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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인스타그램, '레이아웃'으로 본 정체성


 인스타그램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으나 '그래서 인스타그램으로 어떻게 돈을 벌건데?'가 페이스북의 주요 과제가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인수 효과를 보고 싶은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나스닥에 몸을 담고 있으니까요.
 


인스타그램, '레이아웃'으로 본 정체성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다르게 인스타그램은 독자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의 접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페이스북의 그림자처럼 행동하진 않는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 '페이스북이 경쟁자를 돈으로 없애려 한다.'는 의견이 무색하게 되레 페이스북과 경쟁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성장하고 있죠.
 
 


 인스타그램은 사진 콜라주 앱인 '레이아웃(Layout)'을 출시했습니다.
 
 레이아웃은 여러 장의 사진을 한 장으로 편집할 수 있는 앱입니다. 이런 기능을 하는 앱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대개 프레임 기능을 넣은 앱들과 다르게 사진을 배치하고, 세부 편집은 좌우 반전과 상하반전 기능이 전부인 매우 가벼운 앱입니다.
 
 그냥 사진들을 집어넣고, 레이아웃을 선택하여 크기만 조절하면 여러 장면을 한 장에 담을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종본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빠르게 공유할 수 있죠.
 
 필자도 필터 프레임(Filter Frame), 콜라주(Collage) 등의 콜라주 편집 앱을 꾸준히 쓰고 있지만, 이런 앱들은 사진을 합치기 위해서 프레임을 선택하고, 크기 조절을 위한 여러 단계를 거치는 등 꽤 시간 소비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레이아웃은 프레임 선택지도 없고, 사진의 개별 편집 기능이나 풍부한 기본 레이아웃을 제공하진 않지만, 앱을 실행한 후 매우 빠르게 사진을 배치할 수 있어서 간결성이 돋보였습니다.
 
 편집의 시간을 단축하는 만큼 공유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은 대변인을 통해 3억 명의 인스타그램 사용자 중 20%가 픽 스티치(Pic Stitch)나 인스타프레임(InstaFrame) 등의 타사 앱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레이아웃의 목적이 더 많은 사용자가 쉽게 콜라주 기능에 접근하여 콘텐츠 공유를 늘리려는 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 타임랩스 비디오 촬영 앱인 하이퍼랩스(Hyperlapse)를 출시한 바 있고, 하이퍼랩스도 쉬운 사용법과 편의성으로 인스타그램에 타임랩스 콘텐츠를 늘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레이아웃도 그 연장선인 겁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정체성에 흥미로운 점을 얘기합니다.
 
 


 '인스타그램의 정체성이 뭐? 사진 공유 서비스가 정체성이잖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의 딜레마는 사진 공유 서비스만으로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있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현재의 모습이 초기 지향했던 바와 약간 달라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스타그램의 특징은 있었지만, 그것이 곧 인스타그램의 정체성이라고 하기는 부족했던 겁니다.
 
 그건 인스타그램으로 이익을 내기에 꼭 필요한 것이었고,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광고 모델을 도입하거나 유료 기능을 출시하려 했다면 쉽게 사용자에 외면받았겠죠.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페이스북을 '사진 공유 서비스'라고 해도 무리가 없으니 말입니다.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용자들은 관련 없는 광고가 나타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서비스로 이익을 내는데 굉장히 신중하다는 걸 방증하는 발언입니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실시간 정보를 연결하는 서비스이고, 트위터나 구글보다 TV나 인쇄물이 경쟁자다.'라면서 '기존 미디어로 흘러들어 간 자본이 모바일로 이동하는 현상을 볼 것이며, 인스타그램이 그런 서비스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하게 해석하면 '광고 사업에서 TV나 인쇄물을 이길 것'이 되겠지만, 'TV나 인쇄물을 대신해 현재의 정보를 시각화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자리하겠다.'는 포부이기도 합니다.
 
 레이아웃은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미 인스타그램은 몇몇 업체와 제휴하여 광고를 제공하며, 마케터들도 인스타그램을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일반 이용자처럼 사진이나 동영상 콘텐츠를 게시하는 것으로 광고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투 업체라면 지역과 타투를 해시 태그로 삼아 하이퍼랩스틀 이용해 타투 그리는 모습을 타임랩스 영상으로 담아 게시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레이아웃 덕분에 콜라주 콘텐츠가 늘어나면 마케터들이 콜라주 사진을 광고 콘텐츠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를 놓게 됩니다. 대신 이런 광고는 이용자에게 여타 사진이나 동영상처럼 시각화 콘텐츠로 인식되고, 또 그런 시각화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유도합니다. 다양한 도구를 제공하여 콘텐츠와 광고의 경계를 허물고, 한곳에 모으는 것으로 다른 소셜 미디어들과 다른 포지셔닝을 가지려는 것이죠. '우리가 사진 공유만으로 성장하려는 건 아닙니다.'를 명확히 전달하는데 레이아웃이 있는 겁니다.
 
 정체성이 뚜렷해지면 일반 이용자들은 시각화 콘텐츠의 공유에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고, 마케터들은 시각화 마케팅을 위해 인스타그램에 몰릴 겁니다. 그것이 인스타그램이 노리는 것이며, 인스타그램이 지향하는 바로 삼으려는 바이죠. 하이퍼랩스나 레이아웃 외 다른 편집 앱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상기한 것만 보더라도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과 다른 방향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자 하며, 페이스북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따라가는 것이 아닌 포지셔닝을 확고히하여 성장 전략으로 삼으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이아웃으로 편집한 사진을 페이스북으로 공유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인스타그램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사진을 페이스북에도 공유할 수 있으나 인스타그램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것처럼 인스타그램이 인스타그램으로서 성장하는 데 레이아웃이라는 새로운 발판을 준비했다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레이아웃은 현재 iOS용으로만 출시했습니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준비 중이며, 곧 만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