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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알파벳이 된 2가지 핵심적인 이유


 앞서 말하자면 이미 알파벳(Alphabet)의 설립 이유는 많은 매체를 통해서 얘기되었고, 이 글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구글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버리고, 알파뱃이라는 애매한 명칭의 모회사를 차린 건 아주 흥미로운 일이기에 나름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구글, 알파벳이 된 2가지 핵심적인 이유
 
 지난 월요일, 구글은 대규모 조직 개편으로 모회사인 알파벳을 설립하고, 구글 공동창업자이자 전 구글 CEO인 래리 페이지는 알파벳의 CEO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를 맡으면서 구글에서의 지위를 각인시킨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가 구글의 CEO에 올랐으며, 구글 산하의 네스트(Nest)나 피버(Fiber) 등은 알파벳 소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충격적인 건 구글이 아닌 알파벳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놓았다는 겁니다. 보통은 기존 사업부 중 기반이 되는 회사를 모회사로 구조를 만들거나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이름은 비슷하게라도 따라가도록 합니다. 그래야 지배구조의 확립을 대중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시작한 디즈니는 종합 미디어 회사가 되어 ABC, ESPN, 픽사 등을 산하에 두면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두고, 모회사의 명칭을 디즈니 컴퍼니로 남겼습니다. 디즈니라는 브랜드의 상징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죠. 반면, 구글은 구글의 상징성보다는 구글을 산하에 두는 지배구조를 확립하고자 아예 연관되지 않는 이름을 뽑아든 것이죠.

 구글이 새로운 모회사를 만들 가능성은 이전부터 거론되던 것입니다. 특히 네스트를 인수하면서 뚜렷해졌는데, 처음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했을 때 안드로이드와 연동한 사물인터넷 사업에 무게가 실렸으나 네스트는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하면서 구글의 여타 주요 사업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물론 구글 X나 무인 자동차 등 주요 사업과 떨어진 것들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별도의 사업으로 나아간 건 유튜브 정도 밖에 없으며, 네스트는 유튜브처럼 구글의 웹 사업과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게 아닌 연결점을 마련하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인 자동차 등의 실험적인 시도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올렸다는 것이 구글이 아닌 네스트로서 키워야 할 이유를 만들었던 거죠.
 
 그리고 이것이 알파벳을 설립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구글은 온라인 사업이 주력이지만, 그 밖에 매우 다양한 사업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워낙 벌려놓은 게 많고, 중단한 것도 많은 탓에 구글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단지 시도라는 것과 훨씬 미래의 일일 것으로 인지해버립니다. 가령 구글은 오랫동안 무인차 개발을 공개해왔고, 상용화 단계에 놓이긴 했지만, 그건 여타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 무인차에 대한 환상은 구글이 심어줬음에도 실질적인 구매와 활용은 되레 자동차 회사 쪽으로 가버립니다.
 
 구글이 그저 검색 사업이나 하는 회사로 인식되면서 무인차가 주요 사업이 아니라는 걸 대중들은 알고 있기에 덩치가 크고,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절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테슬라는 구글보다 규모가 작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스타트업인데도 전기차에만 집중하는 덕분에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도 경쟁할 수 있다는 브랜딩으로 오랜 역사의 자동차 시장에서 풍운아가 되었다는 건 구글이 필요한 걸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구글이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서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상기한 네스트조차 독립적인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구글이라는 이름하에 묶여버리기에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려는 시점에서 구글이라는 이름은 거슬리게 된 겁니다. 그래서 네스트 브랜드를 강조할 때는 구글을 빼고 있으며, 알파벳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마련한 것도 사업부들을 구글과 차이를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원 분배입니다. 구글은 무인차나 로봇, 통신 등 많은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해당 부서의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상기한 문제점의 연장에 있는 것으로 대중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구글이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장기적인 이익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무뎌졌다고 하는 게 좀 더 바른 표현이겠죠. 더군다나 투자자들이 지속해서 주장했던 건 사업의 갈래를 늘리는 것보다 광고 이익을 더 내는 방향을 찾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지난 분기에 구글의 광고비가 2014년 2분기보다 11%나 급증하자 실적 발표 후 구글의 주가는 11.91%나 상승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무엇을 보고 구글에 투자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죠. 그러나 이런 상황은 구글 내 자원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구글이 보유한 여러 사업부의 실적을 투명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였던 겁니다.
 
 그래서 이를 알파벳의 밑에 두고 되면 각 자회사에 투자한 금액, 그리고 자회사들이 낸 실적을 바탕으로 회사 가치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구글 외 사업부를 독립적으로 보게 되고, 구글이 아닌 해당 사업의 가치에 따라서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점이 구글이 사업을 확장하기에 수월한 방법이죠.
 
 또한, 인재 문제도 있습니다. 구글은 분명 최고의 기술 기업이고, 선망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여러 사업의 인재를 채용하고, 분배하는 데서 갈수록 어려움이 생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첫 번째 이유에서 말한 구글의 모습이 구글이 아무리 새로운 사업을 하더라도 낡은 느낌을 주는데, 예를 들면 디즈니가 여러 회사를 거느리더라도 '디즈니에 입사했어.'라는 게 '애니메이션 만드는 회사에 갔다.'라는 인식으로 직결 것과 같은 겁니다.
 
 고로 알파벳을 지주회사로 구글을 포함한 각 회사가 별도의 브랜드를 가지게 되면 구글로의 입사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사업 목표와 목적을 구직자에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구글 내 인력을 운용하는 데서도 유연해질 수가 있죠. 그건 이제 각 회사가 이익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인재 분배가 소규모 집단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대단히 크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알파벳이 되면서 기대할 수 있는 건 실험적인 단계에 놓였던 프로젝트들이 탄력을 얻고, 실제 상품으로서 가치를 얻는 게 가속화할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본문의 2가지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그걸 목적으로 삼은 세부 사항입니다.
 
 물론 아직 알파벳이라는 그룹에 거는 기대가 제대로 분배된 건 아닙니다. 브랜드 가치도 여전히 구글에 묶여있으며, 투자자들이 각 회사를 더 눈여겨볼 수 있게 되었으나 구글의 실적 상황이 알파벳을 흔들어 놓을 테니 어쨌든 구글이 1순위입니다. 단지 알파벳으로 명분은 얻은 셈이죠.
 
 이제 각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된 만큼 어떤 구체적인 성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와 알파벳이 어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될지 몹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