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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IBM 왓슨, 인지 컴퓨팅으로 만든 요리책

via_The Daily Meal


 IBM이 본격적으로 왓슨을 사업화하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IBM은 작년에 인공지능 컴퓨팅 스타트업인 '코그니(Cognea)'를 인수했고, 코그니는 모바일 비서 역할로 대화에 중점을 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코그니의 이름을 딴 코그니토이가 등장하기도 했죠.
 


IBM 왓슨, 인지 컴퓨팅으로 만든 요리책
 
 기존에 비슷한 개념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왓슨의 등장으로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실제 코그니토이는 인공지능 장난감으로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만 아니라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기억을 토대로 질문하고, 학습하면서 아이와 동반 성장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저 소리만 나는 장난감이 아닌 겁니다.
 
 


 코그니토이 같은 장난감도 등장했지만, IBM이 왓슨을 자사의 미래로 내세우면서 먼저 시도한 것은 '요리'입니다.
 
 지난해 7월, 본 아뻬띠(Bon Appetit)와 제휴하여 '본 아뻬띠와 함께하는 왓슨 요리사(Chef Watson with Bon Appetit)'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고, 이는 '셰프 왓슨(Chef Watson)'이라는 항목으로 정착했습니다. 본 아뻬띠 웹 사이트에 접속하면 셰프 왓슨 코너가 마련되어 있죠.
 
 셰프 왓슨의 개념은 간단합니다. 왓슨이 본 아뻬띠의 요리 데이터를 인지하고, 학습하면서 기존의 조리법을 답습하여 새로운 조리법을 제시하는 겁니다. 물론 새로운 조리법이라는 것이 세상에 없던 요리를 하는 건 아니며, 다양한 지역의 재료나 조리 방법을 혼합하거나 재료에 맞춰 익히는 시간을 조절하는 등으로 조리법을 내놓는 것입니다.
 
 셰프 왓슨은 앱 형태로도 출시되었으며, 필자는 이를 두고 '레시피를 만드는 요리책'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직접 요리하지 않는 왓슨의 조리법이 좋은 맛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긴 어렵지만, 레시피 개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데이터를 누적할수록 좋은 조리법의 형태로 다듬을 수 있는 보조적인 도구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책이 나왔습니다.
 
 


 Cnet은 IBM의 왓슨이 집필한 요리책이 출판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요리 학교인 ICE(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가 공동 저술로 참여한 이 요리책의 제목은 '셰프 왓슨과 함께하는 인지 요리(Cognitive Cooking with Chef Watson)'입니다.
 
 책에는 왓슨이 제시한 65여 개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기존 조리법과 비슷하지만, 가지와 수막, 파르메산 치즈를 넣은 터키식 브루스케타처럼 변형된 조리법입니다. 당연하게도 왓슨이 내뱉은 조리법을 그대로 책에 실은 것이 아니며, ICE에서 직접 레시피를 검증하고, 다듬은 것입니다.
 
 이는 왓슨이 조리법을 제시하긴 했으나 결국에 요리라는 건 사람이 해야 하므로 '컴퓨터가 책을 썼다.'는 것보다 '왓슨이 사람이 했었던 인지를 보조 역할로 수행한 결과물이 나온 것'에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실 좀 무서운 건 문서 작성이나 디자인, 작곡 등의 영역이 컴퓨터로 옮겨왔지만, 실행하는 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셰프 왓슨의 형태를 문서 작성에 비유하면, 왓슨이 작성한 문서를 사람이 검증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는 왓슨이 제시한 음악 샘플을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작곡할 수도 있겠죠. 본래 사람이 인지하던 영역을 컴퓨터가 가져가면서 역할이 바뀐 것입니다.
 
 아직은 요리에 머물고 있고, 이것이 인공지능이 사람을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 단초로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인공지능이 사람과 함께 무언가 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고, 그 결과물이 셰프 왓슨의 요리책이라는 겁니다.
 
 


 코그니토이가 보여준 건 단순히 아이와 동반 성장하는 인공지능입니다. 동등한 영역에 있죠. 하지만 셰프 왓슨이 보여주는 건 사람이 해야 했었던 인지를 컴퓨터가 어느 정도 대체하고, 그것이 이전과 전혀 다른 컴퓨터와의 접점을 만든다는 점이 더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접점의 결과물인 요리책, 그러니까 컴퓨터의 인지 영역이 반영된 책을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새롭게 다가옵니다.
 
 셰프 왓슨의 요리책은 다음 주에 하드커버로 출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