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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라이트가 메신저를 통합한 이유


 지난해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앱에서 메신저 기능을 분리하여 '페이스북 메신저' 앱에 통합했습니다. 분리에 대한 이용자의 반발은 있었지만, 정책을 펼친 후 4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5억 명을 돌파하면서 사용자 분산에 성공했습니다. 페이스북 앱에 많은 기능이 몰리면서 앱이 무거워졌고, 그에 따른 불만을 메신저 앱 분리로 일부 해결했다는 것이죠.
 


페이스북 라이트가 메신저를 통합한 이유
 
 페이스북의 앱 분리 정책은 메신저에 그치지 않고, 그룹 기능도 독립 앱으로 출시했습니다. 그룹에 게시한 정보가 뉴스피드에 노출되는 특성상 메신저처럼 페이스북 앱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페이지 관리자 앱처럼 그룹을 관리하거나 그룹을 많이 이용하는 사용자를 분리하기는 충분했습니다. 그 밖에 올해도 슬링샷(Slingshot)이나 룸(Rooms)처럼 독립 앱을 늘릴 계획이라고 페이스북은 말했습니다.
 
 


 페이스북은 경량화한 페이스북 앱인 '페이스북 라이트(Facebook Lite)를 출시했습니다. 현재 방글라데시, 네팔,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 국가의 구글 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페이스북 라이트는 안드로이드 2.2 이상의 스마트폰에서 모두 작동하며, 2G 네트워크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앱의 용량조차 70MB의 페이스북보다 매우 낮은 252KB입니다.
 
 출시 국가와 특성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듯이 페이스북 라이트는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앱이고, 저가 스마트폰에 맞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추진 중인 'Internet.org'의 확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Internet.org는 아직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전 세계 75%의 사람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로 페이스북 외 삼성, 퀄컴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인터넷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저가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 성과를 거뒀습니다.
 
 모바일 시장 분석 업체 앱 애니(App Annie)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베트남 등의 신흥 시장에서 앱 다운로드가 2013년보다 지난해 1.7배 증가했고, 매출도 1.6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시장이 올해도 성장을 이어간다면 주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넷 보급 수준에 맞춰 앱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 무거운 페이스북 앱에 불만이 있었던 사용자들이 .apk를 공유하여 설치하고 있기에 당장 개발도상국에서 어떤 성과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구글 플레이의 평가도 순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또한, 페이스북 라이트 앱을 찾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 것이 '메신저'입니다.
 
 


 페이스북 앱에서 메신저를 분리한 것과 다르게 페이스북 라이트에는 메신저를 통합하였습니다. 한 가지 앱으로 뉴스피드와 메신저를 쓸 수 있다는 거죠. 덕분에 몇몇 매체에서는 '페이스북 라이트로 메신저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데, 이는 페이스북 라이트가 본래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것과 다른 반응입니다. 기존 사용자가 가벼움과 메신저 통합으로 페이스북 라이트를 설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기존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이 더 가벼워지길 원했으며, 메신저가 통합하길 바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반응을 이끌어 낸 메신저 통합을 페이스북이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시 첫 번째는 메신저가 페이스북의 기본 기능이고, 경량화한 앱에 기본 기능을 모두 탑재하고자 한 것이 큰 이유일 겁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메신저를 통합하지 않고, 빼버리는 것으로 페이스북 라이트를 더 가볍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통합한 것입니다. 차라리 분리해두면 페이스북 라이트를 더 가볍게 사용할 수 있었겠죠.
 
 다시 앱 애니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앱 시장에서 가장 성장한 부분은 메신저입니다. 2013년보다 지난 1년 동안 메신저 앱 다운로드는 53% 증가했고, 이런 성장은 신흥 시장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왓츠앱과 함께 3대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과 위챗은 신흥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데, 신흥 시장에만 머물 생각은 아니지만, 해당 지역에서 성장했고, 고로 해당 지역의 사용자는 라인과 위챗의 사용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국내 카카오톡의 입지와 비슷하죠.
 
 만약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을 분리했다면 메신저 사용자를 모으는 데 애를 먹었을 겁니다. 페이스북은 메신저 중심의 커뮤니티 시장에 미디어 역할을 해야 하는 소셜 미디어가 파고들 여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페이스북 라이트를 이용하게 하는 것으로 페이스북 메신저의 사용을 늘려서 여타 메신저 수요를 분산할 수 있어야 시장을 메신저 중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신흥 국가가 미국이나 한국처럼 소셜 미디어로 다양한 콘텐츠가 빠르게 회전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메신저 사용자를 분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이용을 늘리기에도 메신저 통합은 필요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메신저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콘텐츠를 공유하고, 모바일 결제 등에 사용하면서 신흥 국가 모바일 이용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메신저의 통합은 그 점을 신흥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봐야 한다는 걸 페이스북이 간파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기존 페이스북 이용자가 페이스북 라이트에 몰리게 된 건 페이스북이 예상한 상황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통합한 메신저 사용 자체는 페이스북에 그렇게 이득이 되는 건 아닙니다. 기껏 불만을 감수하면서 분리했더니 되돌아가는 것이 이득이 될 리 없죠.
 
 그런데도 메신저를 통합한 것은 페이스북이 신흥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흥 시장의 포섭이 꼭 필요하다는 걸 인지한다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5천 만 명의 세계 4위 국가이며, 터키도 8억1천 만 명의 16위, 베트남은 9억3천 만 명에 14위면서 30세 이하 인구가 56%인 등 신흥 국가는 소셜 미디어 사용에 적극적일 수 있는 환경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메신저 통합이 기존 사용자의 관심을 끄는 단순한 이슈보다 신흥 국가에 페이스북이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페이스북에 더 큰 이득이 될 것이며, 페이스북의 성장에 핵심이라는 겁니다. 메신저를 통합한 페이스북 라이트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