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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노키아를 털어내다


 지난달, 전 노키아 CEO였던 스티븐 앨롭(Stephen Elop)과 부사장을 지낸 조 할로우(Jo Harlow)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떠났습니다. 이는 MS가 노키아의 흔적을 없애는 움직임으로 평가받았고, 휴대전화 사업부를 다른 윈도 조직과 합치면서 윈도우 및 디바이스 그룹(WDG)을 창설했습니다.
 


MS, 노키아를 털어내다
 
 MS의 노키아 인수는 스티브 발머의 마지막 실수로 불립니다. 인수하기 너무 늦은 시기에 특별한 전략 없이 노키아를 사들였고, 비용만 늘었다는 거죠. 그러나 MS의 새로운 수장이 된 사티야 나델라는 과감하게 노키아를 벗겨내고 있습니다. 앨롭은 시작이었나 봅니다.
 
 


 MS는 '임직원 7,80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감원 인원의 대부분은 휴대전화 사업부 인력이며, 구조조정 비용으로 8억 달러 수준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인수 금액 94억 달러의 80%인 76억 달러를 회계상 손실 처리하기로 하기로 했는데, 이 결정은 노키아 인수가 실패였다고 인정한 것과 같습니다.
 
 이미 지난해 1만 8,000명 규모의 감원을 한 MS였는데, 당시 감원 대상도 대부분 휴대전화 사업부 인력이었고, MS의 움직임이 '윈도폰을 포기하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지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이번 감원 소식은 윈도폰의 향방을 실패와 포기로 내다보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나델라는 임직원에게 '독립적인 모바일 사업보다 윈도 생태계에 집중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휴대전화 사업 축소에 우려를 낳고 있으나 당장 윈도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전처럼 의욕을 가지고 진행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앞서서도 제조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으므로 아직 끈을 놓을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단지 MS에서 노키아를 지운다는 건 꽤 의미 있는 방향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마땅한 순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발머는 앨롭이 이끄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이 MS의 자체적인 스마트폰을 개발하도록 할 계획이었기에 나델라가 다르게 접근한다고 할 수 있죠.
 
 


 MS가 스마트폰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입니다. 포기한다는 건 윈도가 영영 모바일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죠. 무엇보다 지난달 조직 개편에서 나델라는 WDG가 서피스, 엑스박스, 홀로렌즈 뿐만 아니라 루미아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건 본래 발머는 테리 마이어슨(Terry Myerson)이 윈도와 윈도폰을 맡도록 했습니다. 그런데도 노키아에서 떨어져나온 휴대전화 사업부는 앨롭의 영향력이 강했고, 줄리 라슨-그린(Julie Las-Green)이 하드웨어를 담당했으나 윈도폰만은 휴대전화 사업부를 거치도록 했죠. 사실상 노키아가 MS의 스마트폰 사업을 주도한 겁니다. 
 
 하지만 WDG는 윈도와 윈도 기반의 모든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마이어슨 총괄의 부서입니다. 나델라의 모바일을 윈도 생태계로 끌고 오겠다는 말의 뜻도 여기에 있습니다.
 
 흥미롭게 봐야 할 건 나델라 취임 이후 MS는 경쟁 플랫폼인 iOS나 안드로이드에 오피스 등 자사 소프트웨어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 것으로 자사 소프트웨어 제품을 윈도폰을 판매할 목적으로만 삼았던 발머와 다르게 플랫폼 전략을 수정했으며, 윈도폰이 그나마 가졌던 경쟁력을 모두 잃게 했습니다.
 
 단지 나델라의 말을 빌려서 MS가 윈도폰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라면 노키아의 과거 명성이라거나 오피스의 지위라거나 부가적인 요소를 윈도폰 더는 끼워 넣지 않겠다는 겁니다. 온전히 윈도와 윈도의 경쟁력을 지닌 윈도폰을 고려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그건 여태 MS가 시도하지 않았던 모바일 실험이므로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키아를 벗겨내려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죠.
 
 


 사실 돌아보면 MS가 모바일에서 윈도에 집중하던 때가 있긴 했습니다. 윈도 모바일의 5.0 버전이 나올때만 하더라도 발머는 미래에는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가 합쳐지리라 예상했음에도 비즈니스를 위한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는데, 방법이야 어쨌든 적어도 윈도의 역량만 기대했던 시기였습니다.
 
 그저 몇 달 후 아이폰이 등장한 게 문제였지만, 나델라가 그런 방향을 다시 돌려놓았다는 것과 스마트폰의 개념이 달라진 오늘날에는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최근 노키아도 2016년에 다시 스마트폰 사업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MS가 노키아 브랜드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도 맞습니다. 다만 MS의 새 모바일 전략이 노키아를 털어낸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도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