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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유가에 울고 웃는 테슬라가 내린 결단


 필자는 테슬라가 준비 중인 거대 배터리 공장을 얘기하면서 '배터리 교체 서비스와 연결할 때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아직 공장이 지어지진 않았으니 먼 일로 생각했을 뿐이었죠. 그런데 앞당겨질 모양입니다.
 


유가에 울고 웃는 테슬라가 내린 결단
 
 테슬라는 전기차 업체이지만, 에너지 산업을 동시에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애초에 에너지 산업의 하나로 테슬라를 설립했으니 맥락이 같을 수밖에 없죠. 문제는 출렁하는 유가 탓에 에너지만 내세워서는 절대 안정적인 회사로 보일 수 없다는 것이며, 지난주는 이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유가 하락 여파로 테슬라 주가는 7개월 만에 200달러 선이 붕괴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주춤했던 주가가 유가 하락만으로 우려가 몰려 하루 6%까지 하락한 날이 있을 만큼 심각했습니다. 분석가들은 테슬라를 매수해야 하는지, 매도해야 하는지 연일 의견을 내놓았죠.
 
 전기차를 생산하니 원유 가격에 따라서 시장 변동이 올 것으로 생각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엔진 차 시장이 성숙한 단계에서 연료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 전기차를 탈 이유가 없어 보이니까요. 하지만 이는 굉장히 단편적인 시각입니다.
 
 사실 당장 유가 하락과 테슬라의 상관관계는 그리 깊지 않습니다. 전기차를 생산하지만, 테슬라는 아직 저가 모델을 내놓지 않았죠. 테슬라의 성장 여부에 저가 모델이 걸린 만큼 결국에는 나오겠으나 현재 주력으로 하는 모델S는 중산층 고객을 겨냥하고, 전기라는 에너지보다 테슬라가 내세우는 사용자 경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여태 테슬라 외 전기차 업체가 성공하지 못했던 것과 지난해 컨슈머리포트가 모델S에 99점이라는 최고 점수를 매긴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컨슈머리포트의 평가를 보면 되레 전기에 초점을 맞춰 '오랜 충전 시간'을 단점으로 꼽았으며, 7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을 지적했습니다. 반면 전기차의 특징인 소음을 장점으로 두었고, 핸들링과 승차감에서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무엇보다 지난주 떨어진 테슬라 주가에 대해 몇몇 분석가들이 지적한 '유기 하락에 전기차 대신 낮은 연비의 자동차에 고객이 눈을 돌린다.'는 의견이 무색하게 '하이브리드카를 앞서는 연비'를 장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더군다나 테슬라를 지적하기 시작한 이후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까지 하락했다는 걸 보면 유가 하락과 전기차의 연관성이 짙다고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나중에 테슬라가 저가 모델을 내놓으면 상황이 달라지는 게 아닌가?'
 '저가 모델을 출시하면 유가 변동에 따라서 언제든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질문과 우려를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 말이 '테슬라는 충전소에서 무료 충전을 제공한다.'입니다. 연료 가격보다 인프라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 테슬라는 BMW와 협력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충전 비용을 무료로 유지한다고 했을 때, 인프라만 확충한다면 소비자는 유동적으로 연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기름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줄어들지 않았는데, 그런 시점에서 테슬라를 중요한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테슬라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다음 주부터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0초 만에 배터리를 교체하는 기술을 시연한 바 있지만, 아직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해당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짓기로 한 기가팩토리 가동은 미래의 일입니다.
 
 교체 시간은 시연 당시보다 조금 느립니다. 안전성을 위한 것으로 시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지만, 문제점들을 해결한다면 1분 미만으로 교체할 수 있으리라 테슬라는 설명했습니다. 그럼 충전이나 주유보다 훨씬 빠른 속도입니다.
 
 그리고 테슬라가 강조한 것이 요금입니다. 기존 충전소는 무료지만, 배터리 교체에는 가격을 책정하기로 한 것인데, 설명으로는 고급 세단에 가득 주유하는 것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급 세단이라는 점이 두리뭉실하지만, 이는 주유보다 빠른 속도와 낮은 금액을 언급함으로써 에너지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직접 말하는 것입니다. 유가 변동과 관계없이 자동차의 성능만 두고 비교해달라는 의미죠.
 
 결정적으로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에서 요금을 받겠다는 점과 이후 지어질 기가팩토리를 생각했을 때,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도 좋은 수였습니다. 이런 얘기가 돌았던 지난 19일에 테슬라 주가는 6% 상승했고, 다음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200달러 선도 회복했습니다.
 
 


 테슬라의 이번 발표는 배터리 교체 기술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실제 도입할 서비스임을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며, 그와 함께 유가 탓으로 발생할 앞으로의 문제를 막아내기 위한 좋은 카드입니다.
 
 물론 이렇더라도 유가 변동에 맞춰 테슬라 주가는 계속 요동치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얘기이고,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에도 아주 좋은 미끼니까요.
 
 단지 그것이 테슬라의 전기차 산업을 위협한다고 볼 순 없습니다. 그것만은 확실하고, 테슬라의 결정이 확신을 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