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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테일러 스위프트와 스포티파이, 불법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사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지난주, 새로운 앨범인 '1989'를 발표했고,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었습니다. 본래 높은 앨범 판매량으로 유명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전체 앨범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죠. 음원 다운로드도 성장을 멈췄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스포티파이, 불법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사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보면,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의 음원 다운로드 매출이 13~14%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원 판매가 줄어든다고 해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돈을 지급하고 음원을 구매하던 소비자 중 불법다운로드를 시작한 사람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영향을 준 건 스트리밍이겠죠.
 
 


 USA투데이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인기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에서 음원을 삭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빅 머신 레코드와 스위프트의 요청에 스포티파이는 라이브러리에서 스위프트의 노래를 제거했고, 이는 앨범의 판매 촉진을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스포티파이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스위프트가 다시 스포티파이에 돌아오길 바란다는 게시물을 게재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그녀가 다시 마음을 돌려 새로운 음악 경제를 구축하는 데 동참해주길 바란다.'면서 '팬들이 언제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아티스트는 불법 복제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며, 그것이 자신들이 수익의 70%를 음악 커뮤니티에 지급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분명 스포티파이처럼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이 앨범 판매에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스포티파이의 주장은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불법 복제를 줄이고, 대신 스트리밍에서 나온 수익은 아티스트에게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빅 머신과 스위프트의 결정에 '이제 그녀의 노래를 불법다운로드하는 행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듣던 음악을 소유하고 싶다고 판단하여 앨범 구매를 하는데, 그걸 막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의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스위프트의 결정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앨범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과거에도 불법 복제는 존재했지만, 비율로 봤을 때 불법 복제의 증가보다 앨범 판매가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높은 앨범 판매고량을 유지하던 스위프트이기에 앨범 판매 하락에 더욱 민감할 수 있고, 원인이 스트리밍 서비스인 건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당 방법이 앨범 판매량을 올릴 수 있는 최선은 아니죠.
 
 스포티파이는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스위프트의 Love Story라는 곡의 가사를 인용한 '#justsayyes'라는 해시태그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앨범 판매와 불법다운로드,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와 관련한 새로운 음악 경제에 대한 대중적인 고민이 점화한 것입니다.
 
 


 스포티파이가 70%의 수익을 음악 커뮤니티에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많은 금액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스포티파이가 밝힌 바로는 4,000만 명의 전체 이용자 중 유료 가입자는 1,000만 명이고, 나머지는 무료 이용자입니다. 1년 만에 1,6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이 중 유료 가입자가 된 건 400만 명이며, 서비스를 지속할수록 유료 이용자보다 무료 이용자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매출은 증가했지만,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음원 저작권료 지급에 투자금 대부분을 쓰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딱히 도둑질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문제는 불법다운로드를 저지할 순 있겠지만, 합법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도 음원 시장에서 발생하는 전체 매출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레이블이나 아티스트로서는 스트리밍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으니 불법다운로드가 늘어나더라도 스트리밍보단 앨범 판매에 제고하려는 방법을 쓰는 게 수익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민입니다. 스트리밍으로 불법다운로드를 줄인 만큼 스트리밍에서 나온 수익을 나눌 것인가, 불법다운로드를 놔두더라도 한 장의 앨범이라도 더 판매하여 수익을 올릴 것인가. 사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불법다운로드가 사라지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스트리밍은 불법다운로드를 줄일 방법이 될 수 있는데, 앨범 판매만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좀 더 가능성 있는 방법은 스트리밍 수익을 늘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스트리밍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게 아닙니다. 여태 불법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의 관계, 이 탓으로 발생한 앨범 판매 감소에 대한 심층적인 담론은 없습니다. 단지 음악 산업이 디지털 음원 판매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전부였고, 그 중간에서 불법다운로드가 제대로 감소했는가, 감소했다면 스트리밍 수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새로운 음악 수익 모델로서 아티스트와의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가에 대해 얘길 한 적이 없습니다. 기존 디지털 판매와 비교하여 스트리밍의 수익 구조를 만들었을 뿐이니까요.
 
 적어도 스위프트 혹은 스포티파이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변하고 있는 음악 시장에서 불법다운로드 탓에 서비스와 아티스트가 대립하지 않고, 풀어나갈 방안을 논의하며, 음악을 듣는 대중도 동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필자가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스포티파이의 #justsayyes 캠페인은 꽤 성공적입니다. 스포티파이 사용자뿐만 아니라 스위프트의 팬이나 이미 앨범을 구매한 구매자들까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새로운 음악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자리 잡아야 할지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의견에 답해야 하는 건 빅 머신과 스위프트입니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justsayyes 트윗은 '지금은 2014년'이라는 겁니다. 2014년에 어떻게 음악을 듣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방식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방식에 다가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물론 옳지 않은 방식이라면 다가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스트리밍이 옳지 않은 서비스는 아니죠.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팬들이 그녀가 다시 스포티파이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는 겁니다. 더 저렴하게 음악을 듣기 위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음악을 듣는 방식, 시대가 변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