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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크롬북 픽셀, 차세대 제품에 대한 단상


 구글은 2년 전에 크롬 OS를 탑재한 고성능 랩톱인 '크롬북 픽셀(Chromebook Pixel)'을 출시했습니다.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 4GB DDR3 메모리를 장착하여 이전에 나왔던 낮은 사양의 크롬북과는 포지셔닝을 달리했고, 가격도 1,299달러로 13인치 맥북 프로 수준이었습니다. 고가였죠.
  


크롬북 픽셀, 차세대 제품에 대한 단상
 
 시장 경쟁력만 놓고 보면 고성능 크롬북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어느 것 하나 따져보아도 윈도 랩톱이나 맥북을 구매하는 것이 낫습니다. 크롬북 애호가가 전체 수요인데, 그 애호가를 찾는 것도 힘드니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글은 고성능 크롬북을 놓지 않을 생각인가 봅니다.
 
 


 2년 동안 소식 없던 차세대 픽셀이 포착되었습니다. '구글 팀워크 2015(Google TeamWork 2015)' 행사에서 비공개로 차세대 픽셀이 등장했고, 크롬 담당자인 르네 니에미(Renee Niemi)는 '최신 크롬북 픽셀을 준비 중이며, 출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니에미는 픽셀의 85%가 구글 직원과 개발자가 사용하고 있음을 언급하여 일반 소비자 시장을 대상으로 많은 수량을 출고하지 않을 것을 간접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정확한 출시 일자는 알 수 없지만, 5월 구글 I/O가 잡혀있으므로 행사에서 공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부분 구글 내부에서 사용할 제품이므로 일반 소비자가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크롬북이 고급화했을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는 흥미롭습니다.
 
 지난해 HP는 고성능 크롬북인 'HP 크롬북 14 터치(HP Chromebook 14 Touch)를 출시했습니다. 엔비디아 테그라 K1 프로세서, 4GB 메모리, 14인치 F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이 제품은 크롬북 중에서 고성능을 표방하지만, 성능만 놓고 보면 1세대 크롬북보다 못하며, 가격은 439.99달러입니다. 가격 차이가 3배 정도 나는 것이죠.
 
 실상 제대로 된 고성능 크롬북은 픽셀뿐이라는 건데, 그보다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2세대의 필요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1세대만으로도 크롬북치고는 충분하니까요.
 
 


 먼저 구글은 2013년, 크롬 웹 앱스토어에 '데스크톱' 섹션을 마련했습니다. 앱 런처를 이용해서 웹 앱을 오프라인에서 작동할 수 있게 하며, 애니두(Any.do), 500px, 포켓(Pocket), 오토데스크(Autodesk)의 픽슬러 터치 업(Pixlr Touch Up) 등의 앱을 추가했습니다.
 
 단지 데스크톱 섹션으로 들어온 앱들이 처음부터 성능에 제한이 걸린 상태라는 겁니다. 특히 이미지 편집 앱은 고급 편집은커녕 스마트폰보다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준인데, 현재 팔리는 대개 크롬북이 저가형에 낮은 성능인 탓으로 앱 개발도 어쩔 수 없이 성능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반 수요층이 얕은 것도 그렇지만, 실상 구글 내부에서 대량의 크롬북을 쓴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더라는 겁니다. 크롬북의 성능을 먼저 재단해버리니까요.
 
 지난해 9월,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구독 중인 교육 기관 사용자에 한해서 크롬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토샵을 제공한다고 구글이 밝혔습니다. 이 포토샵은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며, 오프라인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부정적인 의견이었던 것이 보통 '크롬북으로 포토샵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였습니다. 낮은 사양의 제품을 구매하는 목적이 고급 활용이 아닌데, 고급 활용을 추가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겁니다.
 
 이는 크롬북의 포지셔닝이 고착화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포토샵을 이용할 수 있는 크롬북은 구매할 만 하다.'가 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이 맞질 않으니 어긋나는 거죠.
 
 1세대 픽셀은 '이런 크롬북도 있다.'고 보여주는 용도였다면, 2세대는 '크롬북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를 보여주는 용도가 되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제조사들도 고성능 크롬북을 제작하게 하는 것이겠지만, 현재 HP의 크롬북 14 터치 등의 제품이 픽셀을 제외한 고성능 크롬북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2세대 픽셀은 크롬북의 상한선을 올리고, 더 강력한 활용을 크롬북에 적용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고로 2세대 픽셀의 등장과 함께 구글은 좀 더 고급화한 앱들을 함께 공개하거나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며,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되지 못하더라도 크롬북의 가능성을 한 번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활로를 여는 것이 2세대 픽셀의 가치가 되리라 봅니다.
 
 


 방향성과 별개로 2세대 픽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장 공간입니다. 1세대 픽셀은 32GB 또는 64GB SSD를 탑재했는데, 크롬북이 많은 저장 공간이 있어야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어쨌든 크롬북을 주 PC로 쓰려는 사용자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구글이 추구하는 크롬북의 고급화에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많은 파일을 저장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작은 용량을 대처하기 위해 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파일의 보안에서도 고민하게 하는 부분으로 크롬북이 주 PC가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기에 해결이 되길 바랍니다.
 
 구글이 크롬북의 어떤 새로운 면을 차세대 픽셀로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