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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소니, 체제 전환이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소니는 과거가 화려했던 기업의 대표로 불립니다. 전자, 음향, 영상, 엔터테인먼트, 게임, 금융 등 넓은 사업 분야와 소니 특유의 앞서간다는 이미지는 여느 기업들과 비교할만한 것이었죠. 하지만 전자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기록하면서도 적자를 지속하여 특히 2012년에 들어서는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는 악재가 겹쳐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소니, 체제 전환이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2013년 1월, 소니는 도쿄 사옥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맨해튼에 있는 미국법인 건물도 11억 달러에 매각하고, 두 건물을 임대로 사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지난해부터 사업부 매각 릴레이도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경영난입니다.
 
 


 19일, 소니는 음향/영상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10월 안으로 분사할 계획이며, 이는 분사 계획의 하나로 이후 더 많은 사업부를 분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니의 경영 방침은 앞으로 3년 동안 전자(반도체, 센서), 게임 및 네트워크, 픽처스(Pictures), 음악 및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할 계획이며, 2017년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5천억 엔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라 히라이 카즈오 CEO가 발표했습니다. 5천억 엔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25배 수준으로 소니가 TV 시장에서 크게 밀리기 시작한 2011년의 적자 수준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사실 이번 분사가 놀랍지 않습니다. 작년에 PC 사업을 매각했고, TV도 계열사인 비주얼 프로덕츠로 분리했습니다. 소니의 몸집 줄이기의 하나로 음향/영상 사업의 매각이나 이후 매각 계획에 대해서 얘기한 것이므로 체제 전환 자체는 이미 이뤄지고 있던 것이죠.
 
 단지 소니의 매각 릴레이를 두고, 몰락의 전조로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물론 전자 부문 적자와 노키아나 모토로라 등 기존 강자들이 어떤 꼴이 되었는가 본다면 소니의 행적도 그에 빗대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니의 상황은 다르며, 되레 몸집 줄이기를 통해서 체제 전환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합니다.
 
 


 가령 IBM은 2005년 PC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했고, 지난해 서버 부문도 매각했으며, 반도체 사업은 글로벌 파운드리에 넘겼습니다. PC로 새로운 기회를 잡고, 반도체로 콘솔 시장을 점령한 IBM이었으나 이들 사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매각했고, 사람들은 IBM이 '이제 무엇으로 수익을 내느냐?'면서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11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딱히 좋은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감소한 매출은 사업부 매각에 따른 고객 이탈 등이 원인이 되었고, 대신 클라우드와 모바일 부문에서 각각 60%와 200%의 매출 증가를 이뤘습니다. 이어 빅데이터와 보안, 그리고 왓슨에 집중하면서 기존 매출을 대체할 활로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기도 합니다. 매출 상황은 단번에 뒤집긴 어려우나 몸집을 줄이면서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조정한 겁니다. 만약 적자였던 반도체를 끌어안으면서 다른 사업을 이행했다면 어땠을까요?
 
 소니에 있어서 전자 부문은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분야였지만, 마땅히 이익이 되진 않았기에 적자를 채웠던 건 금융이었습니다. 적자를 막아내기 위해 다른 사업의 이익을 끌어다 놓았다는 것에서 이미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었죠.
 
 대신 지난해 분사는 소니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단 TV 사업을 보면 분리 경영 당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으나 3분기 연속 흑자에 성공했습니다. 이것이 제품 판매 호조 등으로 이뤄진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급한 불은 끌 수 있었고, 밑 빠진 독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플레이스테이션 4를 주축으로 한 게임 사업과 카메라 센서 등에서 이익을 내어 지난 분기 실적은 개선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아직 실적 늪에 빠져있지만, 어쨌든 몇 가지를 매각하거나 축소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소니가 휴대폰 사업부도 매각할 것이라는 뜬소문이 있는데, 휴대폰 사업은 소니에 있어서 현재 아무런 도움되지 않습니다. 적자의 골만 깊게 만드는 것으로 실제 매각을 결정한다면 적자 폭을 크게 줄이는 결과를 낼 것이고, 소니가 집중하기로 한 4가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성장세를 갖추는 것이 새로운 기회에 대한 나은 접근이 될 겁니다.
 
 애초에 '소니가 TV나 휴대폰에서 삼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게 그것보단 남아있는 다른 파이에 집중하라는 것의 다른 말과 같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소니가 살아날 방법이라고 단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PC나 TV 등에 쏟아부을 투자금을 다른 사업에 썼을 때 나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소니에 새로운 기회가 되리라는 겁니다. 현재 막대한 투자금을 투입한 휴대폰 사업도 마찬가지죠.
 
 그 점이 그럭저럭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 기존에 이익을 내던 분야에 머물겠다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집중하는 분야가 바뀔 뿐이며, 오히려 게임 사업을 이전보다 강화하거나 센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마저 잃어버리는 게 소니에 최악이지 몇몇 적자면서 미래도 암울한 사업을 붙들고 있는 걸 바른 판단이라고 볼 수 없죠.
 
 이제 소니가 계획한 2017년까지 집중하고자 한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지켜보는 쪽이 되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