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Google

구글, ARC 개방과 이후 과제


 구글은 작년 I/O 2014에서 크롬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에버노트, 듀오링고, 사이트 워드, 바인을 을 크롬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응용프로그램 폭이 좁은 크롬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구글, ARC 개방과 이후 과제
 
 그러나 구글은 상기한 4가지 앱 외 다른 앱을 크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진 않았었습니다. 그렇기에 올해 I/O 2015에서 해당 내용을 다루지 않을까 싶었는데, 행사에 앞서서 구글이 '앱 런타임 포 크롬(App Runtime for Chrome ; ARC)'의 제한을 풀었습니다.
 
 


 구글은 ARC에 모든 개발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덕분에 개발자들이 자신의 안드로이드 앱을 크롬 기기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한 크롬북에 적합하도록 개선만 하면 네이티브 앱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설명입니다.
 
 윈도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구동하게 해주는 블루스택과 비슷하게 여길 수 있겠지만, 블루스택이 안드로이드 앱을 그대로 PC에 나타나게 하는 도구라면 ARC는 개발자들이 직접 크롬에 안드로이드를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크롬에 대응하는 앱을 늘릴 방안이기에 의미가 다릅니다.
 
 비슷하게 애플이 UXKit으로 iOS 앱을 OS X으로 쉽게 옮길 수 있게 할 계획인 것처럼 개발자들이 크롬에 쉽게 참여하는 방안으로 ARC를 선택한 것입니다. 필자는 작년부터 이를 통합 과정의 하나로 얘기했으며, 구글은 크롬에서의 안드로이드 앱 구동만 아니라 크롬의 웹 데이터와 안드로이드 앱 데이터를 연결하거나 안드로이드 폰으로 크롬의 잠금을 해제하는 등 많은 걸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ARC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통합의 물꼬를 튼 겁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스마트폰 앱을 구동할 수 있다고 크롬에 도움이 될까?', '지금 크롬과 무엇이 크게 다를까?' 등 소비자로서 질문을 던짐 직한 탓입니다.
 
 


 ARC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크롬의 생태계 강화도 함께 개발자 유입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집니다. 물론 계속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겠지만, 크롬에 여지를 둘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다음이 크롬에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 초기 크롬은 오프라인에서 작동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오프라인에서 작동할 뿐 아니라 자체 저장공간을 확보하여 훨씬 다양한 활용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지 뒷받침할 앱이 적다 보니 실제 오프라인으로 사용하려는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였죠.
 
 물론 스마트폰의 앱도 대부분 온라인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긴 합니다. 그저 크롬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가능성이 늘었고, 판매량이 잘 나오니 제조사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지만, 정작 더 나은 사양의 크롬 기기를 구매해야 할 이유를 소비자가 잘 느끼지 못합니다.
 
 ARC는 그 점을 보완해줄 장치로서 가령 동영상 플레이어인 VLC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크롬은 현재 여러 동영상 포맷을 지원하고 있지 않지만, VLC를 이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죠. 구글의 제품 담당 조쉬 우드워드(Josh Woodward)는 곧 VLC 앱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롬을 웹과 분리하여 인식하기 어렵지만, ARC로 사이를 채우면서 크롬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된다는 것과 활용 폭을 넓힐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겁니다.
 
 여기서 구글은 새로운 과제를 떠맡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고성능 크롬북인 픽셀의 2세대 모델을 선보였고, 에이서는 21.5인치의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올인원 크롬 PC를 발표했습니다. 제원의 성능과 형태가 다양화하면서 기존 저가 크롬북에 고정해있었던 인상을 벗어야 할 지점이 된 것입니다. 그래야 성능을 올린 크롬북이나 여러 소비자를 겨냥할 크롬북을 제조사들이 계속 생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ARC를 통해 보완한 유용성을 기점으로 크롬 기기를 저렴하게만 구매하는 것이 아닌 크롬의 개념을 확립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구글은 어도비와 협력하여 크롬에서 가상화를 통해 포토샵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포토샵만 보고 크롬을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부가적인 요소가 부족하며, 그 밖의 요소에 대응하기 위한 제원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에이서가 출시를 계획한 올인원 제품도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나 실상 크롬에서 터치 디스플레이를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가에 먼저 괴리를 느끼게 되죠.
 
 ARC로 크롬의 유용성을 강화하더라도 이런 괴리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크롬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수준으로 인지할 여지를 주기에 포토샵이나 그 외 다른 고급 응용프로그램으로 추가하더라도 저가 크롬북을 벗어나게 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되진 못합니다.
 
 현재 구글이 ARC로 취하려는 게 크롬의 생태계를 안드로이드 앱으로 보충하여 기존에 집중했던 교육 시장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ARC가 단초라면 이제 크롬의 인식을 전환하고, 훨씬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한 제원의 통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크롬의 고급화 전략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고급화가 아니더라도 크롬북의 활용에 대한 괴리가 없는 게 아니니까요.
 
 구글은 에이서와 제휴하여 100달러 수준의 스틱형 PC인 크롬비트(Chromebit)도 공개했습니다. TV에 연결하여 크롬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건데, 마이크로소프트도 스틱형 윈도 PC를 내놓았고, 크롬비트 이전에 스틱 기기인 크롬 캐스트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문제는 크롬비트가 스틱형 윈도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만한 여지가 적고, 크롬 캐스트의 가격이 더 저렴하긴 하지만, 가격을 떠나서 크롬 캐스트의 분명한 활용 목적과 다르게 소비자가 크롬비트에서 그런 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겁니다. 어중간하다는 거죠.
 
 그렇다고 스틱형 윈도 PC가 크롬비트보다 훨씬 나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 ARC로 유용성을 보충했으니 내세울 부분도 늘어날 겁니다. 다만 크롬의 인지 단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제원을 다양화하더라도 기존 크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테고, ARC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구글은 이 과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