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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뉴욕타임스, '나우'를 무료로 바꾼다


 미디어 체질 개선을 위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 나우(NYT Now)'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10~15명의 편집자가 NYT가 추린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로 NYT의 원래 구독료인 15달러의 절반인 월 8달러로 모바일 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뉴욕타임스, '나우'를 무료로 바꾼다
 
 2013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을 때 NYT는 '텀블러 등의 미디어가 미래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텀블러가 언론사의 역할을 하진 않겠지만, 대부분 파이를 쥐고 있었던 언론사로부터 다른 미디어로 넘어가면서 언론사의 역할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였고, 돌파구의 마련으로 내놓은 게 나우였습니다.
 
 


 월 8달러에 NYT가 제공 중인 나우를 5월 11일부터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NYT가 나우를 무료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애플 워치와 연동할 앱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출시 1년 만에 유료 정책을 폐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종이 신문 구독자가 줄어드는 만큼 늘어나는 모바일 이용자를 잡기 위한 NYT의 최선의 조치였던 나우가 무료가 된다는 건 꽤 주목할 부분입니다. 나우는 일종의 큐레이션 서비스이고, 버즈피드 등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커지는 와중에 워싱턴포스트도 더 모스트(The Most)라는 공간을 개설하여 워싱턴포스트가 외 다른 미디어가 작성한 콘텐츠를 정리하여 제공하기에 나우의 무료 전환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존 언론사들이 이전과 다른 콘텐츠 제공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며, NYT가 워싱턴포스트처럼 다른 미디어의 콘텐츠까지 끌어들이진 않으나 유료 구독자, 즉, 정보를 돈으로 사는 구매자보다 다른 것에 우선을 둔, 나아가 성향이 바뀐 구독자를 자신의 미디어로 끌어들인 방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그렇다면 NYT는 왜 나우를 무료로 돌렸을까요? 구독자의 성향에 맞출 필요는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처음부터 나우를 무료로 제공했을 겁니다.
 
 


 NYT가 나우를 출시한 다음 분기인 2014년 2분기에 NYT의 순이익은 2013년 같은 동기보다 54% 감소한 919만 달러였습니다. 그리고 매출은 3억 8,872달러로 1% 감소했는데, 재미있는 건 인터넷 유료 구독자가 81만 1,000명으로 2분기 동안 3만 명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고로 순이익은 감소하면서 유료 구독자가 늘었다는 것인데, 나우의 구독자는 현재 2만 명 수준으로 구독료를 낮추면서 구독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으나 종이 신문 구독자가 줄면서 광고 수익도 4.1%나 감소했고, 이를 나우의 구독자만으로 회복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는 다음 분기로 이어져 3분기에는 구독자가 87만 5,000만까지 늘었지만, 적자는 더 늘어났습니다.
 
 모바일 유료 구독자를 얼마나 확보해도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NYT로서는 기존 몸집을 유지하고자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광고 수익을 올릴 방안'이나 '구독료를 올릴 방안' 중 선택해야 했습니다.
 
 NYT는 수년 전부터 네이티브 광고 전담 부서를 개설하여 광고 품질을 올리고, 마케팅을 미디어가 유연하게 가져가면서 광고 수익을 올리려고 시도 중입니다. 그러면서 지난 3월에는 '키위(keywee)'라는 콘텐츠 분석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키위는 자연어 처리와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분석한 콘텐츠를 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어 전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처럼 구성한 네이티브 광고가 늘어날수록 도달율을 높일 방법도 있어야 하기에 키위의 기술을 이용하여 네이티브 광고 수익을 더 올리겠다는 거로 해석할 수 있었죠.
 
 나우의 무료 전환도 거기에 뿌리를 뒀으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기존 미디어들의 고민은 미디어 접근이 쉬워지면서 등장한 많은 새로운 통로와 광고주가 되어야 할 기업들이 자체적인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면서 언론사의 파이를 가져가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NYT는 유료 모델을 계속 제시했던 것인데, 무료로 돌렸다는 건 네이티브 광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며, 광고주들의 미디어보다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여 자사의 네이티브 광고 모델로 광고주를 유치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이건 단순히 광고를 늘리겠다는 것보다 언론사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본질적인 대응을 하기 시작했으며, 언론사 간의 경쟁이 아닌 복합적인 미디어 경쟁이 되면서 그 경계가 이전보다 흐려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NYT의 선택으로 광고주가 당장 NYT의 네이티브 광고를 선택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NYT는 모바일에 집중하는 것과 함께 그 방법을 기존 언론사가 아닌 새로운 미디어들이 시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건 NYT만 아니라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언론사도 시도하는 것이며, 이런 점이 미래 미디어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분명 미디어의 발전에 언론사들이 어느 때보다 크게 움직이고 있음을 나우의 무료 전환이 방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