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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페블 타임, 가장 가지고 싶은 스마트워치


 스마트워치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늘어날수록 이전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하자 알림 기능, 활동 추적 등의 스마트워치에 특화한 기능이 등장했죠. '기능이 너무 제한적이다.'라고 하자 서드파티 앱을 지원하고 시작했고, '착용하고 싶은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하자 디자인이 개선되었으며, '유행에 민감하다.'고 하자 외형 옵션이 늘어났습니다.
 


페블 타임, 가장 가지고 싶은 스마트워치
 
 하지만 지금껏 소비자가 만족할 적정선을 지킨 스마트워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령 삼성의 기어 S는 넓은 화면으로 터치 인터페이스 활용을 강화했으나 너무 큽니다. 애플 워치는 아직 출시하지 않았으나 배터리가 하루를 가느냐, 가지 못하느냐로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죠. 그리고 대부분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의 영향을 받으면서 시계로서의 균형이 맞질 않습니다. 마치 윈도를 욱여넣은 UMPC처럼 말입니다.
 



 페블은 자사의 새로운 스마트워치인 '페블 타임(Pebble Time)'을 공개했습니다.
 
 페블 타임은 페블 스틸을 이은 제품으로 페블 스틸이 기존 페블 스마트워치에서 외형만 바뀐 것과 다르게 새로 설계한 스마트워치입니다. E-Ink를 채용했지만, 컬러 출력이 가능한 E-Ink를 탑재하여 이전 흑백보다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페블 스마트워치보다 두께가 20% 정도 얇아졌으며, 몸체는 플라스틱, 전면 베젤은 스테인리스 스틸, 유리는 고릴라글라스를 채용했습니다. E-Ink로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여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생황 방수가 가능합니다.
 
 '타임'이라는 명칭은 새롭게 적용한 인터페이스에서 나온 것으로 전작과 똑같이 본체 양옆에 물리 버튼을 탑재했지만, 기능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이전 버튼이 단순히 화면 조작을 위한 조이스틱의 개념이었다면, 타임은 3개의 버튼을 과거(Past), 현재(Present), 미래(Future)로 구성하여 의미에 걸맞은 동작을 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과거는 수신한 메일이나 운동 기록은 이전에 일어나거나 행했던 것들을 보여줍니다. 현재는 현재 듣고 있는 음악을 표시하거나 진행 중인 스포츠 경기 상황을 알려주죠. 미래는 미리 등록한 일정이나 내일 날씨 등을 알려주는 식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을 시간순으로 재배열하여 쉽게 접근하도록 한 겁니다.
 
 페블은 이 인터페이스를 '타임라인 인터페이스(Timeline Interface)로 소개했는데, 기능으로 보면 기존의 알림 기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버튼에 의미를 압축함으로써 앱 중심으로 작동하던 기능을 인터페이스에 집중해서 작동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정보를 앱으로 분산하는 게 아닌 타임라인에 모으면서 직관적으로 바뀐 것이죠.
 
 


 페블의 CEO 에릭 미기코브스키(Eric Migicovsky)는 이달 초 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처럼 앱에 집중하지만, 페블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매우 다르다. 우리는 시계와 상호 작용하는 새로운 체계를 발견했다. 앱은 더는 플랫폼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당시에는 이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페블 타임은 타임라인 인터페이스로 앱 중심을 벗어났음을 증명했습니다. 가령 인터페이스의 개념을 서드파티 앱으로 확장한다면 서드파티 개발자들은 과거, 현재, 미래에 맞춰서 제작하게 될 것입니다. 이전처럼 스마트폰의 기능을 스마트워치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새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겁니다.
 
 애플 워치의 용두도 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앱을 조작하는 방식이 아닌 앱이 인터페이스에 녹아들어 사용자가 시간순으로 나눈 경험을 통합하여 얻게 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스마트폰의 방향과 달라지도록 했죠.
 
 이렇게 사용자가 스마트워치에서 새로운 경험을 얻게 했다는 점과 함께 페블 타임을 갖고 싶게 하는 두 가지 요소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가격입니다. 2014년 스마트워치 평균 가격은 189달러였는데, 페블 타임의 소매 가격은 199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평균 가격과 비슷하면서 349달러의 애플 워치, 230달러의 LG G워치R, 299유로의 삼성 기어 S보다 저렴합니다. 가장 많은 스마트워치 앱을 확보했고, 풍부한 기능을 소화하면서 가격은 평균에 근접해 있죠.
 
 또한, 높은 가격의 제품이 차별화를 위해 여러 기능을 탑재하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탓에 가격과 기능의 대중성에 회의가 있지만, 페블 타임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차별화했고, 간단하면서 많이 사용하는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그 덕분에 낮은 가격까지 얻게 되었으니 일반 소비자가 첫 스마트워치로 선택하기에 균형 잡힌 제품인 셈입니다.
 
 하나는 배터리입니다. 페블 타임은 컬러 E-Ink를 채용했음에도 전작들과 똑같이 7일 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시간을 제공합니다. 대부분 스마트워치가 하루 넘기는 것에 도전하고 있고, 소비자는 적어도 2~3일 동안 충전의 압박에서 벗어나 시계를 착용하길 원하는데, 페블은 피트니스 전용 제품이 아님에도 긴 배터리 시간을 제공하므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에 빠진 긱들이라면 배터리를 꼬박 충전하면서 사용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대중들이 나은 스마트워치로 생각할 수 있는 배터리를 차별점으로 마련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는 없을 테니까요.
 
 


 즉, 페블 타임은 새로움을 보여준 것과 함께 대중성까지 담은 스마트워치입니다. 스마트워치를 구매하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아직 사용에 익숙하지 않으리라 걱정하는 소비자라면 최적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접근성을 높여서 스마트워치에 무장해제 하게 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이죠.
 
 이를 방증하듯 페블 타임은 킥스타터에 등장한 지 30분 만에 100만 달러 펀딩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역대 킥스타터 프로젝트 중 가장 빠른 것이며, 1세대 페블은 27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1,000만 달러를 코앞에 두면서 1세대 페블의 기록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성공 사례가 있는 프로젝트가 쉽게 펀딩에 성공하는 건 신뢰 면에서도 당연하지만, 99달러의 페블의 평균 후원 금액이 148달러인 것에 비해 199달러의 페블 타임의 평균 후원 금액이 214달러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페블이 출시 플랫폼으로 킥스타터를 선택했기에 구매를 목적으로 한 펀딩이 상당한 듯합니다.
 
 이 여세가 스마트워치 시장에 어떤 돌풍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