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애플 뮤직에 경쟁력을 더하고자 여러 가수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드레이크(Drake)는 WWDC 2015에 참여했고,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윌아이엠(Will.i.m), 닥터 드레(Dr. Dre) 등은 애플 뮤직의 라디오 방송인 '비츠 원(Beats 1)'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애플, 애플 뮤직에 버버리 채널 개설
음원 서비스이니 가수들과 함께 하는 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선공개, 특정 공연의 독점 생중계 등도 고려할 수 있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애플 뮤직이 음원 서비스라는 데서 연결하는 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애플 뮤직에 버버리(Burberry) 채널을 개설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음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브랜드로는 처음 개설된 채널이며, 큐레이터(Curators) 섹션에 들어갔습니다.
버버리는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이고, 버버리 채널에는 영국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노래, 영화 등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버버리는 런웨이 쇼나 브랜드 행사에서 영국의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제휴했었는데 그 영향으로 음원 서비스에 채널을 개설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애플 부사장이 된 버버리의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가 교두보가 되었을 것이며, 2013년에는 버버리의 프로섬 여성 컬렉션 쇼를 아이폰 5s로 촬영했고, 2014년에는 콜라부 파우치와 클러치백을 선보이는 등 협업을 진행한 바 있어서 서먹한 조합도 아닙니다. 새로운 협업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니까요.
애플은 애플 뮤직에 차별성을 더할 수 있고, 버버리는 브랜드 홍보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 이익이 될만한 것이라 의아할 것도 없지만, 단지 신선한 시도라는 건 분명하죠.
사실 버버리의 이런 전략은 '버버리 어쿠스틱(Burberry Acoustic)'이라는 명칭으로 2010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왔던 것입니다. 유튜브의 버버리 채널에서 버버리 어쿠스틱의 트랙을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으며, 영국의 신예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굴한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자사 광고 모델로 내세우거나 음악을 런웨이 쇼에서 이용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애플 뮤직 입성도 어쿠스틱 프로젝트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버버리 채널은 애플의 경쟁사인 스포티파이에도 존재합니다. 애플 뮤직에 채널이 생긴 게 그리 놀랄 일도 아니죠. 하지만 신선하다고 표현한 것은 버버리는 애플 뮤직에 버버리 어쿠스틱의 독점 영상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데 있습니다. 2015년 가을, 겨울 시즌의 새로운 캠페인에 12명의 젊은 아티스트를 발탁했는데, 당장 21일 열리는 여성 컬렉션 쇼에 이들이 오를 예정이고, 거기서 치러질 공연과 화보 영상이 애플 뮤직으로 제공됩니다.
이는 아티스트를 발판으로 애플 뮤직을 효과적인 홍보 채널로 활용할 가능성을 얘기하며, 가령 특정 브랜드나 행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독점 콘텐츠로 애플 뮤직을 이용하도록 끌어들일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음악 매체 피치포크(Pitchfork)는 '애플이 독립적인 뮤직비디오를 제작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 버버리 채널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특정 가수 공연의 숨겨진 영상이나 독점 공개 등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단지 애플이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아예 독립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한다는 점이 다른 것입니다. 실제 음원 서비스 업체 타이달(Tidal)이 애플 뮤직과 전속 계약을 한 드레이크의 미국 뉴올리언스 주에서 개최한 행사 영상을 게재했는데, 애플이 경고하면서 드레이크 부분만 삭제해야 했습니다.
몇 개의 독점 콘텐츠가 애플 뮤직에 있다고 해서 애플 뮤직을 쓰려는 사람이 생기진 않겠지만, 콘텐츠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버버리 채널처럼 단순 홍보 수단이었던 걸 음원 콘텐츠로 해석하면서 음악과 관련한 독점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특정 영화의 OST를 제작하는 모습이나 편집하는 모습 등도 애플 뮤직의 독점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영화 홍보를 위한 것도 되겠지만, 아예 앨범을 애플 뮤직에 선공개하는 방식으로 음원에 무게를 둘 수 있겠죠.
중요한 건 애플 뮤직의 이런 움직임이 애플 뮤직 외 음원 서비스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스포티파이도 동영상 스트리밍을 준비하고 있고, 애플에 당한 타이달도 독점 콘텐츠 확보에 힘쓸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가격과 인터페이스, 스트리밍 속도 등으로 경쟁하던 시장에 독점 콘텐츠를 경쟁력으로 해야 하는 지점에 왔다는 건 아주 흥미롭습니다.
아직은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그렇게 드러나 보이진 않으나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독점 콘텐츠의 경계를 어디까지 허물고, 경쟁하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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