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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에코, 나은 사물인터넷 접근성


 '미래의 컴퓨터는 어떨까?'
 
 지난해, 아마존은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한 타워형 기기인 '에코(Echo)'를 출시했습니다. 에코를 컴퓨터로 규정한 건 아니지만, 흔히 스마트폰에서 구현한 기능을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형태를 잡았다는 점이 미래의 컴퓨터를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마존 에코, 나은 사물인터넷 접근성
 
 에코의 기능은 그렇게 화려하진 않습니다. 음성으로 물으면 날씨를 알려주거나 위키피디아 검색, 할 일 추가, 일정 확인, 음악 재생 등을 할 수 있죠.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구글 나우'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애플이 홈킷, 구글이 네스트로 사물인터넷에 접근하는 것처럼 아마존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에코에 다른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선은 필립스의 전구인 '휴(Hue)'와 벨킨의 스마트 스위치인 '위모(WeMo)'를 지원하며, 여타 사물인터넷 플랫폼처럼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에코에 탑재한 음성 인식 서비스의 이름은 '알렉사(Alexa)'이고,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거리에서 알렉사를 외친 후 거실의 조명을 꺼달라고 명령하거나 방의 조명을 20% 낮춰달라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기존에는 휴와 위모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이용했다면, 에코를 이용했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집 안의 사물을 조작할 수 있죠.
 
 필자는 아마존이 에코를 출시했을 때, '에코는 공간을 품은 제품'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사물인터넷과 연결하기 가장 좋은 기기로 꼽히고 있지만, 휴대용 기기라는 점에서 집이라는 공간보다는 개인화 영역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다르게 에코는 설치한 곳부터 음성 인식 범위까지 영역이 모두 조작이 가능한 공간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필자는 에코로 조명이나 난방 조절 등의 상상은 그리 놀랍지 않으며, 사물인터넷 기능을 지원할 것을 예견했었습니다. 그만큼 에코의 특징이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적합하다는 얘기이고, 아마존은 6개월 만에 사물인터넷 기능을 포함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에코가 사물인터넷 시장에 영향력 있는 제품이 될 수 있는가?'입니다. 최근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내세우는 업체가 늘었고, 아마존도 그중 하나일 뿐이기에 사물인터넷 지원을 시작했다고 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경쟁사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며, 스마트폰과 연결한 셋톱박스 등을 허브로 삼고자 하므로 그런 것 없이 본체만 있는 에코의 경쟁력에 대해선 충분히 의심할 수 있습니다.
 
 가령 구글은 인수한 네스트를 사물인터넷 부문 핵심으로 내세우고, 네스트는 온도조절장치와 사물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작만 아닌 전력 소모를 줄이는 등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글 나우를 적용하여 온도조절장치와 연결한 기기들을 스마트폰으로 조작하거나 알림을 받는 등으로 넘어가는 단계입니다. 결국에는 온도조절장치, 혹은 다른 허브 기기를 통해 통합하게 될 테고, 여기서 조작의 접근성을 높이는 게 스마트폰이죠. 본체가 중심이 되는 에코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접근성 면에서는 에코의 방식이 좀 더 나은 것입니다. 에코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화하지 않으면서 공간을 덮는데 특화한 기기라는 겁니다. 기능에는 차이가 없으나 스마트폰이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한 기기라면, 에코는 설치한 공간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인터넷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합니다.
 
 집은 본래 개인적인 공간이고, 휴대성이 필요하지 않기에 공간의 범위를 집으로 두고, 그 속에 연결할 기기를 채우기만 하면 스마트 홈(Smart Home)이라는 조건을 만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스마트 홈에서 스마트폰을 빼버리고, 원격 조작에 이용하도록 한다면 실상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그 밖의 다른 개인화 기기로 사물을 조작할 일이 매우 줄어듭니다.
 
 공간을 구축하는 사물인터넷의 특성상 에코로 접근하는 것이 사용자에게도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인 겁니다. 쉽게 말하면 상기한 네스트에서 단계를 하나 줄인 것이죠.
 
 


 다만, 에코가 만능은 아닌 것이 에코는 화면이 없습니다. 오직 음성으로만 조작해야 하므로 다른 사물인터넷 기기의 기본 설치나 설정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또는 다른 화면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TV와 연결하면 셋톱박스인 파이어 TV와 겹치게 되고, 음성만으로 조작할 수 없다면 에코는 보조 기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물론 설정을 끝낸 다음은 사용자가 공간을 제어할 수 있겠지만, 아직 에코만으로 해결할 수 있진 않다는 것이며, 아마존이 이 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에코가 주 기기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렸다고 봅니다.
 
 필자는 에코가 아마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에코를 하나의 사물인터넷 솔루션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그것을 판매 카테고리로 아마존과 연결하여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사물인터넷 시장을 파고드는 데 에코가 꼭 필요한 겁니다.
 
 여기서 에코의 좀 더 나은 사물인터넷 접근이 빛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