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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100달러 윈도 태블릿, 넷북처럼 멸종할 것


 태블릿이 넷북 영역을 완전히 차지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레노버, 에이서, 에이수스 등의 제조사가 저가 랩톱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가격 경쟁에서도 넷북을 밀어냈습니다. 구글의 크롬북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어중간한 성능과 기능의 넷북은 자연스럽게 소멸하고 있습니다.
 


100달러 윈도 태블릿, 넷북처럼 멸종할 것
 
 MS는 윈도 RT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저가 윈도 태블릿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제조사에 무료로 개방한 윈도 8.1 위드 빙을 통해 저가 윈도 제품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제조사들도 빠르게 100달러 수준의 태블릿을 내놓았습니다. 가격이 낮다면 그만큼 보급에 탄력이 붙을 테고, MS는 이를 기회로 삼을 생각입니다.
 
 


 지난 9월, 도시바는 119.99달러의 윈도 태블릿 '앙코르 미니(Encore Mini)'를 공개했습니다. 7인치 1024x600 해상도 디스플레이, 1GB 메모리, 16GB 저장공간, 2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탑재했고, 구매 시 오피스 365 1년 구독권과 원드라이브 1TB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같은 9월, 중국 제조사인 피포(PiPO)는 81달러의 윈도 태블릿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지난달 출시했습니다. 실제 가격은 81달러를 넘어선 100달러 수준이지만, 8인치 1280x800 해상도 디스플레이, 인텔 베일트레일 쿼드코어 프로세서, 1GB 메모리, 16GB 저장공간을 탑재하여 앙코르 미니와 비슷한 사양입니다.
 
 그 밖에 HP나 레노버, 이펀, 에이수스도 저가 윈도 태블릿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MS는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에 대응책으로 저가 윈도 태블릿에 공격적이고, 제조사들도 MS에 움직임에 맞춰 다양한 저가 윈도 태블릿을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전체 태블릿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8.9% 증가한 2억 4,770만 대일 것으로 예상했고, 2015년은 2억 9,140만 대로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년 성장 폭이 올해보다 높다는 건데, 그 이유로 꼽은 게 저가 태블릿입니다. 태블릿의 성장에 저가 제품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이 나왔으니 MS의 선택도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100달러짜리 윈도 태블릿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출시한 제품들의 사양만 보더라도 윈도를 구동하기 위한 최소 사양 수준입니다. 간단한 문서 작업이나 동영상 재생, 웹, 스카이프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건 윈도를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원하는 건 저런 간단한 걸 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므로 PMP 대용으로 구매하는 것도 좋고, 교육에 활용하거나 저렴하게 가정용으로 구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낮은 가격이 윈도라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건 아닙니다.
 
 기존 윈도로 하던 활용은 태블릿으로 할 수 없고, 제품 사양도 받쳐주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태블릿 생태계를 잘 형성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매력적입니다. 제품 선택에서 가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벽이 존재하죠. 이는 과거 넷북이 겪은 것과 똑같습니다. 분명 넷북은 등장과 함께 날개 돋힌 듯 팔렸습니다. 그러나 결국에 외면받게 된 건 아이패드의 등장도 있지만, 교체 주기에 따라 소비자들이 다시 넷북을 선택하지 않은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왜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태블릿이라는 대체품이 있어서? 정확히는 태블릿이라는 대체품이 있어서가 아니라 넷북으로 제대로 하지 못한 걸 태블릿으로 할 수 있었고, 또는 나은 사양의 랩톱을 구매하는 게 생산성 효율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냥 저렴한 게 전부인 것이 넷북이었습니다.
 
 저가 윈도 태블릿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앱 생태계가 있지도 않고, 기존의 윈도 생태계를 그대로 옮겨 놓지도 못합니다. MS도 그걸 이해하는지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무료로 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이해했다면 윈도 생태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오피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나을 듯싶은 언뜻 이상한 조치지만, MS의 생각은 오피스 사용을 늘리고, 오피스를 태블릿으로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교체 주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윈도 태블릿을 구매하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에 저가 윈도 태블릿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 하면 과연 7~8인치 저사양 태블릿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싶은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넷북이 줬던 끔찍한 사용자 경험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는 넷북을 써보지 않은 소비자일 게 분명합니다.
 
 윈도라서 문제라는 게 아니라 윈도인데도 할 게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태블릿에서는 윈도보다 안드로이드가 더 안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저가 안드로이드 제품이 윈도 태블릿보다 낫다는 것보다 윈도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가 태블릿 시장에서도 어려운 걸 저가 시장에서 만회하는 게 가능할까는 의심과 넷북의 멸종 이유가 저가 윈도 태블릿에도 그대로 보인다는 겁니다.
 
 


 한 가지 짚으면 저가 윈도 태블릿이라 말한 제품들은 상기한 100달러 수준의 태블릿을 말합니다. 그 이상의 중저가 제품 중에는 상당히 잘 나온 제품도 많으며, 사용자 경험도 심각하게 해칠 만큼 사양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단지 100달러 수준의 태블릿들이 넷북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필자는 100달러의 윈도 태블릿이 꽤 팔릴 거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넷북처럼 교체 주기에 따라 계속 소비하는 제품이 아닌 멸종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라고 봅니다. 대신 기대할 수 있는 건 더 나은 경험의 윈도 태블릿으로 소비자가 옮길 수 있다는 것이며, 본문은 저가 윈도 태블릿이 실패작이라 게 아닌 넷북처럼 멸종할 것이라는 데 맥락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위치의 제품군을 MS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끌고 갈 지 궁금합니다. 저가 태블릿을 위한 생태계를 확장하기보단 윈도 태블릿 보급으로 고가 태블릿으로 랩톱을 대체하는 쪽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