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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워치에 실망한 3가지


 애플은 6개월 전 시계 제품인 '애플 워치(Apple Watch)'를 공개했습니다. 출시를 올해에 두었기에 제품의 세부 사항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던 탓에 공개한 시점의 상태와 향후 가능성을 두고 예측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애플은 출시 막바지 애플 워치를 다시 꺼내 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애플 워치에 실망한 3가지
 
 애플은 '스프링 포워드(Spring Forward)' 행사에서 애플 워치의 출시를 알렸습니다. 이미 4월 출시가 예정되었기에 쟁점은 논란이었던 배터리와 가격이었습니다. 다른 걸 많이 보여줄 필요도 없었고, 그 두 가지가 애플 워치의 출시 전 평가를 판단할 요소가 될 게 뻔했죠. '새롭게 놀랄만한 기능을 탑재했다?', 그렇더라도 배터리가 하루를 버티질 못하면 반응이 달라졌을 겁니다. 거기까지는 통찰의 영역이 아닌 셈입니다.
 
 


 먼저 좋은 소리부터 해봅시다.
 
 애플 워치에 제공하는 다양한 옵션은 훌륭합니다. 시곗줄을 교체하는 점이야 여타 시계들과 다를 바 없으나 액세서리 측면에서 봤을 때 가령 아이폰 케이스, 이전의 범퍼나 최근 가죽 케이스가 약한 내구성이 비판받더라도 전체적인 품질에서 좋은 평가와 수요층을 확보한다는 걸 생각하면 보장할 수 있는 품질로 인지하도록 하므로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또한, 디자인도 상당히 미려합니다. 개인차는 있겠으나 심미성만 보면 유연하게 깎인 곡선에 용두는 겉돌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시곗줄과 시계 화면을 하나의 케이스 디자인으로 막아낸다는 점이 군더더기가 없음을 방증합니다. 이건 디자인 취향과는 별개의 것으로 선택 사항의 수용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디자인했다는 자체가 심미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화면에 무작정 밀어 넣은 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검은색 바탕에 윈도가 위에 떠 있는 모습이며, 단계별로 메뉴를 나누어 전체 화면보다 각 메뉴에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윈도가 바탕에 붙어있는 게 아닌 검은 곳을 떠다니는 느낌이니 테두리 등으로 나눈 메뉴를 구분하는 것과 다른 경험을 줄 것입니다. 정면으로는 검은 테두리처럼 보이지만, 굴곡을 생각하면 검은 공간의 위층에 메뉴나 윈도가 나타난 모양이니까요. 그런 점은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방향성입니다. 필자는 스마트워치의 핵심으로 '알림(Notification)', '건강관리(Health-Care)', '결제(Payment)', 세 가지를 꼽은 바 있습니다. 사실 그 외 기능들에 대해서는 큰 가능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적어도 애플 워치는 이 세 가지를 가장 기본적인 구심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행사 내내 알림 기능을 강조했고, 건강관리도 중요하게 다뤘으며, 결제는 빨랐지만, 결제 단말기까지 들고나와서 보여줬죠. 그게 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걸 방향성으로 잡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러나 필자가 얘기한 방향성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아래 내용을 덧붙여야 할 겁니다. 애플 워치에 실망한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앱'입니다. 필자는 분명 애플 워치가 명확한 방향성을 지닌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앱 중심인 스마트폰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 탓에 방향성이 가려진 문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앱을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활용했을 때'입니다. 반대로 활용할 가치가 떨어지면 다양한 앱의 존재는 의미가 없죠. 그래서 애플이 실수한 것은 앱의 활용을 사용자에 맡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알려주고자 했다는 점입니다.
 
 이건 그냥 지원하는 앱이 많다는 거로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굳이 서드파티 앱을 설명했는데, 실상 스마트폰조차 앱 생태계가 풍부해졌으나 많은 앱을 설치하여 활용하는 사용자는 전체에서 소수입니다. 또한, 똑같은 앱에서도 활용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은 소비자가 제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점을 줄이는 장치입니다. 당연히 방향성이 될 기능이 중심이 되겠으나 활용에 대한 갈피를 확고하게 줄 수 없음에도 앱 중심의 활용을 강조하고자 서드파티 앱들에 시선을 두게 한 건 누구에게 제품을 팔고 싶은 건지 의심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는 '가격'입니다. 단순하게 '비싸다.'가 아닙니다. 기능의 수나 제품의 포지셔닝을 생각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가격과 비교하여 비싸다고 단정할 수는 있지만, 그건 타 카테고리와의 비교이지 애플 워치의 가격 경쟁력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애플이 어떤 시계를 내놓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수준이었다면 성패를 논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구매 목록에 쉽게 포함했을 겁니다. 2014년 스마트워치의 평균 가격은 189달러입니다. 그러나 가장 저렴한 애플 워치 스포츠 모델은 349달러부터 시작이고,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은 54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제품 간 가격 차이는 날 수 있으니 평균보다 비싸면 비싼 제품으로 낙인찍을 수 없지만, 문제는 기능에서 189달러짜리 스마트워치나 애플 워치나 다른 궤도에 있지 않다는 겁니다.
 
 서드파티 앱이 차별화가 될 수 있겠지만, 페블은 6,000개의 앱을 확보하고 있으며, 99~199달러 가격입니다. 즉, 상기한 것처럼 소비자가 스마트워치의 활용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선택 요소가 되는 건 구심점인 알림, 건강관리, 결제가 되는데, 그것만 생각하고 500달러를 쓰려는 적극적인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스마트워치라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압도적인 성능이나 기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남은 건 가격과 디자인인데, 디자인이 좋긴 하지만 모든 소비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가격이 애플 워치의 경쟁력을 얼마나 악화시켰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재질이나 품질에서 고민해볼 수는 있겠으나 본래 시계를 착용하는 사람이 착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적다는 데서 스마트워치 동향에 맞춰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얼마나 붙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로 만든 거죠.
 
 세 번째는 '쓸데없는 기능'입니다. 덕분에 가격에 대한 의구심이 더 들게 되는데, 애플은 내내 애플 워치에 낙서를 하거나 심박수를 전달하는 등을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고 소개하며, 강조했습니다. 그게 부가적인 기능이고,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는 있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그런 기능을 강조함으로써 드는 생각은 '저런 걸 하기 위해서 스마트워치를 구매해야 하나?'입니다. 본래는 알림, 건강관리, 결제만으로도 충분히 스마트워치가 기능할 수 있고, 나머지 활용의 확장을 서드파티를 통한 사용자 개인화로 풀어나가는 것으로 차차 사용자들이 스마트워치의 활용을 익혀나가는 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잡다한 기능을 낙서만 아니라 작은 화면으로 사진을 본다든가 진동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등이 결합하면서 소비자가 디자인이나 재질 등에 고민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기능에 소비하는 느낌을 줍니다.
 
 해당 기능들이 실로 유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이팟 나노가 동영상 기능을 포함하면서도 동영상 재생기가 되지 못 하는 것처럼 쓸데없는 기능이고, 그럼 소비자는 그 기능을 수용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애플 워치를 구매해야겠죠. 소비에 생각할 게 많아지니 그렇지 않아도 평균보다 높은 가격에 선뜻 좋은 제품으로 보이질 않는 겁니다.
 


 '이런 거로 실망할 정도인가?' 싶겠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애플은 7억 대의 아이폰이 팔렸다고 했는데, 그 7억 대의 아이폰 중 과연 몇 대나 애플 워치와 연결할 수 있을지의 문제이고, 아이폰이 충분히 대중적인 제품이 되었다는 점에서 애플 워치가 그렇지 못하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게임 체인저라는 게 비단 제품의 혁신성만 놓고 결정하는 게 아니므로 핵심은 기존 스마트워치와 어디서 차별화를 두느냐였습니다. 그건 가격을 낮추거나 아니면 기능 외 순수하게 디자인만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었죠. 설사 그것으로 흡수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있더라도 어정쩡하게 방향성을 흐리거나 소비자의 선택 결정에 많은 요소를 집어넣게 한 건 대중성을 떨어뜨리고, 그만큼 게임 체인저로서 멀어지게 하는 겁니다. 디자인만으로 제품을 결정할 수 없게 하니까요.
 
 물론 기존의 스마트워치들보다 높은 가격, 10,000달러가 넘어가는 에디션으로 스마트워치가 기존 시계들과 겨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면서 고가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건 애플 워치의 수요가 될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을 다른 시장에서 바라보게 하는 벽입니다. 그건 맥에 대한 접근과는 또 다르죠.
 
 앞서 말했듯이 애플 워치는 잘 팔릴 것입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를 선택하기에 확고한 단서를 주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적절한 가격으로 호기심에 구매를 고려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순전히 긱들이나 애플에 눈 돌아간 소비자를 주요 수요층으로 삼고 있으니 어떻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며, 그 점에서 3가지가 실망스럽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구매하는 소비자가 모두 긱이나 애플에 눈돌아갔다는 게 아닙니다. 그런 소비자만 애플 워치를 구매할 수 있다거나 애플 워치의 구매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애플이 초점을 그곳에만 맞추고 있다는 게 핵심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