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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의 의미


 최근 메신저 서비스들의 무한 변신은 '이제 메신저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국한한 서비스가 아니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합니다. 메신저의 사용자 수만 중요했던 이전과 다르게 플랫폼 경쟁력의 성장이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고, 파이를 나눠 가진 메신저들은 앞다투어 메신저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의 의미
 
 페이스북 메신저도 기능을 추가하면서 앞선 경쟁자들을 뒤쫓고 있으나 가장 큰 실수는 페이스북 앱에 메신저 기능을 포함한 상태였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는 전화번호를 통해 페이스북 계정이 없더라도 여타 메신저 서비스처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예전에는 페이스북 계정이 필요하되 메신저 앱이 있음에도 페이스북 앱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기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보단 페이스북에 고립하면서 선점 효과를 보지 못했었습니다.
 
 


 선점 효과를 보지 못했던 페이스북이 선택한 것은 과감히 페이스북 앱에서 메신저 기능을 빼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용자가 반발했고, 현재도 분리한 앱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용자는 많습니다. 다만, 메신저 앱을 완전히 분리한 탓으로 사용자 증가를 노릴 수 있었으며, 현재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는 6억 명 수준입니다.
 
 덕분에 페이스북 메신저의 분리가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분석하는 이는 찾기 어렵습니다. 단지 불만을 품은 이용자가 많으니 상쇄할 메신저만의 가치를 내보여야 합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F8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메신저 플랫폼(Messenger Platform)'을 선보였습니다. 메신저 플랫폼은 페이스북 메신저 안에서 서드파티 앱을 설치하고, 설치한 서드파티 앱의 기능을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입니다.
 
 스티커 앱으로 사진에 스티커를 추가하거나 GIF 키보드로 GIF 이미지를 바로 첨부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몇 가지 앱을 사용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은 총 40개의 앱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SPN으로 스포츠 중계 정보나 더 웨더 채널로 일기예보를 메신저로 보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물론 탑재 예정인 40개의 앱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자사 앱을 페이스북 메신저에 포함할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어떤 앱이 계속 추가될 수 있을지 기대해볼만하죠.
 
 


 그런 메신저 플랫폼은 단순하게 서드파티 앱으로 기능이 추가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좀 더 넓게 생각하면 꽤 흥미로운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먼저 기존 앱을 이용하긴 하지만, 메신저 안에서 앱을 구매하고, 실행하는 것이 가능해진 탓에 페이스북 안에 앱스토어가 생긴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건 페이스북과 별개로 페이스북 메신저가 개발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기존 페이스북 메신저는 페이스북의 부가 기능으로 인식되었고, 페이스북 플랫폼의 한 영역이었지 분리된 이후에도 독립적인 앱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앱 내 기능을 줄이고, 독립 앱을 하나씩 출시하면서 무게감을 분산하고 있습니다. 메신저의 분리 조치도 그런 것이었으며, 이번에 출시한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서 완전히 다른 서비스로 분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서드파티 앱으로 페이스북과 달리 성장할 수 있게 구축했고, 이를 서드파티 개발자들에게 알리면서 확고해진 것입니다. 그건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가 하나로서 동반 성장하는 게 아닌 두 개의 다른 존재로서 성장함을 이야기합니다.
 
 애초에 주커버그는 기조연설에서 페이스북 앱과 그룹, 메신저, 왓츠앱, 인스타그램 사용자 현황을 분리해서 설명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곧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이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이제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 근거가 메신저 플랫폼이 된 것이죠.
 
 또한, 접근 방식이 특이한데, 초기 서드파티 앱으로 참가한 앱들을 보면 이모티콘 키보드나 GIF 이미지, 사진 보정, 영상 편집 등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사진이나 동영상, 혹은 텍스트를 보내더라도 쉽게 타이핑하는 게 아닌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둔 앱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이점이 특이한 건 대개 이런 앱들의 요소는 작은 기능으로 분류하여 메신저에 직접 탑재하거나 아니면 이들 앱이 메시지의 부가적인 요소를 자처해서 공유 기능의 탑재 혹은 서드파티 키보드로 개발하여 다른 서비스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었습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이런 비슷한 앱을 모두 한 서비스에 담을 수가 없고, 담더라도 실질적인 이익을 내기에 어려운 모델이므로 그냥 각 서드파티 앱의 재량에 맡겼던 것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들 앱을 메신저에 걸맞은 서드파티 앱으로 분류했습니다. 가령 서드파티 키보드로 구현할 수 있는 앱도 메신저 안에서 기능으로 작동하게 굳이 끌고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잘한 기능의 앱까지 플랫폼에 포함하게 했고, 앱 아이콘 하단에 메신저 로고를 새기도록 했습니다. 마치 게임 플랫폼의 아이콘처럼 말입니다.
 
 이로써 비슷하게 작은 기능의 앱들이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을 발판 삼게 되었니다. 딱히 수익을 배분하자는 것도 아니고, 서드파티 개발자로서는 앱의 사용을 확산하는 수단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비슷한 이모티콘이나 GIF 생성, 사진 보정 앱들이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메신저를 지원하도록 유도하며, 그밖의 콘텐츠 앱들이 메신저로 즉시 콘텐츠를 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여 전달 방식을 다양화하고, 직관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그런 생태계를 페이스북이 아닌 메신저로 구축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페이스북 앱으로부터 독립, 그리고 페이스북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별도의 생태계 마련만으로 갑자기 많은 사람이 메신저를 사용하려고 하진 않을 것입니다.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의 소통 방식을 변화하고, 페이스북과 다른 여역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페이스북이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 될 테죠.
 
 단지 약간 문제가 있다면 자잘한 기능의 앱을 포함하게 한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너무 비슷한 앱이 한곳에 계속 몰리게 되면 항상 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서 상기한 GIF 생성, 사진 보정 등의 기능 외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앱을 페이스북 메신저에 어떻게 포함하느냐에 메신저 플랫폼의 성장 과제가 들어 있다고 봅니다.
 
 페이스북은 메신저 플랫폼으로 많은 이익을 거둘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경쟁 메신저들이 플랫폼화하면서 콘텐츠의 전달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등을 해소하기에 자사 메신저 플랫폼의 영역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이며, 그 점에서 메신저 플랫폼이 주는 의미는 페이스북 메신저의 발전이 여타 메신저들보다 기대하게 합니다. 여지를 활짝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