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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마이크로소프트, 드롭박스 제휴로 본 플랫폼 방향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로운 윈도 플랫폼의 중심으로 오피스를 내세웠습니다. 널리 쓰이는 오피스 제품군을 이용하여 윈도 판매를 제고, 플랫폼을 확장하는 전제로 활용할 생각이었고, 이를 방증하는 것이 원드라이브(OneDrive)'입니다. 오피스와 원드라이브를 연결하여 오피스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원드라이브를 이용하고, 이것을 윈도 플랫폼 확장 전략으로 삼았던 거죠.
 


마이크로소프트, 드롭박스 제휴로 본 플랫폼 방향
 
 그러나 MS 뜻대로 일이 풀리진 않았습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는 매우 많으며, 생산 방식도 오피스만 집중하던 시대를 벗어났습니다. 플랫폼이 모바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덜떨어진 것이 돼버리죠. 그런 점에서 드롭박스나 박스, 구글 드라이브는 원드라이브보다 잘나가고 있으며,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를 기축으로 문서 도구를 기업과 교육 시장에 빠르게 보급하고 있습니다.
 
 


 MS와 드롭박스가 손을 잡았습니다. 드롭박스는 그렇다 쳐도 MS의 그간 행보를 보면 의아한 협력인데, 모바일이나 웹에서 오피스를 이용할 때, 문서의 저장 공간으로 원드라이브와 함께 드롭박스를 기본 저장 공간으로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됩니다.
 
 기능은 몇 주 안으로 iOS와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에 적용되며, 2015년 상반기에 웹에도 추가할 계획입니다. 해당 협력 탓인지 드롭박스는 여태 없었던 윈도폰과 윈도 태블릿용 드롭박스 앱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개발과 함께 윈도 모바일 환경도 품을 예정입니다.
 
 드롭박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드롭박스는 이미 350억 개의 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이 저장된 공간이다.'라면서 '당신이 당신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MS와 협력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오피스 문서를 드롭박스에 저장하여 사용하던 것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라 오피스에서 드롭박스로 접근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린 것이 전부입니다. 정확히는 더 많은 오피스 문서가 저장된 저장 공간을 오피스와 합칠 뿐이죠.
 
 그렇다면 MS는 오피스와 원드라이브의 연계를 포기한 것일까요? 포기하지 않았더라도 원드라이브를 축소하는 방향이 아닐까요?
 
 


 MS의 결정은 여러모로 의미가 큽니다. 일단 자사 제품군만 묶어서 구축하려 했던 플랫폼을 훨씬 유연하게 바꿨습니다. 오피스를 중심으로 외부 서비스를 연결하고, 오피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했죠. 윈도 플랫폼을 오피스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피스 자체를 확장할 수 있게 전환한 겁니다.
 
 그리고 이런 확장을 전제로 오피스 이용자가 늘어나게 되면 기본 저장 공간인 원드라이브의 접근도 늘릴 수 있습니다. 드롭박스를 계속 사용하는 이도 있겠지만, 오피스 문서는 오피스가 아닌 드롭박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드파티 앱으로 접근했던 이용자가 MS의 오피스 앱에 접근할 여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원드라이브에 득입니다. 드롭박스가 말한 것처럼 애초에 드롭박스에 오피스 문서를 저장하는 이용자는 많았으니까요. 드롭박스 탓으로 원드라이브가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작은 상태였죠.
 
 MS에 이런 플랫폼 확장은 이전에는 없던 것입니다. 이전에는 자사 제품 간 연결 고리를 강화하여 윈도 플랫폼에 종속하는 방식이었다면, 드롭박스와의 협력으로 외부 확장을 통해 외부 사용자가 오피스 플랫폼에 머물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윈도 플랫폼을 공고히 하는 방향입니다.
 
 또한, 윈도만 아니라 iOS와 안드로이드도 지원하는데, 이미 타 모바일 플랫폼용 오피스가 나온 시점에서 당연한 순서가 된 것이겠지만, 윈도 플랫폼을 직접 확장하는 게 아닌 윈도 플랫폼 내 각 기반을 개별적으로 확장하여서 윈도 플랫폼을 강화하겠다는 걸 방증합니다. 윈도만을 위한 오피스가 의미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입니다.
 
 


 그동안 MS는 이런 모습을 가끔 보여주긴 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부임한 후부터입니다. 그래서 달리 말하면 나델라 이후 MS의 전략이 드롭박스와의 제휴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면 스티브 발머 시절에는 애플과 비슷했지만, 나델라가 등장하면서 되레 구글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구글과 똑같은 전략이라는 게 아니라 구심점이 자신들만의 커다란 울타리를 만드는 것에서 여러 울타리를 이어서 전체 울타리를 크게 만드는 쪽으로 이동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오피스 외 다른 MS 제품군의 전략이 이와 얼마나 비슷하게 흘러가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플랫폼 강화 방향을 잡은 만큼 틀어졌을 때는 드롭박스와의 협력도 힘을 잃을 테니까요.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