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Google

구글 I/O 2015가 아쉬웠던 이유


 가장 인상 깊었던 구글 I/O를 꼽으라면 2012년도입니다.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구글 나우가 처음 공개되었고, 넥서스 7, 넥서스 Q, 구글 글래스 등 하드웨어도 한꺼번에 내놓았죠. 또 샌프란시스코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구글 글래스로 중계하면서 신선한 충격도 주었습니다.
 


구글 I/O 2015가 아쉬웠던 이유
 
 물론 해당 행사에서 공개했던 넥서스 Q나 구글 글래스는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으며, 스카이다이빙은 유난을 떤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전체적인 행사로 보면 다양한 시도와 제품 공개로 굉장히 풍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구글 I/O 2015는 지난달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기대했던 내용은 거의 없었으며, 사실상 안드로이드를 위한 독무대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작년 행사도 안드로이드가 핵심이긴 했습니다. 웨어러블 버전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와 차량용 안드로이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그리고 TV에 적용할 안드로이드 TV까지 안드로이드 적용 영역을 가장 많이 확대했죠.
 
 단지 안드로이드와 크롬의 통합이나 안드로이드 웨어를 적용한 '삼성 기어 라이브(Gear Live)'와 'LG G 워치(G Watch)'의 출시도 있었기에 안드로이드만 보이진 않았습니다.
 
 올해 I/O에서는 사물인터넷용 안드로이드인 '브릴로(Brillo)',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페이(Android Pay)', 그리고 차세대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 M(Android M)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키노트에서 새로운 넥서스나 크롬북이 등장하진 않았고, 특히 지난 4월에 안드로이드 앱을 크롬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앱 런타임 포 크롬(App Runtime for Chrome ; ARC)'를 모든 개발자가 접근하도록 허용했기에 기대를 모았지만,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키노트 이후 세션에서 크롬을 다루긴 했으나 작년 안드로이드를 소개하면서도 내내 크롬을 묶어두었던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필자가 아쉬웠다고 한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안드로이드와 스마트폰에 너무 치중한 느낌이 강한 탓입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이전 I/O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안정적입니다. 구글에 가장 중요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로 화두인 사물인터넷 시장에 대응하고, 애플 페이나 삼성 페이에 견줄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따라가는 등 경쟁에서 필요한 부분을 충분히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리바이스와 협력한 스마트 옷감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행사를 돌이켜 봅시다. 필자는 2012년 행사에 대해 '구글이 구글 나우로 미래를 보여줬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개인 비서로서 사용자 습관에 맞춰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많은 정보를 알아서 제공하는 건 당시 경쟁 제품으로 꼽힌 시리와도 다른 방식이었으며, 미국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는 구글 나우를 2012년 혁신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구글 나우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크롬과 안드로이드 웨어, 그리고 경쟁 플랫폼인 iOS를 넘나들면서 범용성이 우수한 개인 비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3년 행사는 어땠나요? 2012년보다 굵직한 내용이 담기진 않았고, 되레 안드로이드 내용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글 플레이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교육용 마켓, 게임 서비스를 추가하여 콘텐츠 기반을 정리했고, 나누어졌던 구글 톡, 구글+ 메신저를 행아웃으로 합쳤습니다. 음성 명령어인 '오케이, 구글(OK, Google)'의 검색 활용도도 높였죠. 이는 기존에 개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던 많은 구글 서비스를 통합하여 하나의 브랜드로 확립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벗어난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에 서비스를 녹아들게 할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넥서스 Q나 구글 글래스처럼 실패작도 존재했지만, 어쨌든 매년 I/O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구글이 생각하는 좀 더 넓은 계획의 실마리였다는 겁니다. 그건 비단 스마트폰이나 안드로이드의 추가한 기능이 아니라 구글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깊은 것들, 미래 전략 방향에 근복적인 변화를 줄만한 요소였죠. 지난 I/O에서 제시한 미래들이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본다면, 올해 행사에서는 그렇게 꼬집어 낼 부분을 찾을 수 없었고, 그 점이 안드로이드에 치중한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안드로이드 페이는 구글 월렛의 후속이라 할 수 있고, 애플 페이나 삼성 페이에 완벽히 대응합니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두고 봐야겠지만, 도출할 수 있는 건 각 서비스가 경쟁할 뿐이라는 게 전부죠. 반면, 구글 나우는 시리의 경쟁 위치에 있었으나 뜯어보면 전혀 다른 개인 비서로 애플이 제시하지 못한 구글만의 독특한 데이터 처리 방식에서 구글의 미래를 도출할 수 있게 했습니다. 미묘하지만, 다릅니다.



 단순히 현재 필요한 것과 개선 사항에 중점을 둔 건 투자자들이나 좋아할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리바이스와의 협력으로 당장 옷을 보급하겠다는 것도 아니니까요.
 
 필자에게 구글 I/O는 1년간 구글의 행보를 점칠 수 있는 행사였으나 올해는 안드로이드의 업그레이드 사항이나 확인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구글 포토처럼 흥미로운 제품이 있긴 했으나 구글의 미래에 대한 획기적인 단초를 찾을 수 없었다는 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드로이드와 크롬의 통합이나 안드로이드 웨어의 입지가 줄어들진 않았을 겁니다. 그저 연례행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기에 장기적인 목표인 만큼 행사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지켜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