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라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웹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를 제공하지만, 직접적인 수익 활동이 아닌 웹 발전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체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쓰고 있는데, 2004년부터는 구글을 파이어폭스의 기본 브라우저로 사용하여 대부분 수익을 냈습니다.
모질라와 야후, 손잡다
당연하게도 모질라의 파이어폭스와 구글의 크롬은 경쟁 관계입니다. 따지고 보면 구글은 강력한 경쟁자의 운영을 그간 도왔던 것입니다. 물론 웹 발전에 모든 걸 쏟아붓는 모질라이고, 그만큼 구글이 얻는 혜택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관계는 파이어폭스가 출시된 지 10년간 유지되었습니다.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는 야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야후가 앞으로 5년 동안 파이어폭스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자리하도록 제휴했다고 밝혔습니다. 구글의 자리를 야후가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번 제휴를 통해 야후는 오는 12월부터 미국에 한해서 파이어폭스의 기본 검색 엔진이 됩니다. 러시아는 얀덱스(Yandex), 중국은 바이두(Baidu)가 이전처럼 기본 검색 엔진으로 자리합니다. 정확한 계약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지난 3년간 구글은 모잘라에 연 3억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모질라 CEO 크리스 비어드(Chris Beard)는 야후를 선택한 이유가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것이라며, 파이어폭스로 1,000억 번의 검색이 이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떨어지는 점유율입니다. 넷애플리케이션의 조사를 보면 지난 10월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은 13.91%로 9월보다 0.27%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크롬은 0.06%포인트 상승하여 21.25%를 기록했습니다.
구글과의 계약은 2011년에 3년 동안 9억 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체결했고, 그동안 크롬의 점유율은 높아지면서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은 낮아져 구글이 다시 계약을 연장할지는 큰 관심사였습니다. 구글은 2011년에 모질라와 계약하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웹의 발전에 있다.'고 밝혔지만, 웹에서 크롬의 영향이 커지자 계약을 연장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모질라는 크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야후와 손을 잡기로 하고, 비어드의 선택과 집중의 의미도 그곳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질라와 야후가 손을 잡은 건 좋지만, '그래도 검색은 구글이 좋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검색 성능이 압도적으로 좋긴 합니다. 대신 둘의 제휴로 기대할 수 있는 건 파이어폭스의 기본 검색 엔진의 성능이 아닙니다.
먼저 모질라는 경쟁사인 구글을 벗어나 독자적인 웹 발전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동안 모질라 매출의 90%는 구글이 쥐고 있었습니다. 그게 모질라의 목표를 크게 가로막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글에는 크롬이 있으므로 시장 상황에 맞춰 충분히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건 계약을 연장한 2011년에도 나왔던 우려이며, 언제까지 구글과 마주 볼 수 없는 모질라로서는 새로운 파트너가 꼭 필요했습니다. 이른 시일에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자금줄을 쥐고 있는 구글에 휘둘릴 판이었으니까요.
이제 모질라는 야후와 손을 잡았기에 경쟁하는 상황에서 손을 잡는 게 아닌 서로 보조해줄 수 있는 상황, 혹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너지에 따라서 모질라도 웹 발전에 전념하기 수월해질 것입니다. 야후가 지속해서 지원해줄 가능성이 높아지니 말입니다.
야후도 이번 제휴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야후는 미디어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과 이를 통한 광고 수익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검색을 통한 유입을 늘려야 하는데, 검색 시장을 구글이 잡고 있는 탓에 자사 콘텐츠를 강조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파이어폭스를 통해 검색을 늘릴 수 있다면 외부에서 트래픽을 끌어당길 수 있고, 달라진 야후를 선보이기에도 좋습니다.
애초에 야후도 자체적인 브라우저로 구글처럼 효과를 보려고 시도했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제 파이어폭스라는 활로를 찾았습니다. 비어드가 말한 1,000억의 검색 수를 고스란히 야후가 가져올 순 없더라도 그저 모질라만 좋아하라고 하는 제휴는 아닌 겁니다.
그렇기에 크게 보면 모질라나 야후나 구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리사 메이어가 구글의 임원이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죠.
구글이라는 자금줄이 언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모질라는 브라우저에 광고를 탑재하고자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개선하고자 했지만, 야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5년 동안 둘의 관계가 웹으로든 미디어로든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만 있다면 모질라의 불안감도 크게 해소될 것이며, 야후도 이득을 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모질라와 야후의 제휴가 웹 발전의 새로운 한 걸음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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