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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슬랙이 협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협업 도구는 많습니다. 전통적인 이메일도 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으로 에버노트나 드롭박스 등의 도구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협업 효율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했죠. 이메일은 짧은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직관적이지 않고, 에버노트는 노트 서비스이며, 드롭박스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입니다. 통합한 협업 환경을 제공할 도구들은 아닙니다.
 


슬랙이 협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통합한 협업 환경을 제공하는 협업 도구가 없는 건 아닙니다. 가장 잘 알려진 건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체인지 서버(Exchange Server) 서버입니다. 다만, 서비스 측면에서 꼬집어 보면 현대적이지 않죠. 그래서 좀 더 세련된 협업 도구로 에버노트가 드롭박스를 선택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룹에 적합한, 효율적인 협업 환경을 만들긴 어려웠습니다. 적합한 회사가 있더라도 그렇지 않은 회사도 분명하게 나타났으니까요.
 
 


 슬랙(Slack)은 생겨난 지 고작 반년된 회사지만, 협업 도구의 끝판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 전에 큅(Quip)이 잠깐 주목받았다면 슬랙은 날아오른 셈입니다. 6개월 만에 1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달성한 슬랙은 Re/Code에 따르면, KPCB(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와 구글 벤처스의 공동 투자로 1억 2,000만 달러를 추가 조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투자 시장 최대 화두인 드롭박스가 설립 3년 동안 720만 달러를 조달했었다는 걸 돌이켜보면 슬랙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습니다.
 
 워드프레스가 업무에 슬랙을 이용하고, 창업자인 맷 멀런웨그도 슬랙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더니 벌써 3만 개의 팀을 확보했고, 25만 명의 사용자 중 29%인 7만 3,000만 명이 유료 사용자입니다. 재미있는 건 회사들이 기존 협업 방식을 내버린 채 슬랙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을 슬랙에 더하여 협업을 통합하는 것에 호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슬랙의 기본 기능은 여타 협업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메시지를 주고받고, 문서를 공유하는 등 당연하다면 당연한 기능들입니다. 되레 문서 작성에 특화한 에버노트나 큅이 더 직관적이어 보이기도 한데, 슬랙은 어째서 주목받는 것일까요?
 
 


 슬랙의 핵심은 협업의 방식을 바꾼 것에 있지 않습니다. 방식을 슬랙으로 통합하고, 슬랙을 중심이 두는 훨씬 넓은 범위의 협업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슬랙은 기본 기능과 함께 외부 서비스를 끌어들이기에 탁월합니다. 드롭박스, 행아웃, 페이퍼트레일, 사운드 클라우드 등 온갖 서비스를 슬랙과 통합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그룹에 걸맞은 협업 환경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픈 AP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인데, 결과적으로 슬랙을 외부 앱을 통해 확장하고, 별다를 것 없는 기본 기능, 채팅이나 문서 공유 등이 하나로 이어진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슬랙이 제시하는 건 협업에 새로운 방식을 더하는 것이 아닌 통합하여 협업의 판도는 바꾸는 것입니다. 외부 서비스들이 계속 늘어나더라도 슬랙과 통합할 수 있다면 협업 도구를 바꾸거나 병행하지 않아도 협업 환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용자 경험이 모일수록 슬랙은 협업 환경의 중심으로 이동하겠죠.
 
 이것이 슬랙의 기업 가치가 폭발적으로 오른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이 협업에 대한 고질적인 고민, 교체와 유지, 그리고 BYOD 트렌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부풀어 올랐는데, 실제로 여러 서비스를 슬랙으로 통합하고, iOS, 안드로이드, 웹 등 각종 플랫폼에서 작동하다 보니 직원들이 개인기기를 활용하기에 이메일보다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The Verge는 슬랙이 이메일을 죽일 거라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이메일을 통한 소통을 관리하는 것보다 슬랙에서 나눈 채널을 통해 소통하거나 외부 인력을 협업에 포함하여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메신저 앱이나 SNS로 업무 관련 소통을 하려는 직원의 보안 수준을 높이기도 탁월하겠죠.
 
 협업에 대한 트렌드는 풍부하게 나왔지만, 쏟아지는 협업 도구 중 이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적용할 수 있는 도구가 없어서 어려웠던 것을 슬랙은 잘 파고 들었습니다.
 
 


 물론 슬랙이 완벽한 협업 도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굳이 슬랙을 활용하지 않고, 기존 협업 도구만으로 해결하거나 협업 도구가 없어도 협업을 잘하는 회사는 찾기 쉬우니까요. 그러나 협업 도구가 필요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BYOD나 모바일 동향에 지친 회사라면 슬랙은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아마 슬랙과 비슷한 통합 협업 플랫폼을 지향하는 서비스는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협업 방식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판도가 바꾸고, 그 경계를 뚜렷하게 만들어 놓은 게 슬랙이라는 겁니다.
 
 적어도 일반 소비자 시장과 구분 지은 협업만을 위한 도구로서 가치를 보였다는 점이 슬랙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