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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테슬라, 자기 영역을 구축하다


 전기차가 미래의 자동차라거나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하는 건 구식입니다. BMW나 닛산도 있지만, 테슬라의 존재가 전기차를 시장으로 완벽히 이끌어 내면서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전 세계 슈퍼차저 충전소가 2,000개 건설되었다고 밝히면서 인프라 구축도 순조로운 것으로 나타났죠.
 


테슬라, 자기 영역을 구축하다
 
 그러나 인프라는 구축하는 것만큼 제품 판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울만 좋을 뿐입니다. 충전소에 충전할 차량이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전처럼 특정 지역에 국한한 사업이 아닌 지역을 넓히고 있으므로 판매량이 가지는 의미도 훨씬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출시하기로 한 새 모델에 힘을 싣기 위해서도 판매량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테슬라는 올 1분기 1만 3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분기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지난해보다 55% 증가한 수치입니다. 작년 3분기에 7,785대, 4분기에 9.834대를 판매하여 꾸준했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만 대 돌파도 달성한 겁니다.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는 '2020년까지 연간 판매량을 5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말했으며, 매 분기가 끝난 후 3일 안으로 판매량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자사 판매량을 추측으로 판단하는 미디어가 많기에 공식 채널로 분기 판매량을 즉각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는데, 판매량에 오차가 있을 수는 있으나 고객에 전달된 차량만 계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뿔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판매 추이에 대한 자신감이죠. 현재 판매량에서 2020년까지 목표인 분기당 120만 대 수준을 달성하려면 10배 이상 판매량을 올려야 합니다. 실현이 가능하다면 테슬라의 가치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판매량 공개나 목표 설정은 당장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한 말은 아닙니다.
 
 물론 목표에 꼭 도달하리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테슬라의 1분기 판매량과 자신감 덕분에 발표 후 주가는 6.34% 오른 203.10달러에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발표가 중요한 건 1분기 내내 유가 하락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테슬라를 조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테슬라는 이 탓으로 주가에 타격을 입었고, 유가 변동에 따라서 계속 가치가 흔들렸습니다. 이미 예약 물량을 해결하는 것도 힘들다는 테슬라의 주장이 있었으나 그것보다 원유 가격이 더 큰 쟁점이었죠.
 
 하지만 판매 신기록을 세웠기에 유가 변동이 테슬라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되레 테슬라의 다른 강점인 소프트웨어, 인프라, 지원 등이 돋보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셈입니다.
 
 특히 테슬라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의 대표적인 것이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로 첫 순이익을 내지 않았다.'는 것에 있는데, 실제 머스크도 '탄소배출 거래와 관련한 혜택을 얻은 것이 맞다.'라고 말했고, 현재로는 자동차 판매로 충분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기차만으로 매출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게 핵심이죠. 유가 하락이라는 상황에서도 자기 영역을 지켰다는 점이 혜택만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했기에 1만 대 돌파라는 것보다 좋지 않은 투자 전망 속에서 판매량의 상승을 지탱했다는 것이며, 이는 테슬라의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한다는 명백한 단초를 제시합니다.
 
 현재 테슬라의 문제점은 예약 물량을 빠르게 처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겁니다. 주문 후 고객에게 차량을 전달하는 시간이 길고, 라인을 개조하여 생산량을 늘렸지만,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큰 과제는 주문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있습니다. 하반기 SUV인 '모델 X'를 출시할 계획이므로 제품을 추가한 만큼 현재 판매량을 유지한다면 주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주문 취소를 줄이고, 판매량을 늘릴 실질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판매를 이어가야 슈퍼차저도 빛을 보게 될 것이며, 다시 테슬라 전기차의 구매자를 보태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겠죠. 그렇기에 투자자들도 테슬라가 독자적인 영역, 즉, 유가 하락이나 기존 가솔린 자동차와의 우열 논란보다 생산 증대에 초점을 두었고, 그것이 주가에 반영된 겁니다.
 

 


 단지 걸림돌이 있다면, 중국이나 몇몇 전기차 판매를 금지하는 지역입니다. 테슬라가 저가 모델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이고, 가솔린 자동차처럼 주유소에 들르면 쉽게 연료를 주입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충전소의 유무나 가정에서의 충전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기에 주로 중산층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특정 지역에 밀집하여 판매하는 것보다 여러 지역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게 판매량 증가에 효과적인데, 아직 전기차에 대한 규제 등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 지역이 있는 탓에 주문 대응이 길어지는 것과 함께 판매를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테슬라가 이런 걸림돌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주목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