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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워싱턴포스트, 부활인가? 변화인가?


 2013년,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인 것은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아마존이 아닌 개인 회사로 인수했으며,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적자 상태였고, 새로운 매체들을 꿈틀대는 상황이었기에 베조스가 새로운 서비스가 아닌 기성 매체를 인수한 걸 어떤 의도로 이해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 부활인가? 변화인가?
 
 베조스는 '뉴스는 독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수 당시 대부분 기성 언론사들이 어려움을 겪었으며, 매출을 늘리기 위해 사업부를 헐값에 매각하는 등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미디어가 디지털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혼란스러웠고, 거기서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겁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베조스의 회사가 된 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 워싱턴포스트의 편집부는 유지하고, 똑같이 뉴스를 발행했으나 새로운 전달 방식을 계속 추가했습니다.
 
 포스트에브리싱(PostEverything)은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아닌 외부 기고자가 콘텐츠를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로 워싱턴포스트의 허밍턴포스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는 워싱턴포스트의 검수를 거쳐야 하며, 메인 페이지가 아닌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운영함으로써 워싱턴포스트가 생산한 콘텐츠와 간섭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모닝 믹스(Morning Mix)는 기존 콘텐츠를 재생산하여 모아주는 서비스로 포스트에브리싱처럼 별도의 페이지로 구성했습니다. 대신 내용은 가벼운 정보성을 담은 것들로 외국의 특이한 소식이나 엔터테인먼트, 스포츠가 주 카테고리이며, 과학 분야도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쪽으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가 아닌 타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부 매체들의 기사를 모아주는 더 모스트(The Most)라는 공간도 개설했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 주요 매체들의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것과 함께 주요 기사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버즈피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저 취재 후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하는 기존 언론사의 역할을 벗어나서 외부에서도 콘텐츠를 끌어모으고,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마치 야후처럼 미디어 포털을 자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워싱턴포스트가 포털 서비스가 될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추가한 서비스 탓에 순 방문자가 늘었다는 겁니다. SXSW에서 참여한 워싱턴포스트 편집 국장인 마틴 바론(Martin Baron)은 '지난해보다 순 방문자가 71%나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신규 디지털 미디어로 빠져나간 방문자가 워싱턴포스트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죠.
 
 방문자가 늘어났기에 매출도 상승했으리라 봅니다.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전의 활발했던 워싱턴포스트의 모습을 되찾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문제는 이것이 워싱턴포스트가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부활한 것인가, 아니면 기존 매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 결과인가에 대한 논쟁이 생겼습니다.
 
 '변화했기에 부활했다.'라고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이게 논쟁이 되는 건 매체들이 디지털로 넘어가야 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었습니다. 단지 종이 매체의 성질을 디지털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디지털 매체가 될 것인가는 신규 매체들이 늘어가면서 중요한 사안이었죠.
 
 바론은 '버즈피드가 될 생각은 없고, 장점을 워싱턴포스트에 적용한 것뿐이다.'고 설명했으나 둘의 성질은 정반대입니다. 즉, 기존 워싱턴포스트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에 순 방문자가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워싱턴포스트로 구독자가 되돌아온 것인지는 여러 매체가 고민하도록 화두를 던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했기에 부활했다.'고 단정하면, 디지털로 넘어가는 매체들이 모두 워싱턴포스트처럼 버즈피드 등의 장점을 가져와서 운영하면 될까요? 기존 매체들은 취재한 기사와 고급 콘텐츠로 확보한 신뢰를 바탕으로 구독자를 확보했으나 버즈피드의 장점이라면 콘텐츠의 선별과 큐레이팅에 있고, 이를 워싱턴포스트가 흡수한 것인데, 그것만을 워싱턴포스트의 부활이나 재기의 신호탄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얘기가 아니라 워싱턴포스트의 성과가 기존 매체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막바지 문턱에서 가져야 할 고민의 중심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기존 매체들이 워싱턴포스트처럼 대응하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어떤 매체에 가더라도 다른 매체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나 혹은 재생산한 콘텐츠가 들어차게 되면 종이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게 아닌 정보의 전달 구조가 바뀔 겁니다.
 
 


 즉, 워싱턴포스트의 행보나 순 방문자의 증가를 성과로만 보기보다는 이 사례를 통해서 어떻게 디지털에 대응할 것인지 고찰하는 게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분명 워싱턴포스트는 베조스의 개입으로 방문자가 늘었고, 개입은 신규 매체의 영역을 가져오는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신규 매체들이 성장한 것은 기존 매체들이 존재한 덕분입니다. 그 간극에서 각 매체의 역할은 분명할 겁니다. 그저 방문자의 수가 한정될 뿐이겠죠.
 
 좀 더 쉽게 얘기하면 기존 매체들은 뉴스통신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보도했고, 언론사들이 전달의 최전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사들이 신규 디지털 매체들의 통신사 역할을 하면서 수요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2가지 기능을 모두 하겠다고 했으나 통신사들도 디지털로 이동하며, 성과는 냈으나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것인데, 이를 디지털 이행의 쟁점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이행이 고착화했을 때 유지할 수 있는 위치를 얻게 될 것입니다. 과거 통신사와 언론사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그건 워싱턴포스트의 시도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시도는 훨씬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겠죠. 그렇기에 논쟁이 생기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