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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젊은 인상으로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산성 소프트웨어의 끝판왕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엑셀과 파워포인트는 대체 불가한 제품이며, 워드는 전 세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입니다. 또한, 윈도의 시장 지위까지 본다면 업무 환경에서 MS가 빠져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죠.
 


MS, 젊은 인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MS의 제품들은 이제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익숙하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정체성이 오랜 시간 유지되었고, 딱히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덕분에 모바일 동향의 확산과 함께 생산성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부쩍 늘었으며, 클라우드를 통해 멀티 플랫폼 전략을 펼치면서 생산성 시장 양상이 이전과 많이 변했습니다.
 
 


 에버노트를 봅시다. 에버노트는 웹 서비스로 먼저 시작했지만, 모바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성장했습니다. (본래 에버노트의 초기 버전을 출시한 시점은 애플이 앱스토어를 내놓기 전입니다.) 그리고 에버노트 플랫폼이 확장하면서 MS가 오랫동안 오피스에 끼워팔았던 원노트(OneNote)를 위협합니다.
 
 그러자 MS는 2011년에 프리미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iOS용 원노트를 무료로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PC 오피스에 포함한 원노트가 무료인 것은 아니었기에 멀티 플랫폼 전략에서 에버노트에 꾸준히 밀렸죠. 당시 MS는 일명 '망고폰'에 전력할 때였으며, 자사 생산성 제품을 망고폰에 탑재하여 판매를 촉진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멀티 플랫폼 전략보다는 기존 제품을 모바일로 옮기고, 기존 사용자가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둔 탓에 에버노트는 모바일을 타고 새로운 느낌으로 소비자에 인상을 남길 수 있었으며,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PC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키워갈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체 생산성 소프트웨어 시장의 양상이 MS에 손을 들어주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MS와 경쟁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제품이 늘어난다는 건 MS에 결코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MS는 기능을 단순화한 원노트를 작년에 무료 버전으로 내놓았고, 그것은 새로운 전략의 시작점과 같았습니다.
 
 정확히는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CEO로 승진한 이후의 전략입니다.
 
 먼저 스티브 발머 시절의 iOS용 원노트는 오피스 2013 전략에 맞춰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것 외 크게 손을 본 것이 없었습니다. iOS 7을 지원하긴 했으나 디자인에서도 '이건 MS 제품이다.'를 고집하여 iOS 7 디자인 가이드를 따르지 않았죠. 꼭 디자인 가이드를 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애플이 iOS 6까지 유지했던 스큐어몰피즘 디자인을 변경한 탓에 새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맞춘 서드파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컸습니다.
 
 하지만 윈도 8 전략을 우선시한 MS는 iOS 7을 지원하긴 했으나 디자인을 변경하지 않았고, 경쟁 제품인 에버노트는 빠르게 iOS 7 디자인 가이드를 채용하여 대응에 민첩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대응이 빠른 것과 더딘 것이 최근 제품을 선택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본다면 MS가 오피스 고객 중 iOS 사용자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실제로 발머는 iOS용 오피스에 대한 질문에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 언제든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서 한동안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MS는 iOS용 원노트에 iOS 7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나델라가 CEO가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였죠. 이어 몇 가지 버그를 수정하는 데 그쳤던 지원이 아닌 기능을 추가하고, 오피스 전략의 최전방에 iOS를 포함하면서 빠른 대응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더니 작년 8월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원노트를 출시했고, 9월에는 안드로이드 웨어용 원노트도 공개했습니다. 윈도 울타리에 꽁꽁 묶여서 PC 시장에서만 익숙하고, 주요 동향이었던 모바일에서 고집부리던 연로한 모습을 벗어던진 겁니다.
 
 


 MS가 iOS나 안드로이드에 제대로 지원하기 시작했기에 젊은 분위기를 낸다는 건 비약이 심합니다. 그저 MS는 모바일 동향에서 앞서가지 못했으며, iOS와 안드로이드를 주축으로 한 모바일 파이가 매우 큰 탓에 윈도 모바일 플랫폼에 어떤 새로운 제품과 기능을 포함해도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여지가 없었지만, MS의 이런 행보는 경쟁 관계를 떠나서 최신 모바일 동향을 맞춰가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맞춰가지 않았다면 늦어진 윈도 모바일 플랫폼에 계속 머물러 있는 상태였을 겁니다. 그 점이 생기있는 분위기로 시장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젊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죠.
 
 이는 원노트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에 출시했던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11월에 무료 서비스로 전환했으며, 지난달에는 iOS용 아웃룩 앱과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오피스를 무료로 출시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윈도보다 타 플랫폼 지원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하지만, 시장에서는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습니다.
 
 모바일 규모만 보면 iOS와 안드로이드가 윈도를 압도합니다. 소비자들도 해당 플랫폼에 익숙한 상황이나 PC 플랫폼은 그렇지 않죠. 하지만 되려 모바일에 익숙해지자 모바일을 중심으로 PC 환경을 마련하는 소비 형태도 늘어났습니다. MS는 여태 그런 형태의 소비자를 만족하게 할 수단이 없었던 거죠. 그러나 앞서 있는 경쟁사 플랫폼에 자사의 강력한 제품을 밀어 넣고, 오피스 제품을 모바일 이용의 주요 수단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자사 PC 플랫폼을 유지하기에 보탤 수 있습니다. 그리고 PC와 모바일로 유기적인 오피스 활용이 극대화할 때, 윈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오피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의심을 덜어내고, 윈도 플랫폼으로의 이행도 한결 수월해질 겁니다.
 
 당연하게도 이것이 윈도 이행을 위한 절대적인 전략은 아닙니다. 윈도에 문제가 있다면 전략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MS가 원노트 등으로 보여준 행보를 좀 더 가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출시한 iOS용 아웃룩 앱은 MS가 2억 달러에 인수한 어컴플리(Acompli)의 기술을 탑재한 것입니다. 어컴플리를 매입한 지 2달 만이며, 이어 지난 5일에는 캘린더 앱 스타트업인 선라이즈(Sunrise)를 인수했습니다. 어컴플리의 전례라면 금방 새로운 캘린더 앱을 내놓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자사 제품에 포함한 것이겠지만, 지금까지 MS의 움직임과 다르다는 건 분명합니다.
 
 실제 아웃룩 앱은 '기존 아웃룩에 어컴플리의 기술만 탑재'했다기보다는 '어컴플리를 모체로 아웃룩을 브랜딩했다'고 할 수 있고, 어컴플리는 MS가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출시했을 당시에 '왜 아웃룩을 포함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건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이 모바일 이메일 앱의 큰 축이 되리라 말한 업체입니다. 아이러니하게 MS는 그 업체를 8개월 만에 인수했고, 인수 후 2개월 만에 그 업체의 제품을 아웃룩이라고 이름만 바꿔서 내놓았죠. 자사 제품과 기술을 고집하던 지난 모습과 다르게 외부의 것임이 드러나더라도 필요하다면 기민하게 수용한 것입니다. 설사 자사 제품의 정체성을 뒤엎더라도 말입니다. 단지 현재 iOS용 아웃룩에 쏟아지는 찬사는 기민한 전략이 먹히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또 한가지 사례를 보면 드롭박스와의 제휴인데, 자사의 원드라이브가 있음에도 드롭박스와 제휴했으며, 오피스의 기본 클라우드 스토리지로 사용하게 했습니다. 드롭박스의 이용자가 3억 명 수준이라는 것과 드롭박스와 연동하는 생산성 제품을 쓰고 싶었던 사용자가 오피스가 아닌 다른 생산성 서비스를 선택했음을 떠올리면 드롭박스와의 제휴는 오피스로 돌려놓기에 원드라이브의 용량을 무료 제공하는 것보다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렇게 최신 동향에 빠르게 대응하고, 수용하는 모습은 MS가 아직 모바일에서 좋은 위치가 아니더라도 수단을 가리지 않으므로 쉽게 다음의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합니다. 어컴플리가 모체가 된 아웃룩에서 받은 인상이 선라이즈 인수에 그대로 투영되어 'MS가 금방 새로운 캘린더 앱을 내놓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 것만으로도 예전 MS가 가졌던 인상과 달라진 것이고, 확실히 활발해진 느낌입니다.
 
 


 나델라는 단 1년 만에 'MS가 모바일에서도 새롭고, 역동적이다.'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그동안 겪은 굴욕을 씻을 발판을 마련했고, 올해는 이 분위기를 살린 윈도 10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험적이었던 문제도 있었으나 어쨌든 모바일 시장에 윈도를 제고한답시고 중구난방이었던 윈도 8의 처참한 성적에도 윈도 10은 다듬어진 것과 함께 MS의 새로운 분위기가 기대치를 증폭합니다.
 
 경쟁을 수평에 두고, 접근을 다각화함으로써 윈도 8처럼 고립한 정책으로 대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드러낸 상태로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기운을 내는 것이 신뢰감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기존에 있는 것으로 목숨을 부지하려 했던 것'과 '쇄신하여 직접 전장에서 칼을 부딪치려는 것'의 차이입니다.
 
 MS가 젊은 인상을 주고자 했던 노력은 현재까진 성공적이라 판단합니다. 이제 윈도 10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과제를 남았고, 나델라의 능력이 용의 눈을 그려 넣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