강조하는 것보다 직접적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답이 무엇이라고 단정할 순 없으나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MS는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를 계속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직사각형 형태를 유지할 생각이라면 디자인에서 시계보단 밴드형으로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그건 시계 관점에서 기존 시계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기능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쉽게 말하면 덜 무리하는 것이겠죠.
 
 경쟁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플 워치의 출시도 지켜봐야 하므로 MS와 애플의 웨어러블 접근 방식을 꾸준히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점이 될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밴드는 출시 후 빠르게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그 반응이 과연 패션 요소를 집어넣은 웨어러블 제품들과의 대결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