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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윈도 10으로 얘기한 것


 이미 윈도 10의 모습을 테크니컬 프리뷰 유출로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이번 MS의 발표가 그리 놀랍지는 않을 겁니다. 유출 내용이 외형뿐만 아니라 기능이나 통합 방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 되레 홀로그렘 기술을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에 증강현실 기술로 구현한 홀로렌즈(HoloLens)가 더 시선을 끌 만한 것이었습니다.
 


MS, 윈도 10으로 얘기한 것
 
 하지만 윈도 10을 평범한 차기작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구난방의 윈도 8과 다르게 윈도 10은 목적이 명확하고, MS도 제품으로 증명하고자 여러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MS는 21일, 미국 레이몬드에서 윈도 10을 공개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윈도 10은 기존 유출된 모습과 다르지 않았는데, 타일 인터페이스와 통합한 시작 메뉴, 앱의 창모드, 레이아웃을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는 스냅, 새로운 작업 보기 버튼 등을 핵심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밖의 가상비서인 코타나 탑재,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대체할 새로운 브라우저, 윈도폰도 주목할만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이벤트에서 중요하게 봐야 했던 건 유출되지 않은 MS의 새로운 윈도 정책이었습니다. 윈도 10이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것이라거나 오피스 365처럼 구독 방식이 될 것이라는 등 많은 추측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고, MS는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윈도 8.1 사용자 외 윈도 7과 윈도 8 사용자까지 무료 범위에 포함한 것입니다.
 
 이번 이벤트는 일반 소비자용을 대상으로 했기에 기업용 윈도 10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을 내걸었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미 무료 업그레이드 방식은 스마트폰에서는 당연한 것이 되었고, 애플이나 구글은 PC에도 적용하여 기존 사용자가 차기 운영체제로 빠르게 이행하게 함으로써 경쟁 플랫폼의 사용 경험을 좁히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본래 윈도는 높은 점유율을 지위로 삼아 경쟁 플랫폼의 전략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위치였습니다. 그럼에도 무료 정책을 낸 것은 포지셔닝이 위협받고 있다는 걸 인지했다는 의미이며, 과거의 무료 패키지 등의 전략과 현재 무료 전략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MS가 윈도 10으로 얘기한 건 단순한 변경 점이 아닙니다.
 
 


 '오직 클라우드', 달리 말하면 '패키지의 종말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어도비는 이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 ; CC)로 모든 제품을 클라우드로 이행했습니다. MS도 오피스를 통해 클라우드 가능성을 보았으며, 윈도 10은 MS가 어도비처럼 클라우드로 완전히 이행할 것을 예고한 윈도입니다.
 
 MS 운영체제 부문 총괄 임원인 테리 마이어슨은 '윈도 10을 서비스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그렇습니다. 많이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꾸준히 유지하고, 제품 품질을 계속 향상하는 것이 윈도가 직면한 과제라는 거죠. 물론 이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지원 서비스였지, 서비스 제품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마이어슨은 '윈도 10을 구독 모델로 삼진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구독으로 가격을 책정하지 않더라도 윈도 10을 서비스 제품으로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는 필수입니다. 여기서 윈도 7, 윈도 8, 윈도 8.1을 모두 업데이트에 포함한 이유도 캐낼 수 있는데, 기존 윈도 사용자를 모두 클라우드 범위로 끌어들이고, 클라우드 방식의 지원으로 전체 윈도 플랫폼의 파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윈도 XP와 비스타의 윈도 8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긴 했으나 의미가 다르죠. 무료라는 점과 이행의 목적이 말입니다.)
 
 CC나 오피스에서 알 수 있듯이 클라우드 지원의 장점은 동일한 가격 정책을 유지하면서 최신 버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사용자의 제품 구매 시점을 없애버리고, 교체 시기에 구애받지 않도록 하여 제품의 지속적인 사용을 늘린다는 데 있습니다. MS가 윈도 XP를 처리하기 위해 몇 년을 사용했는가 생각하면 아예 지원 종료를 맞은 윈도 7까지 무료 정책에 포함하여 지원 방식을 완전히 클라우드로 바꾸겠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죠. 윈도의 제공 형태가 서비스로 완전히 바뀌는 지점인 것입니다.
 
 또한, 윈도 10은 통합 운영체제를 표방했는데, 태블릿이나 스마트폰과의 연동뿐만 아니라 Xbox 앱을 탑재하여 Xbox 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브라우저인 코드명 스파르탄도 웹 브라우징만 하는 것이 아니라 MS의 서비스, 가령 원노트에 필기를 하고, 이를 원드라이브로 연동하여 다른 기기에서도 볼 수 있는 등 곳곳에 통합 개념을 두었습니다.
 
 통합을 위해서는 클라우드가 필요하고, MS는 빠르게 이행할 수 있도록 무료 정책을 내놓은 겁니다. 나아가 윈도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얘기할 수 있겠죠.
 


 당연하게도 기업용 윈도 10의 정책에 따라서 MS가 원하는 것처럼 이전 윈도의 모든 파이를 당겨올 수는 없으리라 봅니다. 다만, MS가 구상한 윈도의 미래를 윈도 10으로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게 중요합니다. 아마 윈도 10을 출시한 시점부터 윈도 10과 클라우드 전략에 대한 얘기는 지겹도록 듣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윈도 8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기존 윈도를 완전히 청산하려는 방안이 윈도 10에 담겨있기도 합니다. 이후 차기 윈도는 현재의 이행 방식을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높죠.
 
 이제부터 지켜볼 것은 MS가 내놓은 새로운 윈도 정책이 기존 윈도 사용자를 가둬놓을 묘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타 플랫폼으로 넘어갈 단초가 될 것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