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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TV, 게임 기능 탑재와 과제


 게임 기능을 탑재한 IPTV는 익숙합니다. 그러나 그런 제품이 콘솔 게임기를 넘어섰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콘솔 게임기를 거실의 복합적인 미디어 센터로 이용하는 일은 있으나 IPTV가 게임으로 콘솔의 자리를 넘보진 못했다는 겁니다. 게임 보급에 한계가 있고,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애플 TV, 게임 기능 탑재와 과제
 
 애플 TV가 게임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애플 TV의 운영체제를 iOS로 교체하면서 앱스토어 탑재와 iOS 기반 게임의 추가를 생각할 수 있었고, MFi 게임 컨트롤러(MFi game controllers)를 공식 지원하여 미러링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애플 TV에 탑재한 앱스토어로 게임을 구매하고, MFi를 이용하면 거실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쉽게 구축할 수 있는 거였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의 새로운 트위터 계정인 앱스토어 게임스(App Store Games)가 애플 TV에 탑재할 게임 기능을 암시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트위터 계정은 최근 개설된 것으로 오는 9일 행사에서 새롭게 개선된 애플 TV가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지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9일 발표할 애플 TV는 150달러의 가격에 게임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새로운 리모컨을 컨트롤러로 이용하거나 게임을 구매하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잭도우 리서치(Jackdaw Research)의 분석가 잰 도슨(Jan Dawson)은 '경쟁 업체들이 시도해서 실패했던 영역에 애플이 다시 뛰어들고자 한다.'라고 평가했으며, '그러나 주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가 아닌 가끔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즉, 게임 기능을 탑재하는 건 꽤 흥미로운 시도지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를 잡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 것입니다. 과거 애플의 아이폰은 모바일 게임으로 닌텐도의 성장을 가로막았는데, 모바일이라는 접근성이 거실에서는 통하지 않을 거란 얘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거실은 접근성보다 오랜 시간 콘텐츠를 즐기려는 소비자를 붙잡아 두는 장소이고, TV는 게임 간 경쟁뿐만 아니라 게임과 영상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지분을 빼앗아야 하므로 모바일 게임을 그대로 내놓을 가능성이 큰 애플 TV가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애플이 게임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 의문에 대한 풀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골수 게임 이용자라면 게임의 품질에 가장 큰 회의감을 두겠으나 그건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대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애플의 지분은 상당하고, 모바일 게임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도 이전보다 늘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늘어난 모바일 게임 이용자를 애플 TV로 끌어들이면 될 일이지만, 게임을 하고자 애플 TV를 구매할 가능성은 매우 작고, 게임이 애플 TV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아니라는 건 명확합니다.
 
 다만 모바일 게임 이용자를 애플 TV의 주 고객으로 삼지 않는다면 접근성에서는 여타 콘솔 게임기보다 이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게임이 목적이 아닌 소비자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여기까지가 기존 IPTV 등 경쟁 업체가 시도했던 것이라는 겁니다. 다음이 중요하죠.
 
 제일 걸림돌이 되는 건 컨트롤러입니다. iOS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MFi 컨트롤러를 소비자가 구매하면 될 일이지만, 상기했듯이 애플 TV가 게임에서 살려야 하는 건 모바일처럼 접근성입니다. 게임을 즐기지 않던 소비자가 게임이 접근하도록 하는 것으로 그런 소비자가 게임 기능에 초점을 맞춰 컨트롤러의 구매를 고민하도록 하는 건 저변 확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NYT는 리모컨이 컨트롤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그것이 게임에 적합한 형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뜬소문처럼 터치스크린에 대응하는 수준일 수 있겠죠. 애플 TV를 구매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콘솔 게임기와의 경쟁을 직접 피하는 방법의 필요성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콘솔 게임기는 TV를 사용하는 시간에 TV쇼나 드라마, 영화들과 경쟁할 게임을 보급함으로써 TV 앞에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지분으로 가져옵니다. 하지만 애플 TV는 그런 경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게임 보급이 콘솔 게임기보다 어렵다는 전제라면 현재 iOS 게임이 풍부한 TV 콘텐츠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가령 자신의 농장을 가꾸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TV 앞에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는 알림을 받았다면 보고 있던 TV 콘텐츠를 중단하고, 게임을 실행할 이용자는 없을 겁니다. 그냥 TV는 그대로 놔둔 채 자신 옆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겠죠. 알림에 바로 접근할 수 있으면서 TV 콘텐츠를 중단하지 않도록 화면을 나눌 수 있는 기능 등이 필요할 겁니다.
 
 물론 시뮬레이션 게임의 조작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는 쪽이 편하다면 이런 장치도 쓸모 있지 않겠으나 애플 TV와의 연동에 리모컨이나 MFi 컨트롤러에 대응한 게임이 늘어난다고 본다면 장기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모바일에서 즐기는 게임이 애플 TV에 아이클라우드로 연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TV의 특성상 다수의 아이클라우드 계정이 게임에 접근하도록 해야 할 것이고, 하나의 게임에 여러 데이터를 연동하는 기능도 모바일과는 달리 추가되어야 하겠죠.
 
 모바일의 특성을 애플 TV에 담아내면서 거실이라는 공간을 인지하고, 콘솔 게임기를 무시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는 게 애플 TV에 게임 기능을 탑재하는 데 핵심적인 과제인 것입니다.
 
 


 위의 모든 것이 의미 없어지려면 애플 TV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처럼 독자적인 게임 구성을 갖추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상기한 과제는 iOS 게임을 거실로 옮겨두는 데 꼭 존재해야 하고, 과거 여러 업체가 실패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을 테죠.
 
 그나마 애플이 나은 점이라면 당장 추가할 수 있는 게임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고, 호기심에라도 접근할 소비자가 많다는 겁니다. 단지 게임의 양이나 애플 TV 판매로 확보할 수 있는 초기 이용자만으로는 모바일 게임을 거실로 옮기기 어렵다는 걸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건 iOS 9과 함께 게임과 관련한 SDK를 잔뜩 내놓았다는 것으로 애플 TV가 독자적인 게임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면 아이폰이 초기에는 전혀 닌텐도를 위협하지 못했지만, 상황이 뒤집혔듯 접근성을 바탕으로 애플 TV만을 위한 게임의 출시가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그건 정말 미지의 시장이고, 콘솔 게임 시장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리라 예상합니다. 뚜껑은 오는 행상에서 열리 테니 두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