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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이베이와 페이팔, 그리고 칼 아이칸


 이베이는 여전히 큰 규모의 전자상거래업체지만, 최근 여러모로 난항입니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좋다고 할 수도 없어서 최근 투자 시장에서는 최대 화두로 여겨지는 종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베이와 페이팔, 그리고 칼 아이칸
 
 이베이라고 하면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옥션과 G마켓을 떠올리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도 이베이의 입김이 작용합니다. 다만 최근 이베이의 동향이 출렁이면서 앞으로 옥션과 G마켓의 상황이 지금과 많이 바뀔 수도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베이는 내년 하반기에 자회사인 페이팔을 분사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전체 인력의 7%인 2,4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4분기 이베이 매출은 49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예상치인 49억 3,000만 달러에서 달아나지 못했고, 이는 이베이가 정체했음을 방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페이팔의 분사인데, 블랙스톤의 칼 아이칸은 이베이와 페이팔을 묶어둔 것이 서로의 성장을 방해한다면서 작년 상반기부터 분사할 것을 골자로 이베이 CEO인 존 도나호를 압박했습니다. 아이칸의 압박과 함께 스냅챗,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의 업체가 페이팔의 영역이었던 송금이나 전자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페이팔 분사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자 그러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페이팔 분사는 시작이었습니다. 지난 1월, 아이칸이 이베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아이칸의 측극인 조너선 크리스토도로(Jonathan Christodoro)가 이베이 이사회에 참여했습니다. 지분은 빼앗기지 않게 되었지만, 아이칸의 경영 간섭은 이전보다 더 심해진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7% 감원이 아이칸의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데, 그런 것이라면 이베이가 앞으로 취할 행동반경이 매우 좁아집니다.
 
 

via_Fortune


 먼저 아이칸이 페이팔의 분사를 강요한 것은 이베이가 전자상거래에 집중하게 하여 실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두 분야를 관리하는 것보다 한 분야에 집중하는 쪽이 돈이 덜 들고, 관리도 쉬우며, 실적을 조정하기 좋다는 겁니다. 전체 매출은 줄어들겠지만, 전자상거래만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아이칸이 지분을 처리하기 수월해진다는 점도 있지만요.
 
 거기에 구조조정을 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실적을 개선하는 데 인건비를 줄이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는 탓입니다. 실제 아이칸이 구조조정을 주문했다면 이베이의 체질 개선 후에 운영이 정상화되었다는 판단이 섰을 때 경영권을 매각하고, 발을 뺄 가능성이 크겠죠.
 
 이에 일각에서는 이베이가 조직을 축소하고, 비용을 절감한 후 아예 전자상거래 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파이퍼제프리의 분석가 진 먼스터는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이베이가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대신 분사한 페이팔의 실적을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전자상거래보다 전자결제 쪽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덕분에 이베이와 G마켓의 최근 상황도 재미있어졌습니다. 지난 1월, 옥션과 G마켓은 가전사업부문을 통합하여 운영하기로 했는데, 두 개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조직을 하나로 합쳐서 운영하기로 한 겁니다. 그렇다고 옥션과 G마켓을 통째로 합치려는 움직임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조직을 합치면서 임원의 수를 줄였고, 이베이가 예고한 조직 개편을 생각한다면 이후 옥션과 G마켓의 상당 부분이 가전사업부문처럼 운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나왔다는 시기에 맞춰 나왔다는 자체가 페이팔 분사를 시작으로 이베이의 상황이 급진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방증하며, 그 중심에 아이칸이 존재하고, 아이칸과의 힘겨루기에서 이베이가 어떻게 버티느냐가 쟁점입니다. 또한, 이 쟁점을 토대로 옥션과 G마켓의 상황이 크게 변할 수도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2년 전, 델은 아이칸과 힘겨루기를 하다가 창업자 마이클 델이 회사를 사들이면서 아이칸의 손에 넘기지 않고, 개인 회사로 새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베이의 상황도 그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단지 이사회에 참여한 크리스토도로가 이사회에서 어떤 구실을 할지가 중요하며, 그가 이베이의 조직 개편 이후 페이팔의 경영에 간섭할 수 있기에 분사 이후 페이팔의 상황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야하는 이유는 페이팔은 여전히 전자결제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고, 아직 모바일을 통해 성장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인데, 이것이 이사회의 결정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게 되면 전자결제 패권이 후발 주자들에게 빼앗길 상황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상황만 아니라 전 세계 전자결제 시장의 파이가 흩어지는 결과를 낳겠죠. 그 파이만큼 새롭게 성장하는 업체가 생길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이베이의 위치가 산업에 끼칠 수 있는 여지를 계속 흘리고 있기에 이 동향이 국내 전자결제 시장이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