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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시스코 제휴, IBM과 다른 점


 지난해 애플과 IBM이 손을 잡았습니다. 한때는 PC 경쟁자로서 앙숙과도 같았던 두 회사의 제휴는 파격적이었고, 애플은 IBM의 고객에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을 판매하고, IBM은 애플 제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여 구체적인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애플-시스코 제휴, IBM과 다른 점
 
 실적에 시달린 IBM에 애플은 발판이며, 제품 판매를 더 끌어올려야 하는 애플에 IBM은 강력한 파트너입니다. IBM은 임직원의 75%가 맥을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며, 자사 고객인 시티그룹이나 일본우정그룹에도 맥을 권장하면서 판매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레노버, 도시바 등 PC 업체들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과 다르게 애플은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휴 효과를 보고 있는 겁니다.
 
 


 1일, 애플은 시스코와의 제휴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제휴도 IBM처럼 상당히 특이한 것이 애플과 시스코는 아이폰의 상표를 두고 싸웠던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 전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시스코에 아이폰이라는 상표가 있다는 걸 알았음에도 소송은 나중이라면서 최종적으로 제품명을 아이폰으로 출시해버렸고, 시스코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소송은 양사의 협력을 골자로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해결되었는데, 실상 명확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금전적인 보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두 회사가 이번에는 정말 손을 잡은 거죠.
 
 세계적인 네트워크 회사와의 제휴는 애플의 기업 시장 공략에 IBM과 함께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세한 협력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기업들이 iOS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여 iOS 기기들로 더 나은 생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팀 쿡 애플 CEO는 말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포괄적이지만, 유추하자면 시스코의 고객들이 iOS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시스코는 iOS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는 IBM 제휴와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전략적인 면에서는 시스코의 그간 행보를 통해서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목적이야 똑같지만, 전략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제휴에는 시스코가 네트워크 회사인 만큼 네트워크 최적화로 스파크(Spark), 텔레프레젠스(Telepresence), 웹엑스(WebEx) 등 협업 소프트웨어가 iOS 기기에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요 내용 중 하나입니다. 시스코는 이미 iOS를 지원하는 앱도 내놓았고, 'BYOD(Bring your own device)' 동향에 네트워크 서비스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개인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BYOD 동향에 맞추고자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고, 네트워크 관리를 간소화하는 것으로 대규모 BYOD 환경을 중앙에 집중하여 관리하는 기술을 내놓거나 지난해 부상한 회사가 제시하는 기기 중 선택할 수 있는 'CYOD(Choose Your Own Device)' 동향에도 대응하면서 여러 기업의 모바일 업무 형태에 대응할 준비를 해왔습니다. 여기서 애플과 손을 잡은 겁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시스코가 네트워크 최적화를 iOS 기기에 맞춘다면 BYOD를 선호하는 기업 직원들의 제품 선택이나 CYOD를 선호하는 기업이 제시하는 제품이 iOS 기기로 압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단지 iOS 기기에서 작동하는 앱을 제시하고,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기기를 하나의 플랫폼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BYOD와 CYOD 동향을 이용하여 개인 사용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BYOD에 이어 CYOD가 뜨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직원이 많거나 기기 선호도가 심하게 차이 나는 기업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기기를 고르게 했을 때 여러 플랫폼에 같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호도가 높은 상위 기기에 최적화한 업무 솔루션을 탑재한 채 비용을 나누고, 선택하게 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개인 기기를 업무에서 활용하게 하는 방법인 CYOD가 대안이 된 겁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BYOD를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업무용 기기를 주더라도 무시한 채 퍼블릭 클라우드나 이메일을 사용하는 등 개인 기기를 업무에 쓰고, 여기서 업무용 기기를 지원하는 비용이나 보안 비용이 발생했던 탓이라서 CYOD가 BYOD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진 못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BYOD와 CYOD를 회사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섞은 기업이 늘고 있는데, 시스코는 네트워크 지원으로 이런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시스코의 네트워크에서만 작동하는 앱이나 특정 앱은 작동할 수 없게 하여 퍼블릭 클라우드로 데이터 유출을 막고, 클라우드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등 지원하면서 네트워크 관리를 유연하게 하여 방문객이나 계약직도 개인 기기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개인기기가 업무에 접근할 여지를 줄이면서 활용하고자 하는 기기의 종류도 줄일 수 있게 도왔습니다. CYOD에서 개인 기기를 선택하는 데 업무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구매에 영향을 끼쳤다는 겁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이전에는 업무용 기기가 존재했음에도 악의적이진 않았으나 개인 기기가 편하다는 이유로 업무를 개인 기기로 해결했기에 업무가 기기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시스코의 방식은 BYOD의 약점인 플랫폼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개인 기기를 업무에 사용할 수 있게 하여 기기 선택에서 업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했다는 거죠.
 
 즉, 발표한 주요 내용을 시스코의 본래 BYOD, CYOD 전략으로 이어서 본다면 시스코 고객의 직원들이 업무에 사용할 개인 기기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BYOD의 요지는 기기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고, 다른 플랫폼 기기를 업무에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에 업무 활용이 요소가 되므로 iOS 기기로 유도할 수 있다면 BYOD에 골치 아팠던 기업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과 시스코의 BYOD 전략도 더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도 IBM 제휴와는 다른 이득을 볼 수 있죠. 가령 IBM과의 제휴에서 아이패드는 업무용 앱을 설치하여 사용하는, 업무를 위한 기기로 보급되겠지만, 직원이 직접 아이패드를 업무에 활용할 개인 기기로 구매한다면 회사 밖에서는 업무가 아닌 콘텐츠를 소비할 기기로 활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구매 비용이나 요금을 기업이 지원하는 정책을 가진 회사라면 아이패드 구매에 부담을 덜 테고, 아이패드의 활용을 앞으로 생산성에만 옭아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매량이 감소하는 아이패드에 긍정적일 수 있겠죠.
 
 


 그 밖에 기대할만한 건 시스코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백화점이나 소매점, 여객선 등 이용객을 겨냥한 BYOD 네트워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iOS 기기를 구매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예를 들어 여객선에서 여행 중 iOS 기기를 대여하여 사용하게 하는 등 상품을 만들고 애플 기기를 보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상기한 그대로 시스코의 전략이 애플과 맞물리진 않을 겁니다. BYOD나 CYOD 정책은 기업 규모, 직원들의 기술 접근, 비용, 업무 효율 등 조건과 함께 달라지므로 무조건 똑같은 전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애플이 시스코와의 제휴로 BYOD 시장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며, 그건 IBM과의 제휴와는 다른 점입니다.
 
 애플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자 계속해서 제휴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실적에 대한 우려도 있었기에 엔터프라이즈 시장이라는 확고한 영역을 차지하겠다는 거죠. 시스코가 IBM과의 성과처럼 애플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