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2014년, 3명의 훌륭한 기술 업체 CEO


 기술 업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여느 회사보다 중요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동향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그만큼 의사 결정에 빠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동향이 중요한 시장이므로 포지셔닝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을 때 되돌아가기 쉽지 않죠.
 


2014년, 3명의 훌륭한 기술 업체 CEO
 
 2014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기술 업계에서 여러 사건과 사고가 있었고, 남은 시간도 조용하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연말을 근심을 덜고 보낼 수 있게 된 3곳의 기술 업체는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근심을 덜 수 있도록 한 CEO 3명을 뽑아봤습니다.
 
 


 첫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입니다.
 
 서버 비즈니스와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총괄했던 나델라는 스티브 발머의 뒤를 이어 올해 초 MS의 CEO로 취임했습니다. 그는 여느 기술 업체와 똑같이 모바일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고, 모바일의 개미지옥에서 발버둥 친 MS의 동아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증명한 것이 되었습니다.
 
 나델라는 무작정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개발하거나 운영체제를 손보는 등 원초적인 부분에서 시작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늦었다는 걸 인정한 겁니다. 그래서 주력하게 된 것이 멀티 플랫폼 전략입니다. 자사 소프트웨어 제품과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타사 운영체제인 iOS와 안드로이드에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입지를 마련한 겁니다. 이를 이후 윈도폰 전략에 포함하겠지만, 당장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윈도 PC의 사용자 경험을 다수가 이용하는 모바일 환경으로 옮겨 경험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전의 MS라면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전략이죠.
 
 이를 통해 MS 제품 경험을 소비자들이 모바일에서 충족할 수 있다면 PC의 경험을 모바일로 확장하여 다시 윈도폰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마지막 단추를 먼저 끼우기보단 첫 단추부터 차례대로 천천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전략에 성공하기 위해선 당연히 윈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MS는 차세대 PC 운영체제인 '윈도 10(Windows 10)'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윈도 10은 윈도 8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하나로 통합한 운영체제에 데스크톱, 터치 인터페이스, 모바일 환경을 모두 포함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멀티 플랫폼 전략이 성공적이라면 다시 윈도 플랫폼으로 모바일을 노려볼 여지가 생깁니다. 이걸 1년 만에 다진 인물이 나델라입니다.
 
 이것이 MS에 좋은 상황임을 주가도 보여주는데, 30달러 선에서 맴돌던 주가는 올해 50달러 선을 회복했습니다. 5년 만의 일입니다.
 
 

via_Vogue


 두 번째 CEO는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입니다. 2012년부터 야후 CEO를 맡은 메이어지만, 지난해까지 야후는 스타트업 인수와 모바일 앱 개편 등 사업을 정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전체적인 규모를 줄이면서 실적을 방어했죠. 이는 야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M&A로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야후가 살아날 방도를 마련하기 위한 기나긴 준비였고, 야후는 올해 실적에 탄력받으면서 최근 투자사들과의 마찰도 이겨내고, 독보적인 경영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메이어가 아니고선 야후를 이끌 수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야후가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한 장본인입니다.
 
 야후는 모바일 앱을 통해 유입을 늘렸고, 늘린 유입을 미디어 사업으로 유지했으며, 유지한 것으로 검색 광고 실적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얼마 전 파이어폭스 기본 검색 엔진으로 야후를 사용하겠다는 모질라와의 5년간 제휴를 성사시키기도 했고, 야후가 덩치를 줄인 것뿐만 아니라 매출 증가가 가능해졌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되레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메이어가 취임한 직후만 하더라도 야후 주가는 18달러 선이었습니다. 10달러 선도 곧 붕괴할 것이라는 분석과 메이어가 시한폭탄을 맡게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현재 야후 주가는 50달러 선을 돌파했습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적어도 그녀가 해낸 것은 분명합니다.
 
 


 세 번째 CEO는 블랙베리의 '존 첸(John Chen)'입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블랙베리 임시 CEO를 맡으면서 매각 상대를 찾던 블랙베리가 다시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한 인물입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첸의 업적이 모두 설명되었다고 할 수 있죠.
 
 블랙베리는 매각 상대를 찾고 있었지만, 중국 기업 외 마땅히 블랙베리가 있어야 하는 기업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에 매각하자니 캐나다 정부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블랙베리는 거의 마지막 수단으로 특허를 미끼로 유혹했는데, 이 탓으로 특허를 빼고 나면 블랙베리라는 회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위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첸은 빠른 의사 결정으로 개발 제품을 상품화하고, 남아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아직 블랙베리는 여력이 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그런 뒤 신제품인 패스포트와 클래식의 출시를 예고했고, 두 제품 모두 발매와 함께 매진을 기록하면서 블랙베리의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물론 이는 실마리에 불과하고, 블랙베리가 가야 할 길은 달려야만 하는 길입니다. 다만, 지옥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갈 길이 열렸다는 것만으로 작년의 블랙베리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펼쳐진 건 첸이 지휘봉을 맡은 지 1년만의 일입니다. 흡사 파산 직전의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가 아이맥을 내놓은 모습과 같았죠.
 
 이제 어떤 새로운 블랙베리 제품을 선보일지 기대하는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