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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나우 개방, 사물인터넷 위한 것


 구글이 가상 비서 시스템인 '구글 나우(Google Now)'를 발표한 지 3년째입니다. 간단한 날씨부터 영화 정보, 스포츠, 주식 정보 등을 알려주던 것이 지메일의 정보를 가져올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서비스와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방증했습니다. 하지만 서드파티 개발자에 구글 나우를 개방하진 않았죠.
 


구글 나우 개방, 사물인터넷 위한 것
 
 지난해 6월에 개최한 구글 I/O 2014년에서 구글은 '앱 인덱싱(App Indexing)'이라는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앱 정보와 크롬 웹 정보를 서로 연결하여 유기적으로 동작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인데, 가령 크롬에서 레스토랑을 검색하면 오픈테이블 앱에서 바로 해당 레스토랑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크롬과 안드로이드의 결합에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 구글 나우의 서드파티 개방을 알렸습니다. 현재 구글 나우를 지원하는 앱은 에어비앤비(Airbnb), 인스타카트(InstaCart), 판도라(Pandora), 샤잠(Shazam) 등 40여 개이며, 해당 앱의 정보를 구글 나우에 통합하여 전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기존 알림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구글 나우의 특징인 '카드'를 이용해서 알린다는 것보다는 사용자에게 '권고'를 하는 형태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이런 노래를 듣는 게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구매할 식료품은 이것입니다.' 등 수시로 사용자의 행동에 맞춰서 계속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직 서드파티 앱 지원이 어떤 형식까지 가능할지 알 수는 없지만, 구글 나우의 기본 형태를 생각했을 때, 사용자의 위치나 검색 정보, 생활 양식,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상황에 맞춰서 알려주는 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극장 근처에서 영화 정보와 관련한 앱이라면 '개봉한 영화', '평점', '사용자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보여주고, 쿠폰 앱에서 '해당 극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정보' 등을 카드로 제공하는 겁니다.
 
 물론 기존에도 영화 정보 카드를 제공되고 있었지만, 서드파티 앱을 실행해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구글 나우로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구글 나우 서드파티 개방이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물인터넷을 위한 새로운 발판이라는 것이죠.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모바일 퍼스트 월드'(The Mobile First World)'에서 '5년 후 모바일 기기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마트폰이 가장 똑똑한 개인 비서가 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이 숙면 시간을 측정하여 적절한 시간에 깨워줄 것이며, 스마트폰과 벽을 연결하여 일어나야 할 시간인지 벽에 질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을 개인 비서로 하되 스마트폰의 정보를 다른 사물과 나누는 것이 5년 후에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겁니다.
 
 또한, 슈밋은 2015 다보스포럼에서 '인터넷은 일상적인 것이 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현재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포괄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인터넷이라는 인지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 될 거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슈밋의 발언은 구글 나우의 개념과 비슷합니다.
 
 렘수면 상태를 측정하여 잠에서 깨워주는 앱은 지금도 많습니다. 그러나 직접 사용자가 일어날 시간대를 입력해야 하고, 스마트폰을 배게 밑에 두어야 하는 등 사용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스핏이 얼마 전에 선보인 스마트 전구 '볼트(Bolt)'는 수면 추적 제품인 '베딧(Beddit)'과 연동하여 일어날 시간에 자동으로 서서히 방을 밝히고, 이 정보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달되어 적절한 시간에 알람을 울립니다. 물론 처음에는 일정한 데이터가 쌓여야겠지만, 데이터가 쌓인 다음은 스마트폰을 조작하지 않더라도 데이터에 맞춰 볼트와 알람으로 잠을 깨우겠죠.
 
 이를 구글 나우로 옮겨서 생각하면, 슈밋이 말한 벽과의 대화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면 데이터뿐만 아니라 출근 시간과 직장과의 거리 정보를 가지고, 만약 사용자가 잠에서 깨지 못했을 때, 정보를 토대로 출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안에 지속해서 알림으로써 지각을 방지하는 등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전구라면 수면에 방해되도록 계속 깜박인다거나 깨우기 위한 소리가 더 커지는 등 말이죠.
 
 이런 부분을 플랫폼에 담기 위해서는 구글 나우에 서드파티 앱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서드파티를 통한 정보 축적도 목적이며, 상기한 앱 인덱싱으로 PC나 다른 기기에서 크롬으로 검색한 정보, 크롬 기반 제품에서 얻은 정보와 앱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생활 양식으로 출력하여 사물인터넷에 반영함으로써 사용자가 인지하지 않더라도 사용자에 적합하게 사물들이 작동하는 형태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이미 구글은 인수한 네스트(Nest)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마련했으며, 네스트를 중심으로 사물들이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스트의 제어는 스마트폰이 담당하며, 사용자의 데이터를 쉽게 수집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스마트폰입니다. 그리하여 지난해 12월, 구글은 네스트도 구글 나우와 통합하였고, 음성명령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나아가 구글 나우의 음성 명령으로 다른 사물도 조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었죠.
 
 즉, 스마트폰, 좀 더 넓게는 모바일이 개인 비서가 되며, 이 정보가 네스트 플랫폼을 통해서 사물들에 통합하여 전달되고, 다시 사물들을 통해 얻은 정보가 스마트폰 앱으로 넘어가면서 상호 작용을 한다는 게 슈밋이 말한 것의 의의입니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이 이뤄질 지점, 그러니까 사용자의 정보를 쌓고, 쌓은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구글 나우가 제격이었으며, 서드파티 앱 개방으로 확실히 그렇게 하겠다는 걸 보여준 것입니다.
 
 


 무서운 얘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건 구글 나우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나왔던 반응이기도 했죠. 또 구글 나우가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오래전에 예상되었던 바입니다. 단지 그것이 스마트폰에 머물지 않고, 사물인터넷으로 뻗어 갈 시점이 되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구글 나우가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크롬에 탑재할 이유가 없으며, 서드파티 앱은 기존 알림 형태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크롬에 구글 나우를 탑재하고, 앱 인덱싱으로 정보를 연결하며, 서드파티 앱의 정보를 포함하고자 했다는 점은 해당 정보를 스마트폰에만 두진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다소 무서울 수 있는 얘기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겁먹는 것이 아니라 구글의 전략 방향이며,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